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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브랜드 특집 1탄] IT도 '이미지' 마케팅이다


 

'브랜드(BI)'와 '회사이름(CI)'이 고객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참신하고 믿을만한 이미지를 주는 회사의 제품은 조금 비싸도 잘 팔린다. 하지만 일부 매니아들만 만족시키거나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고객은 제품 자체보다는 해당 이미지를 소비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20세기 산업사회에서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성실성보다는 창의성이,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에서 기업이 팔게 되는 건 제품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라는 말이다.

물론 좋은 이미지에 비해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기업 비전이 엉망이라면, 이미지만으로는 소용없는 일이다. 화장이 주름진 얼굴을 모두 감출 수 없듯이.

이미지 마케팅은 질좋은 제품과 좋은 가치를 가진 기업 비전 속에 묻어나야 그 빛을 발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업 활동에서 브랜드 파워로 대표되는 이미지 마케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업체간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탄력성이 낮으며, 신세대 문화와 관계깊은 IT(정보기술) 시장은 이미지 마케팅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이에따라 아이뉴스24는 IT 브랜드 특집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탄에서는 IT업계에 이미지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고, 2탄에서는 현재 각 통신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현황을, 3탄에서는 통신회사별로 브랜드 전략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회사 이미지를 만드는 전사들

KT그룹(KT-KTF)과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LG텔레콤 등 대표적인 통신회사들은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전파하는 부서를 두고 있다. 홍보실, 비전경영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커뮤니케이션팀 등 이름은 다르지만 엇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하나같이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사내에서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독선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동시에 회사의 현재와 미래, 전략 상품의 강점과 약점, 직원들간 교감에 신경쓰는 합리적이고 다정다감한 모습도 갖고 있다.

불연속성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급변하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여기에 회사와 제품의 전략 포인트를 담아 광고를 만들거나 BI, CI를 창조하려면, 특이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민태기 KT 홍보팀 광고부장은 "한 제품의 브랜드와 광고를 만들려면 미리 그 제품을 사용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마케팅부서와 우리 제품의 전략 고객과 경쟁사 제품에 대한 평가를 거쳐, 어떤 측면을 어필할까하는 광고의 소구점을 잡는다"고 말했다.

KT처럼 유선전화에서 초고속인터넷, 기업용솔루션, 무선랜까지 다양한 제품을 가진 회사라면 그만큼 광고부서는 눈코뜰 사이 없이 바빠진다. 서로 다른 영역을 이해해서 기술과 문화의 트렌드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미옥 LG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우리 팀에는 7명이 있는데, 선후배간에 벽을 허물고 후배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마케팅 성공사례

KT가 한국전기통신공사와 한국통신을 버리고 기업브랜드를 KT로 바꾼 것은 2001년 12월.

한글관련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문이름으로 바꾼 건 2002년 민영화에 대비하고, 글로벌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였다.

AT&T, BT, FT, DT에서 보듯, 각국의 독점 통신사업자들이 국가 명칭에 '통신'을 뜻하는 '텔레콤(Telecom)'의 이니셜인 T를 덧붙이는 건 유행이었다.

전신·전화 부문에서 독점 기업으로서 갖고 있던 시대에 뒤떨어진 이미지를 첨단 기술과 생활 문화를 지향하는 친근한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KT가 이미지 마케팅에서 성공한 것은 기업 브랜드를 바꿨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기업 슬로건과 캐치프레이즈 덕분이라고 하겠다.

'렛츠KT(Let's KT)'는 2001년 초 이상철 사장이 만든 슬로건이다. 기업브랜드가 바뀌기 전부터 그룹 내 모든 광고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자'는 영어단어인 Let's에 기업 브랜드를 붙인 것으로, 반대도 많았다. Let's 뒤에는 동사가 오는게 문법적으로 맞기 때문이다.

최영익 KT 요금전략팀장(당시 광고부장)은 "OK! SK! 처럼 자회사와 관계사를 포괄하는 기업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통합슬로건 개발에 나섰다"면서 "한 때 문법에 맞지 않아 고심했지만 이 전사장이 밀어붙여 채택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현재 '렛츠KT(Let's KT)'는 'KT 세계로 가자'는 동적인 이미지 덕분에 어필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생명력을 지녀야 한다'는 CI의 명제가 제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나라'도 마찬가지. TV 광고때 엔딩멘트로 나오는 이 캐치프레이즈 역시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신재준 KT 비전경영실 전략경영팀 부장은 "국민 기업으로서 믿을만하다는 신뢰성과 함께 KT를 보여주는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기업광고용 슬로건으로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나라'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라는 말이 어렵고, 네트워크에 얹혀지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는최근의 추세에 뒤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KT만 갖고 있는 유무선 통신의 기반이 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한 번 쯤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나라'는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KT의 자부심을 나타내 줄 뿐 아니라, 네트워크=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미지 연상작용을 통해 국민들이 KT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 느끼도록 돕고 있다.

SK텔레콤 'TTL'의 성공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TTL'은 SK텔레콤 011이 갖고 있었던 아저씨폰의 이미지를 젊고 자유롭고 파격적인 이미지로 바꿔 놓았다.

'정답을 알려주지 말라'는 'TTL'의 전략은 N 세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스무살의 자유'라는 의미외에는 어떤 문장의 이니셜인지 비밀에 붙여 TTL이 뭔지, 모델이 누구인지 상상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서 'TTL'은 단순한 핸드폰 요금제가 아닌, 젊은이들의 삶의 양식을 대변하는 문화코드로 자리잡게 됐다.

◆이미지 마케팅 실패사례

이같은 성공사례와는 달리 뜻하지 않은 외풍으로 갑자기 광고 계획이 중단되거나, 수십억을 투자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나로텔레콤(전 하나로통신)은 2002년 1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하나포스' 유승준 광고를 돌연 중단했다. 2002년 5월까지 계약돼 있었지만, 유씨의 병역기피 파문 때문에 중단하게 된 것이다.

유승준씨는 99년 10월 하나로와 계약을 맺은 후, 초고속인터넷의 주 고객인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다이내믹한 동작과 강렬한 눈빛, "나는 ADSL"이라 외치는 유승준의 이미지는 최고였다.

기술적으로도 하나로텔레콤 ADSL이 한동안 KT ISDN의 속도를 앞서 '뛰는 ISDN, 나는 ADSL'이 먹힐 환경이었지만, 유승준 하면 하나로통신과 ADSL이 연상될 정도였다.

댄스가수 유승준의 빠른 동작과 랩은 2004년 에릭의 메가패스 광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초고속인터넷 광고 역사에서 한 장을 장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승준 광고는 TV에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에서 대 사회적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되새겨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막대한 돈을 들여 제품 이미지와 흡사한 모델을 기용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KT 자회사인 KTF는 지난 해 컴백한 서태지를 1년 전속에 32억원 모델료를 줘서 특급으로 예우해 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태지의 모델료는 광고업계 최고 기록.

그후 태지는 KTF의 콘텐츠 서비스인 '핌(Fimm)'의 광고 모델로 등장한다.

컴백홈때의 사진을 찢는 장면이 나오면서 새롭지 않은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기에 팬들로부터 계란세례를 받는다. 포스터가 찢어지며, 그가 나온 모니터 화면이 깨진다. 그리곤 마지막 멘트... '새롭지 않으면 나타나지 마라. 써프라~~~이즈 핌!!!'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없다면 나타나지도 마라'는 핌의 컨셉은 서태지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 광고는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서태지가 달걀을 맞는 장면은 기억하지만 '핌'이라는 브랜드명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지 마케팅의 기본= '좋은 비전 공유'

'좋은 비전이라면 항해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모아 배를 만들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준다'

KT가 새로운 CI와 비전 선포를 추진하면서 직원들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소위 '은하철도999' 책자에 나오는 글귀다.

프랑스의 문인 셍떽쥐베리의 글을 인용해 이미지 마케팅의 기본은 주주-고객-사원간에 비전 나누기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비전을 공유하기에 앞서 우선돼야 한 것은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기업이 아무리 참신한 BI나 CI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해도, 속이 곯았다면 이를 나누기 힘들다.

KT는 공기업 시절 '철밥통'의 이미지를 '렛츠KT(Let's KT)'와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나라', 'The Value Networking Company(주주, 고객, 사원 모두에게 최고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로 바꾸고 있다.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전 SK글로벌)사태로 인한 '부정부패의 이미지'를 '20년을 넓혀온 정보통신 영토, 언제나 시작은 SK텔레콤입니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 SK텔레콤'이라는 글로벌시대 1등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하지만 KT직원들의 강제할당 판매나 SK그룹과의 독립성 확보 문제가 이슈화되면 이런 이미지 마케팅은 힘이 약해진다.

아무리 이미지 자체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해도, 이미지의 본질은 실체 즉, 기업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이미지 마케팅에 공들이는 만큼, 좋은 기업과 제품 만들기에 더 많이 열중해야 하는 이유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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