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 돈키호테-韓 삐에로쑈핑 성인용품숍 해부

콘돔 바라보는 韓日 의식 차 극명…텐가 플래그십 스토어도 '눈길'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카베진알파, 휴족시간, 수면안대, 곤약젤리, 샤론파스….

일본 대형 잡화점 '돈키호테' 인증샷에 등장하는 필수템이다. 그러나 여기엔 등장하지 않는 인기 아이템이 따로 있다. 남한테 보일세라 곤약젤리 더미로 슬며시 감춘 그것. 바로 '콘돔'이다. 대놓고 인증하기엔 부끄럽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성진국' 일본 위시리스트로 콘돔을 꼽는다.

그렇다면 돈키호테에서 콘돔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국내에서 콘돔을 사기 위해 신분증 검사를 받아본 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윗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숍으로 향할 것이다.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신세계그룹의 '삐에로쇼핑'에서도 콘돔을 19세 이상만 출입 가능한 성인용품숍에 배치해 놨다.

그러나 일본 도쿄 시부야의 돈키호테에선 성인용품숍을 아무리 둘러봐도 콘돔의 'ㅋ'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놀랍게도 이곳에선 콘돔을 3층 화장품 코너 옆에서 판매한다. 교복을 입은 일본인과 나이 지긋한 외국인 할아버지가 진지한 얼굴로 각종 제품을 비교 분석하고 있기에 '건강식품 코너인가' 생각했던 곳이 바로 콘돔 매대였다.

돈키호테 긴자점이나 후쿠오카점에선 1층 장난감 코너 옆에서 콘돔을 판매한다고 한다. 당연히 신분증 검사도 없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콘돔을 활용한 피임방법 등을 성교육으로 배우는 일본에선 콘돔이 전혀 남사스러운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콘돔 판매대 앞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쭈뼛대는 건 한국인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되짚어보니 방금 방문한 성인용품숍에서도 신분증 검사 같은 건 없었다. 'OPEN'이라고 적힌 네온사인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투명 블라인드는 애당초 '성역'같은 건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자위기구로 유명한 일본 성인용품 전문업체 '텐가'는 아예 성인용품숍 밖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외관만 보면 대형 사탕 가게 같은 이곳에서 일본인 남성 둘은 제품을 직접 만져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성용 자위기구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외국인 여성도 있었다. 매장 앞에 '18세 이하는 입장을 삼가 달라'는 세움 간판이 세워져 있긴 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 자위기구를 진열해 놓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이틀 뒤 방문한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삐에로쇼핑의 성인용품숍 풍경은 사뭇 달랐다.

우선 내부를 쉽게 들여다볼 수 없도록 불투명 가림막이 처져 있었다. 가림막에는 '19, 미성년자는 안 돼~'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내부에는 2, 3명의 직원들이 상주하며 출입을 관리한다. 이들은 앳돼 보이는 커플이 들어가자 신분증 검사를 요청하거나,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들어가자 "안 돼, 나가세요"라고 꾸짖었다.

텐가를 비롯한 자위기구와 콘돔은 일본 못지않게 많은 상품이 진열돼 있었지만, 모두 성인용품숍 안에만 자리했다. 그중에서도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나 볼 법한 SM 용품은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이곳을 들어가려면 가림막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들어섰지만, 어쩐지 금단의 영역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 성인용품숍 안엔 적막이 흘렀다. '슬기로운 올가즘 생활', '혼자할 텐가' 등의 익살스러운 문구가 머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쿡쿡' 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던 돈키호테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미성년자 판매금지 상품인 술과 담배는 버젓이 진열해놓으면서 미성년자도 살 수 있는 콘돔은 왜 꽁꽁 숨겨놓는 것일까.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에 따르면 돌출형 등 특수형 콘돔만 미성년자에게 팔 수 없도록 했을 뿐, 일반 콘돔은 제한 대상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서도 콘돔은 '3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청소년에게 콘돔 판매는커녕 구경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이 많다. 국내에선 '음지'로 여겨졌던 성인용품숍까지 열며 일본의 돈키호테를 한국에 재현한 삐에로쇼핑이지만, 콘돔을 바라보는 인식까지는 가져오지 못한 셈이다. 삐에로쇼핑 성인용품숍이 단순 '재미'에만 그칠지, 인식의 변화까지 가져올지 관심이 주목된다.

도쿄=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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