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의 정치학…靑 '반전 카드' 쉽지 않네

野 판문점 선언 비준안·정상회담 동행, 번번이 퇴짜 '정략' 반발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올해 들어 세번째로 진행되는 남북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상회담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보수 야당의 갈등이 확산일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는 한편, 이를 청와대와 여당의 정략적 시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 보수 야당이 청와대의 정상회담 동행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청와대는 더욱 난감해진 모습이다.

정상회담 이후 9월 말 국제 정세가 한반도 비핵화의 중대 기점이자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청와대의 대야 압박이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이미지를 극대화, 정국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며 "북미 대화의 교착을 풀기 위해 강력한 국제적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당적 뒷받침'과 관련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당리당략'은 우선 한국당의 비준안 처리 반대 입장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당내 한국당 출신 인사들을 의식,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의 우선 처리와 비준안의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당초 청와대와 여당이 내심 기대한 정상회담 전 비준안 심사 및 처리는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졌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청와대의 방북 초청을 '일언지하' 거절한 점도 '당리당략'에 포함된다. 지난 10일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5개 정당 대표와 국회의장단,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정상회담 동행을 요청했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물론 국회의장단과 외통위원장까지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국회의장단의 경우 이주영(한국당), 주승용(바른미래당) 부의장이 당 입장에 따른 것은 물론 여당 출신 문희상 의장도 국회 일정상의 이유로 불응했다. 강석호 외통위원장도 한국당 소속으로 의장단과 마찬가지 동행을 고사했다.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이뤄진 데 따른 갑작스런 제안으로, 국회가 소위 정상회담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개초청 전 청와대와 당사자들간 사전조율이 전혀 없었다"며 "야당 대표들이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방북을 제안한 것은 야당과 협력했다는 명분쌓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설명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전에 정상회담 동행을 이전에도 요청했다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직접 요청했던 내용"이라며 "한 달 전부터 해왔던 요청을 이제와서 '정략적'이라고, '졸속'이라고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달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회동 후 합의문을 통해 "여야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고 지원한다. 남북 사이의 국회·정당간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오는 18~20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9월 말 국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27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거듭된 북측의 유화적 메시지에 미국이 화답하면서 북미간 2차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아베 총리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의지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전제로 최근 보수 야당과 언론의 경제실패론으로 가속화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킬 정국 주도권을 움켜쥘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야권에선 청와대가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안 제출 계획을 발표한 것 자체가 정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당 소속 외통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직전 예정된 14일 본회의 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며 "협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만약 정상회담과 곧이어 10월 국정감사 이후 비준안을 제출한다면 정기국회 마감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그때도 졸속심의라는 야당의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정기국회 중 처리를 염두에 두고 국회일정과 추석 연휴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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