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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글로벌 거인들-(6)한국EMC] 이제는 고객의 정보관리 파트너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63빌딩에 위치한 스토리지업체 한국EMC 사무실.

이곳에 온 손님들은 유리벽 너머에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있는 제품 테스트센터 '인포토피아'에 놀라게 된다.

인포토피아에는 EMC의 최첨단 데이터 저장 장치들이 모두 집결돼 있다. 2005년 현재 우리 문명을 보관할 수 있는 최첨단 도구들을 볼 수 있는 셈.

그런데 이 최첨단 장비들의 옆에 지난 1377년에 제작된 '직지심체요절' 복사본이 놓여있다.

직지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최초의 문자 저장 도구와 현존하는 최고 기술의 데이터 저장 장치가 한자리에 놓여있는 셈.

◆ 정보 저장의 원조를 찾아 나선 한국EMC

지난 2000년, 설립 5주년을 맞은 한국EMC.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기로 하고 아이디어를 찾았다.

그러던 우연히 '직지'를 알게 됐다. 기업 정보 자산을 저장 관리하는 스토리지 사업과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자 정보기록 매체였던 우리나라의 ‘직지’가 세월 차이를 떠나 존재의 이유가 같다는데 공감 하게 됐다.

이후 한국EMC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추진한 '직지찾기운동본부'를 비롯, 직지찾기 대학생 동호회 등 범국민적인 직지찾기 캠페인을 후원해 오고 있다. 직지의 본고장 청주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직지관련 전시회 개최 등 문화 행사와 함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지 알리기 홍보활동을 전개해왔다.

2001년 9월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해 시작된 '청주직지축제'에도 공식 후원사로 활동했고 지난해에는 직지와 관련된 모든 디지털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직지축제위원회’에 정보스토리지 저장 솔루션 일체를 제공했다.

직지 후원은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본사 홈페이지에도 직지 알리기 캠페인 코너를 마련, 전세계 EMC 직원들 및 홈페이지 방문자들에게도 직지 관련 내용을 적극 홍보했다. 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거리행사, 인천공항 행사 등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와 같이 한국기업도 쉽게 나서지 않는 '직지찾기' 운동에 한국EMC가 발 벗고 나선 것은 왜 일까? "스토리지가 담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한시대의 문명입니다. 그 역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지의 소중함도 이해한 것"이라고 한국EMC 홍보팀 관계자는 말했다.

◆ 사무가구에서 스토리지로의 대변신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2만3천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며 전세계 스토리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EMC.

델, NEC, 후지쯔, 지멘스, 유니시스, NCR 등 전 세계 유명 컴퓨터 회사들이 EMC의 리셀러로 활동 중이고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SAP, 오라클 ,엑센츄어, EDS와 같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EMC와 제휴를 맺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6년간 EMC의 역사가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EMC(EMC Corporation)는 지난 1979년 리차드 이건(Richard J. Egan)과 로저 마리노(Roger Marino)에 의해 설립됐으며, 회사명 EMC는 이들의 성(Egan, Marino)을 따서 만들어졌다. EMC는 설립 당시 사무용 가구와 컴퓨터 오피스 용품을 생산했다. EMC가 가구업체였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의외다.

설립 얼마후 EMC는 당시 급성장하던 미니컴퓨터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업종전환 후 첫 상품은 1981년 프라임 컴퓨터에 공급한 64KB 칩 메모리 보드. 메모리 보드 사업은 생각외로 잘 됐다. 이번에는 IBM, HP, 디지털 이큅먼트의 컴퓨터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제품을 생산, 공급하게 된다.

1986년 EMC는 단독 컴포넌트 생산에서 완제품 형태의 서브시스템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기 시작한다. 1989년 업계 최초의 4MB RAM 칩 기술을 채용한 ‘오라이언(Orion)’이란 메인프레임용 디스크 서브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스토리지 솔루션 공급업체로서 탈바꿈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EMC는 스토리지텍과 1억달러의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것이 EMC 성장의 발판이 됐다.

1990년 EMC는 캐시 메모리 기술을 탑재한 혁신적인 시메트릭스 스토리지를 발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때 IBM 납품 업체였던 EMC는 1992년 메인프레임 테라바이트의 5% 공급에서 2년 만에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1995년 41%의 점유율로 마침내 시장 1위로 올라서며 메이저 스토리지 업체로 우뚝 서게 된다.

이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뉴욕 증시 주식 성장률 1위를 기록하며 2000년 중반까지 무서운 성장세를 거듭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도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다리고 있었다.

◆ 스토리지업체가 아닌 정보 관리 업체가 되라

EMC도 2000년 이후 전세계 IT 업체의 불황 시작과 함께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대형 스토리지 하드웨어라는 단일한 사업구조가 칼날이 되서 돌아왔다.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다. 2001년 EMC의 수장이 된 조 투치 CEO는 사업 비전부터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로 다시 세웠다. EMC를 단순한 정보저장매체 기업에서 정보관리 관련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 컨설팅 등 종합적인 정보관리기업으로 변화시킨 것.

먼저, 고가의 대형 스토리지 시메트릭스 하나에 의존했던 제품구조를 'EMC 클라릭스', 'EMC 셀레라 NAS', 'EMC 센테라 CAS'등 다양한 규모와 가격의 제품으로 다양화했다.

성장세가 둔화된 대형 엔터프라이즈 시장만 의존하기 보다는 SMB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주목한 것.

그 결과 2004년 중형 스토리지 매출이 46%나 성장했고, '셀레라 NAS'와 '센테라 CAS' 제품도 전년 동기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에 힘입어 2004년 결산 결과, 매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82억 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순익은 8억 7천 1백만 달러로 2003년 보다 76%나 성장해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변신은 단순히 하드웨어 제품의 종류를 늘린데 그치지 않는다.

EMC는 장기적인 회사의 성장을 위해 정보수명주기관리(ILM: 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과감한 방향 전환을 하기에 이른다.

이를 위해 2000년부터 무려 10여 개 이상의 업체를 인수했으며, 특히 레가토, 다큐멘텀, VM웨어, 단츠, 스마츠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대거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향후 고객의 니즈가 예상되는 분야에 남보다 앞서 투자한다는 EMC의 전략은 적중했다. 6억 달러에 인수한 가상화 기술 업체, VM웨어의 기술을 응용한 서버 가상화 제품이 호응을 얻으며 2004년에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59%의 성장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 결산 결과 매출이 전년대비 26% 증가했으며, EMC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늘어났다. 이제 더 이상 EMC는 스토리지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다.

◆ 창립 10주년 맞아 재도약하는 한국EMC

지난 2004년은 안팎으로 새로운 성장 원동력을 다진 한해였다는 점에서 한국EMC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다.

본사의 변화 함께 우선 외부적으로 새로운 한국EMC의 모습을 고객에서 보일 수 있었던 것.

우선ILM 가치를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시메트릭스'라는 대형 스토리지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이제 고객의 전체 TCO(총소유비용) 절감을 위해 중/소형 스토리지는 물론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품과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 레가토, 다큐멘텀, VM웨어, 단츠, 스마츠 등의 인수로 다양한 솔루션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일련의 기업 인수와 새로운 통합 솔루션 제공에 대한 고객과 시장의 평가가 다행히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덩달아 고객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EMC는 '종합적인 고객 경험'(TCE)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혁신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TCE란 고객이 EMC로부터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과 만족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 목표이다.

내부적으로는 한국EMC가 더 투명해지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경주한 한 해였다.

일하기 좋은 회사, 보람을 느끼며 성공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한국EMC는 2003년 말부터 'Company Of Choice(가장 일하고 싶은 최고의 기업)' 프로그램을 호주EMC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HR 컨설팅 회사로부터 내부 진단을 받고 별도의TFT도 구성했다. 올해는 작년에 진행한 분석 작업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회사가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행복한, 일할 맛 나는 일터가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 중이다.

올해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본사의 인수합병작업을 통해 한 식구가 된 이들과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레가토시스템즈코리아가 지난해 EMC 소프트웨어 사업부로 한 식구가 된 데 이어 다큐멘텀코리아, VM웨어 등이 여의도 63빌딩 EMC 사무실에 함께 둥지를 틀고 그야말로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 ‘New EMC’ 시대를 새롭게 열어가게 됐다.

오는 7월이면 창립 10년을 맞는 한국 EMC는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새로운 웅비를 위한 준비를 서서히 마쳐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EMC의 자랑 'EMC 인포토피아'

63빌딩 한국EMC 사무실 15층에는 마련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용면적 160평의 솔루션센터 'EMC 인포토피아'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2년 8월 개관한 EMC 인포토피아는 김경진 사장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EMC 본사로부터 2천만 달러(약 240억원) 전액을 투자받아 약 8개월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설립됐다. 한국에 이처럼 대규모 고객지원센터를 건립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 그리고 한국EMC에 대한 본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반영하고 있기에 그만큼 뜻깊은 일이었다.

각종 스토리지와 SAN 스위치 장비, 각종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 총 100여 개의 첨단 시스템들과 50여 개의 터미널들이 설치되어 있는 'EMC 인포토피아'는 2개의 시스템실(‘e-인포 랩’)과 2개의 기술 실험실('AutoIS 룸', 'WideSky 룸'), 2개의 교육실 및 1개의 고객 브리핑실을 갖추고 국내 고객들과 협력사들을 위한 교육, 브리핑, 벤치마크 테스트, 데모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EMC 인포토피아'에는 4명의 전담 요원과 10여명의 지원 인력이 한국고객을 위한 솔루션 데모 및 테스트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경진 한국EMC 대표이사 인터뷰>

"존경받는 회사, 향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국 EMC를 만들겠다"

2003년 7월 한국EMC 2대 사장으로 발탁된 김경진 사장(48)은 1999년 한국EMC 입사후 뛰어난 국제감각과 탁월한 비즈니스 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 7월 한국EMC 최초로 EMC 아태지역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마케팅본부, 솔루션센터, 영업 부문의 수장을 두루 역임하며 EMC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김 사장은 특히 통합마케팅본부장 시절 EMC 본사로부터 약 240억원의 투자를 유치, 국내 최대 규모의 고객지원 솔루션센터인 'EMC 인포토피아'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실적에 따라 인물이 평가되는 자리가 바로 지사장직 이라고들 하지만, 그보다도 한국EMC가 향후 수 십년 간 지속적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EMC 지사장으로서 세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EMC는 지난 2003년부터 근본적인 변신을 모색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최고의 길은 고객이 가장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본사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어려운 때에 지사장직을 맡으면서 직원들에게 인기 없는 일도 많이 했다며 김사장은 웃음지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사들은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목표가 없습니다. 한국EMC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고, 이제 지역 사무소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변화하다 보니 자연히 회사의 비전 수립을 위해 할 일도 많을 수 밖에 없네요."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한국EMC 내부적으로 조직의 연속성과 내구성을 강화하는데 힘써왔다는 김 사장은 "인간의 육체도 혈과 기가 순환돼야 살아가듯이 조직도 정보(혈)와 권한(기)의 순환으로 생명을 유지한다"고 경영철학을 밝혔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한국EMC의 대표로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올해 다양한 규모의 제품군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SMB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시작한 '메이킹 스토리지 심플' 캠페인을 비롯, EMC가 제시하는 중소기업 솔루션, 새로운 서비스 정책 및 채널 정책을 국내 시장 환경에 맞게 구체화하는 작업도 추진중이다. 그 동안 한국EMC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고객, 파트너, 미디어, 임직원, 그리고 직원 가족들까지 함께 모시고 감사의 뜻을 표하는 성대한 10주년 행사도 개최할 것이다."

물론 한국EMC의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투치 EMC CEO도 참석할 예정이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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