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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살리자 -10·끝] 콘텐츠 산업을 살려야 하는 까닭과 남는 문제


 

인기가수 김현정이 홍콩에 진출한다는 기사가 최근 스포츠지에 났다. 홍콩

에서는 ‘에이미 김’으로 불리는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현지 활동

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팬클럽이 결성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

다.

그동안 우리나라 뭇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세계적 스타 유덕화, 성

룡, 장국영, 금성무 등도 그녀를 찾아와 인사를 나눌 정도였다고 스포츠지

들은 전했다.

그녀조차 놀란 인기 비결은 바로 ‘채널 V’를 비롯한 위성방송 및 인터

넷 방송에 있었다고 한다.

최근 드라마, 뮤직 비디오, 음반, 영화 등을 통해 '현지 진출을 위한 특별

한 노력 없이도' 한국의 연예인들이 세계의 스타로 성장하는 예가 많아지

고 있다.

쉬리의 여주인공인 김윤진은 일본에서 특급 대우를 받았다. 드라마 수출

로 촉발된 장동건의 베트남 내 인기는 베트남 여성의 수첩 속을 모두 그의

사진으로 채워놓았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후 장동건의 출연작은 무조건 수

출이 된다고 한다.

CCTV를 통해 방송된 '별은 내가슴에'로 중국 대륙을 품에 안은 안재욱은

이후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연이어 수출케 도왔다. 가수로도 각광받아 중

국 전역을 순회하는 콘서트까지 열었다.

이밖에 여러 국내 가수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세계적 스타로 대우받고 있

다. 헐리우드 영화 수입에 젖어있던 국내 영화계도 밀려 드는 수출 주문

에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 문화 콘텐츠 파급효과 “막대”

‘콘텐츠를 살리자’라는 ‘간단치 않은’ 주제를 논하면서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인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인 연예계 관련 얘기를 이처럼

장황하게 쓴 것은 콘텐츠 산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말하고자 함이다.

우리나라의 노래나 드라마가 외국에서 히트한다고 음반 판매나 드라마 수출

을 통해 발생되는 수입은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현지 반응은 그러한 직접 수익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

이다. 우선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주인공의 의상과 액세서리, 신발 등이 유

행을 타고 불티나게 팔린다. 여행 산업도 덩달아 특수를 누린다.

국내만 하더라도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한 동해안의 이름 없는 해안

‘정동진’이 사철 관광지로 각광받게 됐고,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무

대였던 속초권이 새로운 형태의 관광명소로 재개발되고 있다. 관련 산업

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얘기다.

지난 60~70년대 모든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며, 잘 알

아 듣지도 못하던 팝송을 읊조리던 것도 문화의 파급 효과가 얼마만큼 큰

것인가를 증명하는 사례다.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통령이 출연하면서까지 한국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높다.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기 마련이다. 정부

가 10년을 매달려도 쉽게 풀기 어려운 부분들을 단기간에 풀 수도 있다.

크게 봐서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디지털 콘텐츠’ 부

분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대개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폐쇄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정보'를, 디지털 시대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중들에게, 그

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 다양한 신흥 매체들과 관

련 기술들이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

문업체들이 있다.

◆ 지배 당할 것인가, 지배할 것인가

문화관광부 연초 정례업무 보고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21세기에는 국가 경쟁력의 마지막 승부처가 문화산업이 될 것”

이라며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말 문화 콘텐츠는 중요한가?

문화부는 온라인 콘텐츠 중 약 70%를 문화 콘텐츠로 보고 있다. 인터넷에

서 성인물을 보는 것과 채팅하는 것을 제외하면 약 90%가 문화 관련 콘텐

츠라는 설문 조사 결과까지 나온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로서는 문화 콘텐츠

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함을 알 수 있다.

날로 확대되는 정보통신 인프라도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웅변해 주고 있

다. 이미 인터넷 사용자 인구가 2천만명에 달하고, 초고속 통신 가입자도

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구 대비 정보화 수준에선 세계 선두권이다.

위성방송은 올해부터 채널을 약 70개로 시작, 250개까지 확대될 예정이

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디지털방송으로 바뀌면서 채널이 상당히 늘고, 케

이블TV와 인터넷방송 채널까지 합하면 3년 내 방송 채널이 1천개 이상 늘

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때 열풍이 몰아쳤던 닷컴 기업의 인기가 사그러 들고는 있지만, 오프라

인의 온라인화가 확고한 흐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헤아

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신규로 생겨날 전밍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많은 매체들을 채울 디지털 콘텐츠가 우리에게 있는가?

아니면 생산할 수 있는 체제라도 갖추고 있는가?

확실한 것은 그 수많은 매체를 채울 콘텐츠가 없다면, 외국의 값비싼 콘텐

츠가 시장을 채워 나가든, 아니면 저금한 수준의 콘텐츠들이 시장을 잠식

해 나갈 것이다. 이는 콘텐츠 산업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 정체

성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한편 아메리카온라인,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은 전세계 콘

텐츠 시장의 80%를 차지한다는 목표로 매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들

의 한국시장 진출이 본격화한다면 과연 우리가 그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콘텐츠 산업은 21세기 최후의 전쟁터이며,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진다면 어쩌면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훨씬 능가하는 치욕과

더 오랜 기간 문화 속국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 닷컴의 콘텐츠 유료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

최근 국내 닷컴 업계에는 콘텐츠 유료화를 대세로 몰고 가려는 시도가 계

속 되고 있다.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느니, 성공이 보인다느니, 아니

면 실패했다느니 하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수익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불과 일년 여 전만 해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며 회원 늘리기에 골몰하던 닷컴 기업들에겐 당연한 귀착점이다. 오

프라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물건을 만들어 어떻게 팔 것인지 생각도 않

고 일단 회사부터 만들고, 막대한 돈을 들여 물건이 아닌 회사를 홍보하

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하려는 업체들은 과거와 같

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이 시점에서 또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

다.

유료화를 위한 사내외 인프라는 갖춰졌는지, 그만한 기술적 기반을 확보했

는지, 무엇보다 팔 만한 상품(콘텐츠)을 개발했는지, 소비자를 설득할 방

법은 찾았는지…

무분별한 유료화나 시대에 편승한 유료화, 그리고 충분한 준비없는 유료화

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유료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지로 시작했으니 스포츠지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끝을 맺

고 싶다. 최근 소개된 기사인데 콘텐츠 유료화와 관련, 시사하는 점이 많

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초까지 인터넷에서의 초 흥행작이 비디오로 출시됐

다. ‘다찌마와 Lee’ ‘커밍아웃’ ‘극단적 하루’ 등 세 편이 한 개의

비디오에 묶여 전격 출시된 것이다. 세 작품은 상업 영화계의 스타 감독

이 인터넷 상영만을 전제로 '장난삼아' 만든 단편 디지털 영화였으나 네티

즌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류승완 감독이 만든 ‘다찌마와 Lee’는 176만, 김지운 감독의 ‘커밍아

웃’은 132만, 장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는 93만건의 조회를 기록,

세 작품은 접속이 중간에 끊기는 ‘짜증나는’ 관람 환경에서도 총 400만

여 명의 네티즌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당초 이 작품은 인터넷 영화 사이트 씨네포엠(www.cine4m.com)에서 인터

넷 상영만을 전제로 세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했으나, 네티즌들이 극장 상

영 또는 비디오 출시를 워낙 강력하게 요구해 비디오 시장에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감독들은 처음에 비디오 출시를 반대했으나 네티즌들의 요구가 갈수록 강력

해지자 세 감독은 수익금을 신인 감독 발굴 및 페스티벌 지원 등을 위한 공

동기금으로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 비디오 출시를 양해했다.”

좋은 물건을 공짜로 달라는 사람은 없다. 강도와 폭력배 빼고는. 중요한

것은 네티즌들은 좋은 콘텐츠에는 항상 '주머니를 열' 마음이 이미 돼 있

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충분히 공짜로 볼 수 있었음에도 달래지도 않은

돈을 준다고 할 정도로.

박효상기자 hs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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