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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미국은 ‘미투’ 아닌 ‘미낫(Me not)’ 광풍


우드워드 책 ‘두려움’(Fear)에 이어 뉴욕 타임스 익명 칼럼 파문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미국 워싱턴에서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한 줄로 서서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미낫’(Me not)을 외치고 있다. 제일 먼저 나선 것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그 다음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 그 다음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난 4일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 행정부 현직 고위관리라고 밝힌 한 기고자의 칼럼을 익명으로 게재한 후 너무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워싱턴 정가는 과연 이 익명의 기고자가 누구인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고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과 불안정성 때문에 정부의 정책 결정이 순조롭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정권 출범 초기에는 내각 안에서 대통령의 직무불능 판정과 승계절차를 다루는 수정헌법 25조에 대한 언급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대통령직 박탈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NYT는 "기고자의 요청도 있었지만, 그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기고자는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일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하자 전례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거의 모든 장관들과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고위 관리들이 6일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 비정상적인 익명의 기고자가 아님을 단체로 선언했다.

익명의 기고자는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색출 작업과 시민들의 ‘알아 맞추기’ 게임의 표적이 돼 텔레비전, 온라인, 소셜 미디어 등에서 엄청난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켄터키 주 상원의원 랜드 폴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관리들을 대상으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강제하도록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또 다른 인사는 필요할 경우 법정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고위 관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보좌관은 백악관이 12명 정도의 혐의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익명의 기고자와 뉴욕 타임스를 비난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특출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쓴 사람은 이 정부를 위해 일할 수 없다”라며 “그들은 명예로운 일을 해야 하고, 사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익명의 비겁자’를 알고 싶은 사람은 뉴욕 타임스에 전화하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 타임스의 대표 교환번호를 게시했다. 샌더스는 “뉴욕 타임스가 이 기만적인 행위에 연루된 유일한 당사자”라며 “우리는 함께 뭉쳐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박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도 가세했다. “익명의 기고자, 당신은 이 나라를 보호하고 있지 않다. 당신은 비겁한 행동으로 이 나라를 파괴하고 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밥 우드워드의 새로운 책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익명의 칼럼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는 ‘설익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때로는 무모한 결정’을 하는 대통령을 저지하기 위해 ’조용한 저항‘(quiet resistance)을 하는 일단의 ’소리 없는 영웅들‘(unsung heroes)이 있다고 묘사했다.

고위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급한 명령을 내리거나 문제가 되는 결정을 최소한 늦추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책상위의 문서들을 훔쳐갔다고 익명의 칼럼은 폭로했다. 이 칼럼을 쓴 고위 관리는 무능력을 이유로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논의까지 있었다고 썼다. 그러나 헌법적 위기를 누구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폐기됐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의심의 대상이 자신의 참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을 향해 있으며, 그 모든 사람들을 트럼프 대통령은 욕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정치 담당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때때로 비판적인 새러 패건은 “그러한 현상은 통치력에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당하게 당선됐고, 어젠다가 개념이 부족하더라고 참모들은 그와 그의 어젠다를 지지해야 한다”고 패건은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익명의 기고자는 자신을 밝히고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각 부처에 전화를 걸어 장관들이 익명의 칼럼에 책임이 있는가를 물은 후 부인하는 많은 대답을 수집했다. 백악관의 이러한 행위는 미국의 정상급 관리들이 방송국 마이크를 향해 행진하거나, 보좌관을 통해 부인하는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도록 하는 기형적인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인하는 사람 중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키르스티엔 닐슨 국가안보국 장관,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이 아님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칼럼을 비난했다. 그러나 분명한 부인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피하는 데는 그다지 소용이 없을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딥 쓰로트’였던 마크 펠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도 자신임을 극구 부인하다 30년이 지나서야 털어 놓았다.

언론인, 정치인, 소셜 미디어 이용자 등은 뉴욕 타임스 칼럼을 통해 단서를 찾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상원의원 존 맥케인의 장례식을 칭송하는 칼럼 내용은 맥케인과 친분이 있거나,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관리일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했다.

익명의 기고자는 ‘북극성’(lodestar)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몇몇은 대중 앞에서 이러한 표현을 한 사람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존 맥케인의 장례식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명예는 존의 북극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 또한 익명의 기고자가 장례식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 중에서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존 켈리 비서실장,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존 헌츠먼 주러시아 미국대사, 루돌프 줄리아니 대통령 변호사 등이었다.

익명의 기고자 이름은 사설을 담당하는 논설위원실에는 알려졌지만, 백악관 출입기자와는 공유되지 않았고 단지 “도널드 트럼프의 최악의 결정과 어젠다를 파괴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많은 고위 관리 중 한 사람으로 기고자는 자신을 묘사했다.

거짓말 탐지기의 사용도 고려했지만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 기사를 제공한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거짓말 탐지기 사용에 동의해지만,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조지 슐츠 국무장관은 사임하겠다고 위협하자 레이건 대통령은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익명의 기고자를 찾아낼 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책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초점을 맞춰 기술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트럼프 탄핵에 대해 물었고, 또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점들을 문제로 주로 다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적합성’(fitness)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 밥 우드워드의 ‘두려움’이다. 그리고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합성에 대한 너무 많은 증거를 제시했다.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시점에서 익명의 칼럼과 밥 우드워드의 ‘두려움’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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