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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e스포츠]韓 e스포츠 리딩 전략은?④


전문가들 "정부·산업 차원 개선 필요…협회 역할도 중요"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대한민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e스포츠 종목 선정위원장이자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의 쓴소리다.

e스포츠 시장의 무게 중심이 급격하게 성장한 미국과 중국 등으로 이동한 만큼 한국도 달라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역시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생각에 얽매여 있는 사이 정작 수익을 가져가는 건 미국과 중국"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 e스포츠가 성장과 퇴보의 기로에 선 가운데, 한국 e스포츠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현실적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차원 부정적 인식 개선…불필요한 규제 타파

전문가들은 먼저 정부 차원에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이 마약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게임을 지하로 밀어 넣는 사회에서 발전을 논하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e스포츠 진흥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을 유해물질 또는 청소년들의 성장 저해 요소로 간주하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이 게임에 대한 사회적 공격을 멈추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제거에더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아울러 위정현 학회장은 "청소년들의 인권과 삶을 진정으로 논하고 싶다면,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학원 뺑뺑이를 돌 수밖에 없는 입시제도 현실부터 개선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이어 "게임을 공격하기 전에 아이들이 고통받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개선해나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제도권 밖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e스포츠와는 맞지 않는 불필요한 정부 규제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제도권 밖에서 시작한 e스포츠를 지나치게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려는 과정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었던 것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말 e스포츠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면 규제가 아닌 건전한 여가, 가족 문화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시설, 시스템, 사회적 여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게임을 문화로 건전하게 즐기는 인구가 확장돼야 e스포츠의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또 정부 주무 부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스포츠 무대에서의 활동을 주관하는 것은 2차관 산하인데, 현재 e스포츠의 주무부서는 1차관 산하 게임 관련 부서"라며 "시너지와 효율성, 효과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e스포츠 종목 육성…장르에는 전략적 요소 담아야

정부 차원의 국산 e스포츠 종목 육성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단순한 국산 종목 게임 개발에 그칠 게 아니라 정부가 초창기부터 지식재산권(IP) 확보 등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국산 e스포츠 종목 육성은 국내 e스포츠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순 국산 게임 개발 등이 그 해결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산 게임도 결국 IP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펀드를 조성하고 지분 확보를 하는 등 개발 단계에서부터 유무형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르적인 차원에서는 전략적 요소를 담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치중돼 있는 국내 게임업계의 트렌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학회장은 "명확한 기준을 통해 누가 이기고 지는지 겨룰 수 있어야 하는 e스포츠의 본질에 MMORPG는 적합하지 않다"며 "일본이 스트리트파이터를 e스포츠화시키려 노력하는 것과 같이 1인칭 총싸움(FPS) 게임이나 전략적 요소가 있는 게임들을 국산 종목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및 수익 모델 다각화…산업 영역 확대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고민 역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선수층과 경기력, 팬덤 등이 갖춘 수준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 구조가 취약, 수익 모델이 다각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발달한 인터넷 환경 등으로 인해 유망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은 지녔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세계 최고 선수와 실력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한국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기반으로 e스포츠 리그 개최 및 중계 등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머천다이징, 스트리밍, 코칭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스포츠 영역을 산업적으로 공략, 산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성희 교수는 "현재 프로야구의 경쟁자는 프로축구가 아닌 영화, 문화, 레저, 예술 등의 문화 활동"이라며 "이미 전통적 스포츠 시장에서도 비스포츠 활동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도 적극적으로 비스포츠 영역을 '산업적'으로 공략하면서 해당 산업의 영역을 확장하는 듀얼 트랙 정책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역할 중요…독립적 위상 갖추고 연구 진행해야

한국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e스포츠협회의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현재 e스포츠협회는 회장 자리가 장기 공석이 되면서 리더십 부재와 장기화된 파행 운영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위정현 학회장은 "협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먼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며 "현재는 e스포츠협회가 지나치게 정치와 유착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정치인이 협회장을 맡으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향후 독자적인 민간 협회로서 독립성을 가진 이미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내외 상황에 대한 대응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체계적으로 e스포츠 관련 연구를 진행, 근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e스포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분이 자문을 얻으러 다녀간 적이 있다"며 "중국은 분명 후발주자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벌써부터 국가 주도로 e스포츠의 '스포츠'성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국 협회 역시 이에 대한 충분한 학문적, 역사적, 상황적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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