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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원코리아] ①북한도 4차 산업혁명 '열공 중'


남북경협 돛 올리나 … 국내 ICT 업계, 北 인프라·한류 '눈독'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맞춰 남북경협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기업들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졌다. 북한이 비핵화 이후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낙후된 산업 전반의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

특히 도로·철도·항만과 함께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정보통신(ICT) 분야는 경협 최우선 대상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의 산업시설, 공단 곳곳에 깔릴 유무선 네트워크 수요와 북한의 수준 높은 과학기술 인력과 협업 가능성 때문이다. 아이뉴스24는 베일에 가려진 북한 ICT 산업 현황과 함께 국내 업계와의 경협 가능성, 이를 위한 과제 등을 4회에 걸쳐 다뤄본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2015년 세계적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연대회 '코드 셰프'에서 구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다름 아닌 북한이다.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학부 차명수군을 필두로 3천700개팀을 누른 결과다. 국내 업계는 북한의 이런 수재급 SW 개발인력이 17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 '해킹 강국' 다운 막강한 인재풀이다.

2천500만 인구의 초거대 도시 상하이의 교통관제 시스템은 북한의 이런 기술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로 꼽힌다. 1천300만 기준으로 설계된 교통관제 시스템을 개선해 교통흐름 속도를 20% 이상 개선한 주역이 바로 북한 기술자들이다.

북한은 자력으로 인공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린 나라답게 상당한 정보통신(ICT), 과학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핵 개발, 경제건설이라는 병진노선에서 이제 경제 분야로의 '올인'을 선언하고 있지만 문제는 국제사회의 제재다.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낙후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좀처럼 기술적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내 ICT 업계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과연 정보통신(ICT) 분야의 또 다른 '개성공단'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북한의 이른바 '정상국가화'를 위한 북미간 비핵화 프로세스가 숨 가쁘게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ICT 업계도 이 과정을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비핵화 이후 부상할 북한의 대규모 인프라 시장과 한류 열풍,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인력이 현재 성장 한계를 맞은 국내 ICT 업계 입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4차 산업혁명 '열공 중'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경협 로드맵은 '한반도 신경제지도'로 요약된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전제로 현재 전면 중단된 남북경협 사업의 과거 참여정부 수준 복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남북한 단일시장을 구축, 경제통일을 도모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권역과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연결하는 동해권역, 비무장지대(DMZ)와 백두산을 연결하는 환경·관광지구를 주축으로 대규모 경협 사업을 추진, 한반도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남북한 공동 번영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3통(통행·통관·통신)'은 그 전제 조건에 속한다. 통행과 관련 철도·도로 복원을 위한 남북 실무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통신 인프라는 북한의 현대화와 관련해서도 가장 시급한 분야로 1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당장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만 해도 폐쇄 직전까지 북한 사회의 폐쇄적 특성상 유선전화 정도만 운영된 상태였다. 개성공단의 재가동 가능성이 열리면서 참가 기업들 사이에서도 클라우드와 서버, 각종 업무용 소프트웨어까지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개성공단 참여업체들 사이에서 이동통신, 인터넷 개통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며 "향후 경협 프로젝트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인프라 현대화에 대해 절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높은 관심도다. 그는 2012년 권력승계 직후부터 '새 세기 산업혁명'을 통한 지식경제 강국화를 강조해왔다. '새 세기 산업혁명'은 4차 산업혁명의 북한식 표현이다.

'단번 도약'도 김정은 위원장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여러 단계를 한번에 뛰어넘는 '퀀텀점프'를 의미하는 단어로 낙후된 제조업 산업기반을 뛰어넘어 ICT 기반 지식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ICT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북미관계 정상화, 비핵화 이후 본격적인 경협 국면에 들어갈 경우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모바일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북한처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한국, 일본 등 주변국에 비해 유무선 네트워크 투자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그러나 급속한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핀테크를 비롯한 각종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도 중국 국빈방문 당시 서민식당에서 조식을 마친 후 중국에 일반화된 모바일 결제 방식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터넷, 전화 등 유선망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미 베트남, 미얀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에선 곧바로 모바일 중심의 환경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에 대해서도 통신업계가 당장은 어렵더라도 여러 사업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표창균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은 "북한이 강조하는 '단번 도약'은 이미 김정일 시대부터 강조되는 얘기"라며 "과거 국제적 해킹, 핵개발에 이용되던 과학기술과 인력을 산업발전을 위한 경제전선에 돌려 성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와 北 기술 결합하면?

방송·콘텐츠 업계의 경우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한류 콘텐츠 소비는 이른바 '비사회주의적' 요소로 은밀히 이뤄지는 실정이다. 김정은 체제 이후 형성된 장마당에서 중국산 DVD, USB 등을 구입, 한국산 드라마·영화·대중가요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덩달아 중국을 통해 들어온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3월 방북예술단의 '봄이 온다' 공연 당시 참가한 가수 백지영, 이선희, 최진희 등의 히트곡들도 북한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곡들이다.

KT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처럼 유선망을 구축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신 위성방송은 가능하다"며 "북한에 보급될 경우 한류 콘텐츠의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핸디소프트 이상신 부회장은 "북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미래기술 분야에서도 상당한 원천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체제 특성상 사업화시킬 능력이 부족하다"며 "북측과의 협업 기회를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주변국에 넘기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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