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비용추계 野 공세 '적게 퍼줘도 죄?'

정부 대북제재 현실 감안 내년도 2천896억원만 반영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4·27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정부의 비용추계를 두고 보수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통일부가 철도·도로 연결사업, 산림협력 등 당장 내년도 반영분 3천억원가량만 추계한 점이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에 턱없이 못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비용추계의 비현실성을 들어 '비준동의 불가'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작 비용추계 당사자인 통일부는 억울한 분위기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엄존하는 가운데 남북교류 협력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정확한 추계 자체가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대북제재를 감안, 오히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보수적'으로 추계한 결과가 보수 야당의 공세로 되돌아온 셈이다.

지난 11일 오후 정부는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과 이행에 따른 비용추계를 국회에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직후 "판문점 선언 전체사업에 대한 재정추계 없는 1개년 추계만으로 국회비준은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준안 또한 다른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거친다. 비준안 심사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강석호 위원장은 12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의 비용추계에 내년 예상 비용만 담는 것은 적절치 않아 국회 예산정책처에 별도로 비용추계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통일 후 북한 경제 정상화에 631억원(70조8천억원)이 소요된다는 씨티그룹의 전망치, 북한 인프라 투자규모를 112조원으로 예측한 미래에셋대우의 전망치를 소개하며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추산안 금액과 괴리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정치권의 판단이 향후 10년, 20년 젊은 세대에 통일비용으로 다가오는데 과연 정부가 진실되게 얘기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요한 비용으로 내년도만 한정, 2천986억원의 추가 소요를 책정했다. 구체적으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예년보다 787억원 증가한 2천951억원, 산림협력에 837억원 증가한 1천137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체육교류에 76억원 증가한 205억원, 이산가족상봉에 216억원이 증가한 336억원이 반영됐다. 오는 14일 개소할 남북공동 연락사무소에 새로 83억원이 반영됐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지난해보다 2천986억원 증액된 4천712억원이 교류협력 사업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철도·도로 등 교통 인프라 현대화에만 수십조원이 투입될 것이란 게 보수 야당과 함께 일반적 상식이다. 특히 판문점 선언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2007년 10·4 선언 이행에 관해 당시 노무현 정부의 비용추계가 14조5천억원이다. 남북은 10·4 선언을 통해 서해평화지대 및 해주 경제특구 조성, 남포 조선협력단지 등 대규모 경협사업을 약속했다.

문제는 당시 남북 교류협력 상황과 국제정세가 지금은 현저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5·24 조치의 발효로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데다 2016년 개성공단도 폐쇄됐다.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겹겹이 강화된 상황이다.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은 물론 미국의 행정조치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경협 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측 관계자는 "이번 비용추계는 올해 말까지 북한의 비핵화에서 진척이 이뤄지고 대북제재가 일부 완화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당장 내년도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만 제한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4·27 정상회담 당시 동해선, 경의선 등 교통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도록 양국 정상이 합의했지만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남북이 추진한 경의선 철도 점검 차원에서 기관차 운행조차 유엔사령부의 불허로 무산됐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는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해소된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막상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내년에 추진된다고 해도 파손상태를 확인하는 현장 점검 등 공동조사 단계 정도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 이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져도 매년 국회의 예산 심사를 감안 새로 추계가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몇 십년이 걸릴지 모를 경협 사항을,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전체 소요비용을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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