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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브랜드 특집 2탄-1] 스피드011 vs 모두의 010


 

이동통신 분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브랜드는 바로 '식별번호'다. 식별번호는 경쟁사와 차별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업체 이름보다 훨씬 쉽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도 어느 이동통신 회사에 가입했는지를 묻는 질문을 할 때 "너 LG텔레콤 쓰지?"보다 "너 019쓰지?"라는 말이 더 잘 쓰인다. 심지어 016은 알아도 서비스 회사가 KTF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 이동통신 업체들이 업체 이름보다 주력했던 브랜드가 바로 번호였다. SK텔레콤이 스피드011을, KTF는 엔(n)016, 신세기통신이 파워디지털017을 각각 내세웠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브랜드는 사실상 스피드011밖에 없다. 신세기통신과 한솔엠닷컴이 각각 SK텔레콤과 KTF에 합병되면서 017과 018의 브랜드는 멈춰버렸다. KTF도 몇년전부터 n016에 대한 브랜드화를 중지했다.

대신 지난해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은 스피드011을 회사 대표 브랜드보다 더 중시한 경향이 있었다. 스피드011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회사 브랜드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각각 활용돼 왔다.

스피드011은 소비자들에게 '통화품질이 좋은 고품격의 이동전화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10년이 넘게 장수하고 있다. 덕분에 SK텔레콤은 경쟁사보다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사회 여론주도층이나 30대 이상 장년층을 주 고객층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는 이 회사가 우량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매출을 증가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스피드 011도 올해부터 010 통합번호제도가 시작되면서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신규 가입하는 고객은 무조건 가입 회사와 상관없이 모두 010 번호를 쓰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80%이상의 가입자가 010을 사용한다면 모든 사용자의 번호를 010으로 바꿀 계획도 갖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스피드011' 브랜드는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스피드011의 덕을 톡톡히 본 SK텔레콤은 아깝지만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 번호제도 시행을 앞두고 SK텔레콤은 지난해말부터 '스피드011·010'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는 스피드011의 브랜드를 010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의 김정림 과장은 "스피드010은 브랜드보다는 SK텔레콤의 010 서비스라는 의미의 구분자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스피드010 역시 한시적인 브랜드일 가능성이 크다.

번호이동성제도와 통합번호제도 이후 식별번호를 통한 브랜드가 이제 완전히 가치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경쟁사인 KTF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등록 상표인 '011', 'SPEED011', '스피드011'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해 특허청이 지난 5월 이를 받아 들이기도 했다. 물론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일 뿐 계속해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로 인해 SK텔레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브랜드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SK텔레콤은 스피드011을 대체할 만한 브랜드로 회사대표 브랜드를 내세울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스피드011을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는 회사대표브랜드가 이 역할을 대신하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의 광고에서 '스피드011'보다는 'Sktelecom'의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띄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KTF는 지난 6월말부터 '모두의 010, 모두의 KTF'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모두의010'은 SK텔레콤이 '스피드010'을 통해 010을 자사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N016 이후에 그동안 KTF는 식별번호를 이용한 브랜드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모두의 010'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것은 사실 브랜드보다는 제 2차 양방향 번호이동성 제도를 대비하는 마케팅 차원이었다.

7월부터 KTF의 고객들도 타사로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경쟁사로 가입 회사를 바꿀 수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SK텔레콤의 가입자 뺏기에 전념하던 KTF도 신규고객 확보로 비중을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KTF는 SK텔레콤보다 반년 뒤에 010의 신규 가입자를 위한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SK텔레콤의 스피드011·010 보다는 보다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차피 번호를 통한 브랜드화는 이제 대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나 KTF는 모두 010 신규 번호로 인해 번호보다는 앞으로 회사 대표 브랜드의 비중을 좀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편, LG텔레콤은 그동안 식별번호를 이용한 브랜드화는 진행하지 않아왔다. 마케팅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번호보다는 회사 대표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해왔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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