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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최고의 이혼'★★★★☆


이혼 부부가 던지는 물음들, 원작과 닮은 듯 다른 재미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전혀 상관없는 남녀가 만나고 서로 사랑에 빠져서 결혼할 확률, 기적이라고도 하죠. 기적이죠. 스스로 그런 고문을 선택하다니. 결혼은 길고 긴 고문이에요. 양반다리 위에 돌을 올린다던가 물레방아 같은데 묶어놓고 빙빙 돌린다던가."

시작부터 남자의 입에서 나온 '결혼'의 정의는 무미건조를 넘어 씁쓸하고, 끔찍하기까지 하다. 화면은 결혼 3년차 부부의 결혼 생활을 담아낸다. 꼼꼼하고 깔끔한 남편과 털털하고 덜렁대는 아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녀는 사소한 일로 부딪히고 다툰다. 이미 여러번 이혼합의서도 썼지만, 변화 없는 일상은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비 내리던 밤, 아내는 자신보다 화분을 먼저 챙기는 남편의 문자를 받고는 이혼 서류를 내민다. 왜 화내냐는 남편에게 아내는 "그만 할래. 당신 이제 필요 없어. 완전 개운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화내고 울면서 꺼낸 이별이 아닌,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전한 이혼 통보. 어쩐지 울컥하는 순간이다.

KBS2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극본 문정민/연출 유현기)은 '결혼은 정말 사랑의 완성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결혼·가족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리는 러브 코미디. 이혼 후 비밀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 조석무(차태현 분)과 강휘루(배두나 분)가 서로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고 조금은 특별한 이혼 부부의 모습을 담게 된다.

'최고의 이혼'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풋풋함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연애는 사라지고 사소한 일로도 부딪히는 현실적인 부부가 등장한다.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아예 않는 건 아니다. 휘루는 "조그만 변화가 관계에 아주 큰 변화를 준다"는 게스트하우스 손님의 말에, 새빨간 립스틱으로 분위기를 바꿨지만 석무는 "얼굴 왜 그래. 무서워"라고 쏘아붙일 뿐이다. 어쩌면 그 때 휘루가 박박 씻어낸 건 화장이 아니라, 다친 마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석무가 첫사랑 진유영(이엘 분)과 우연찮게 만난 그날 밤, 아내는 이혼 통보를 했다. 왜 화내냐고 묻는 석무에게 "당신은 아마 평생 모를 거야"라는 말로. 석무는 그 이유를 진심으로 알려 하지 않았고, 휘루 또한 그 이유를 애써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덜컥 이혼을 했지만, 그날로 안녕하는 헤어짐은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이혼을 알릴 수 없었다. 휘루의 말처럼 "이혼은 두 사람이 아닌, 두 가족이 하는 것"이었기 때문.

조석무는 수술을 한 달 앞둔 장인어른을 걱정했고, 강휘루는 시아버지와 시할머니의 생일을 챙겨야했다. 장모님의 저린 다리를 주물러주는 석무, 잘하지 못하는 요리를 정성스럽게 해간 휘루. 그런 서로를 무심하지만 챙겨주는 부부의 모습에 뭉클함이 느껴진다. 일본 원작과 비교해 가족 문화가 깊숙이 침투된 한국의 결혼 생활이 조금 더 밀도 있게 다뤄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작을 각색하며 한국적인 정서와 보편적인 생각을 담아내려고 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이혼에 대한 현실 공감을 높인 대목이기도 하다.

드라마에는 또 한 쌍의 부부가 더 등장한다. 조석무의 대학시절 첫사랑 진유영(이엘 분)과 그녀의 남편 이장현(손석구 분)이 그 주인공이다. 이장현은 동네에서 매번 다른 여자와 다정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진유영은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왜 그런 사람과 결혼했냐는 석무의 물음에 "이 사람을 만나고서야 알았어. 사랑은 다른 거구나.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구나. 나 사랑에 빠졌구나"라고 말한다. 휘루와 석무만큼이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두 사람의 부부 생활도 흥미를 높인다.

드라마는 곳곳에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깊숙한 공감을 안기고 있다.

한 때는 특별했던 연애와 사랑이 결혼 생활로 무뎌지면서 감흥 없는 '평범한 스토리'로 남았고, 나에겐 좋은 추억이었던 연애가 상대방에겐 "이 남자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끔찍한 기억이기도 하다. 다시 만난 옛사랑에게 "다른 사람이랑 다른 길을 걷는 생각을 해본적 없냐"는 발칙한 물음도 던졌다. 사랑은 무엇인지, 또 결혼은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생각거리를 안기며,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잘 마쳤다.

'최고의 이혼'은 드라마 초반 일본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 정반대 성격의 부부가 이혼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주요 에피소드들이나, 대사도 비슷하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판 '최고의 이혼' 속 캐릭터들의 직업이 달라지며 생긴 변화들, 그리고 등장인물이 훨씬 많아지고 이들의 관계가 또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성이 짙었던 일본 원작과 달리,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이로 인해 담백해진 스토리들이다.

원작과 또다른 재미를 안기는 가장 큰 지점은 역시 배우들이다. '믿고 보는 배우' 차태현과 배두나는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국민호감남' 차태현은 지금껏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결이 다른, 잔소리 많고 까칠한 조석무를 이질감 없이 표현했고, 특유의 생활밀착형 연기로 드라마에 공감을 입혔다. 배두나는 털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강휘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으며, 밝음 이면의 세밀한 감정선까지 담아내 감탄을 자아냈다.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연기 구멍' 없이 제 몫을 해주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완성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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