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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 복귀와 짜릿승, 바닥에 있던 신뢰가 올라왔다


염기훈 도움-신화용 선방쇼 등 선참들 리드에 수원 선수단 똘똘 뭉쳐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서정원 아웃(OUT)'을 외쳤던 일부 팬이 '쎄오(SEO) 오 마이 히어로(Oh my hero)'로 바꿔 외치는 상황을 목도한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나 선수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묘했을까.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KEB하나은행 2018 FA컵 8강전을 치렀다. 지난 3일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는 수원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로 이날로 순연됐다.

이미 울산 현대, 전남 드래곤즈, 대구FC가 4강에 오른 상황에서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수원과 제주는 처절하게 싸웠다. FA컵 우승이 K리그1 3위보다 낫기 때문이다. 우승팀은 내년 ACL에 직행하지만, 3위는 플레이오프로 본선 진출 여부를 가린다. 내년 전지훈련 시기와 선수들의 휴식 기간이 달라진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8월 28일 전북 현대와 ACL 8강 1차전을 하루 앞두고 돌연 자진 사퇴했다. 이병근 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맡았지만, 위기는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고난의 행군이었다.

박찬형 대표이사는 서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기다리고 설득하기를 반복했다. 서 감독이 지난 15일 전격 복귀하면서 일부 축구인들은 "지도자 망신"이라며 비판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올해 말까지만 자신의 임기를 수행하고 나가겠다는, 대신 FA컵, ACL, K리그1을 제대로 해내고 나가겠다는 사명감이 서 감독을 감쌌다.

서 감독이 훈련장에 등장한 지난 15일 수원 화성 클럽하우스에는 온기가 돌았다고 한다. 수원 관계자는 "독일에 있는 줄 알았던 서 감독이 훈련장에 나타나니 선수들이 보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것 같았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서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느꼈던 모양이다. 그는 "처음 훈련장에 등장했는데 몇몇 선수가 환호하더라. 어떤 선수는 꿈만 같다고 말하더라"며 자신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에 마지막까지 책임의식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명'을 말했다.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상황에서 집중력의 승자는 수원이었다. 신화용 골키퍼가 제주 1~3번 키커의 킥을 모두 막는 '초능력'을 보여줬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후보 선수들은 "(염)기훈이 형은 왼발이 확실하니 성공할 거다", "(신)화용 형이 다 막을 거야. 신화용 믿는다"고 소리치는 등 연대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서 감독의 복귀를 설득했던 최선참급들은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염기훈은 연장 후반 박기동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2-2 무승부로 탈락 위기를 막았다. 신화용은 승부차기에서 3번의 선방으로 2-1 승리에 기여했다. 리더가 돌아오니 팀을 이끄는 선참들이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지난해까지 주장이었던 염기훈은 "힘든 결정을 해주셨지만 좋았다. 감독님 사퇴 후 마음 잡기가 쉽지 않았다. 노장인 나도 선수들을 다잡아주기가 어렵더라. 감독님 오시면서 일단 안정됐다"며 절대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경기 후 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는 염기훈은 "(복귀를) 힘들게 결정했을 때 졌으면 그런 결정이 무의미했을 텐데 잘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감독님의 결정에 보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음을 강조했다.

서 감독은 '올해까지'라고 취재진에게 외쳤지만, 염기훈이나 선수들은 믿지 않았다. 그는 "올해까지만 하겠다는 것을 기사로만 봤다. 올해가 끝일지 내년일지 아직 모른다"며 차후에도 설득이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이어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고 시너지 효과도 있다. 좋은 타이밍에 돌아오셨어. 하나로 더 뭉치는 계기가 됐다"며 허망한 모습은 더는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방을 펼친 신화용도 "오늘이 시작이다. 앞으로 더 잘하도록 서로가 열심히 해야 한다"며 막판 대반전을 예고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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