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무색' 여야 판문점선언 비준안 두고 '대격돌'

'정상회담 영향 줄까' 비준안 논의 결국 정상회담 이후로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여야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을 둘러싼 격한 설전으로 협치 약속이 재차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는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보수 야당이 강하게 비준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비준안을 오는 18~20일 정상회담 이후 논의하기로 일단 갈등을 봉합한 상태다. 당장 비준안을 둘러싼 논란이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이 청와대의 비준안 제출 계획 발표 이후 나타낸 강경한 반응을 고려하면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처리를 두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번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의 비준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발전법상 국민의 재정부담이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만큼 정치적 절차가 아닌 법적 절차"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의 18일 평양 방문에서 비준된 동의안이 훨씬 더 신뢰 있는 남북회담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일부 야당이 여전히 반대하지만 더 설득하고 대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섭단체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경제 실정에 허덕이는 문재인 정권이 비준안을 일방적으로 들이밀고 있다"며 "다음주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사정 악화와 부동산 급등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인식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 동의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이 종전선언 운운하며 북핵 이슈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일단 반대하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 국내법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남북간 합의의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면, 여야 만장일치로 결의안부터 우선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같은 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판문점 선언과 비핵화 이후 북한과의 전면적 교류협력 확대는 지지하되 정부, 여당의 입장과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한국당 출신 의원들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진보 성향이 강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경우 조속한 국회 비준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판문점 선언은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확대 복사판으로, 한국당의 할아버지 정권인 민주자유당이 만든 것"이라며 한국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경우 10일 "홍준표 대표 시절의 '위장평화쇼' 주장에서 과연 얼마나 달라진 것인지 의문"이라며 한국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국당·바른미래 '반대' 정상회담 이후 재논의

판문점 선언은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정상회담 합의문이다.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 개선 방향과 공동번영 및 자주통일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상호 적대행위 전면 중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2007년 10·4 선언 합의사업의 적극 추진 등 내용을 담았다.

남북은 10·4 선언 당시 해주 경제특구 및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개성공단 확대 등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4·27 판문점 선언의 1차적 과제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가 추진 중이다. 청와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요한 예산추계를 11일 비준동의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상황에서 18일 문 대통령 방북 전까지 비준동의안이 처리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비준안이 처리될 본회의는 14일로 불과 며칠 앞인 데다 비준안을 검토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상임위원장은 한국당 강석호 의원이다. 상임위 안건 상정은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에 따른다는 상임위 운영 통례상,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상정되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일단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비준안에 대한 논의를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답보 상태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는 만큼 비준안의 정쟁화가 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같은 합의 내용을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충분히 논의하고 정상회담 이후 결과를 보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3차 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쟁화하지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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