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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 태풍이 온다-하]정부·기업 '환경선진국' 갈길멀다


해외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정부 기관들은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은 오래 전부터 각종 시책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은 원활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와 기업 간의 괴리감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환경 규제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발상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 부처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개선할 점을 지속적으로 찾아 고치는 한편, 기업들도 환경규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환경 관련 교육·홍보, 자금지원, 기업들의 대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이미 각종 지원체계 갖춰

정부는 수 년 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각종 환경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환경부와 산자부, 외교통상부 등 11개 부처는 합동으로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REACH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단체들과 환경규제 관련 포럼도 개최키로 했다. 중소기업들이 비용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를 돕기 위해 전문시험기관(GLP)을 육성하고, 대체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부처별로 분산된 산업계 도움센터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산업계 협의체' 구성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기관들이 수행해온 환경규제 관련 대응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16~17일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환경규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정부의 환경규제 지원제도 ▲EU·중국의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동향 ▲국제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REACH·친환경설계의무지침(EuP) 대응전략 ▲전자업계의 대응사례 등 환경규제에 대한 정보를 총체적으로 전달했다.

이밖에 중기청은 중소기업의 해외인증획득 및 친환경제품 생산설비 신설·교체, 유해물질 분석장비 무료개방 등 직접적으로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자금·설비지원에 나서고 있다.

◆환경규제 한눈에 알수없나…통합사이트·정부창구 부재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다양한 환경규제와 관련해 종합적인 정보를 취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조사에선 좀 나아졌지만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에서 49.6%에 달하는 응답자가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고 한 것은 정부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뉴스24가 정부와 민간의 환경 관련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각국의 규제동향과 대응책 ▲유해물질 시험분석을 위한 안내 ▲정부의 각종 지원대책 등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통합사이트가 없었다.

산자부가 환경규제대응 포털시스템으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국제환경규제대응네트워크(www.n-cer.com)가 지난 1일 새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 환경규제 포털이라 칭하기에 각종 정보나 자료체계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가 하면 REACH 관련 사이트만 해도 산자부가 관리하는 기업지원센터(www.reach.or.kr)와 환경부의 대응센터(www.reach.me.go.kr)가 중복 운영되고 있다.

각국의 환경규제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담당 부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환경규제 관련 정보나 지원정책을 문의하려면 산자부·환경부·중기청 등 기관별로 일일이 연락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각 규제별로 담당자를 찾아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정부는 환경규제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해왔지만 기업들이 이를 훤히 알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는 환경규제 포털사이트가 없다는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정부에서도 복잡한 환경규제 관련 업무를 어느 한 부처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기업과 정부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맞춤형 교육' 더 매진해야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하려고 하니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한 자금지원과 관련 교육 및 정보제공이 절실하다"(울산 A사).

"환경규제 관련 규정도 많고 정부의 지원대책도 다양한 것으로 아는데, 관련 교육이나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경남 김해 B사).

정부가 부처별로 전국순회설명회와 대규모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해오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정보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교육이나 설명회의 내용 또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설명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C사 대표는 "정부 부처의 눈높이에서 실행되는 환경규제 관련 정책은 중소기업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복잡한 환경규제의 내용이나 정부 정책을 중소기업 입장에서 실행하고 설명해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경규제의 심각성을 좀 더 쉽게 홍보하는 한편, 만화책이나 영상물과 같은 형식으로 꾸며 안내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가 하면 범정부 환경정책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연구원은 "환경부는 기업을 배려치 않고 과감하게 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산자부 쪽에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충돌하는 등 부처 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자금사정상 환경 부문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부처별 설비·자금 지원 정책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안내하고 지원규모 또한 늘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 환경경영체계 구축-협력사 공동대응 나서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이하 중소기업 가운데 과 단위 이상의 환경관리 조직을 갖춘 곳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4%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관리 담당자조차 없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환경규제 대응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도 이젠 환경경영체제를 갖춰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대표이사를 운영위원장으로 환경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연구개발·구매·제조·품질의 각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환경안전팀의 김기정 과장은 "조직을 다듬고 환경규제 관련 정부지원기관들의 정보 및 지원사업을 토대로 접근한다면,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환경경영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경경영 앞장서는 잉크테크

전자잉크 전문업체 잉크테크(대표 정광춘 www.inktec.com)는 지난 2003년 국제 환경제품기준인 ISO14001 인증을 얻었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04년엔 경기환경그린대상을 받았고, 2005년엔 안산시 환경관리모범사업장으로 지정되는 등 환경경영 우수 중소기업으로 꼽힌다.

잉크테크는 잉크제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및 부유물이 포함된 폐수를 자체 폐수시설로 처리해 내보낸다. 잉크테크가 잉크카트리지 및 토너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물리적 침전과정을 거쳐 고체와 액체가 분리되고,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를 마치게 되면 공장 및 사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깨끗해진다.

잉크테크는 사무용품 및 생활용품 분리수거 정도를 부서별로 평가해, 우수 부서에 포상을 주는 등 일상에서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EU의 환경규제 REACH에 대해서도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초부터 경영전략 회의를 열어 등록해야 하는 제품을 파악했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REACH 사전등록 준비를 마친 잉크테크 측은 "자료나 금액 면에서 한 업체가 환경규제 준비비용을 부담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자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는 REACH 컨소시엄은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송화일 품질기획 파트장은 "기존의 ISO9000, ISO14000 등은 시스템만 있고 세부적으로 많은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최근 등장하는 환경규제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아,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은 물론 같은 업종의 협력업체들과 공조 체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직·간접적으로 대기업과 제품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친환경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고, 해외 규제기관에 대한 등록업무를 대신해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환경규제 관련 컨소시엄은 복잡·다양해지는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대우차 등이 뭉친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올해 초 협의체를 구성해 환경규제 관련 법규해석 및 정보공유·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원·부자재 업계가 공동으로 해외 환경기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규제에 일일이 대응키 어려운 중소 제조사 및 협력업체들을 위해 공동의 안내서를 만드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들도 정보부족을 탓하기보다 해외 환경규제 동향을 스스로 파악하고, 정부의 지원정책에 더 관심을 갖는 자세가 요구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환경규제에 의한 수출 포기라는 극단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보화팀 공동기획 if@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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