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카트 폭발, '배터리셀' 원인 여부 놓고 팽팽

폭발 원인, '배터리 내부 vs 외부' 첨예 대립


[아이뉴스24 한상연, 이영웅 기자] 골프장 전동카트 폭발사고의 원인을 두고 당사자들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골프장 측은 배터리 셀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LG화학 측은 배터리 셀을 폭발 원인으로 볼 근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셀 1위 제조업체 LG화학은 지난 2016년 자사 셀이 장착된 골프장 전동카트가 폭발하는 사고로 골프장 측이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1심 법원은 증거불충분을 근거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 골프장 '배터리 폭발' vs LG화학 '외부 열 유입' 첨예

폭발 사고의 핵심 쟁점은 최초 발화 지점이다. 골프장 측은 내부에서, LG화학 측은 외부로부터 최초 발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장 측은 배터리 셀의 제조상 결함으로 인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셀 일부에서만 천공(구멍)이 발생한 점과 폭발 전후로 전해액 냄새가 났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재판부 판결문과 양측 법무대리인 측이 제출한 참고서면에 따르면 카트 내 장착된 배터리 셀 중 왼쪽 셀에는 천공이 생긴 반면, 오른쪽 셀에는 천공이 발견되지 않았다.

골프장 측은 LG화학 측 주장대로 외부 요인일 경우 어느 방향에서 열이 유입이 된다면 배터리 팩 내부에서 열이 고르게 퍼지다가 일정 온도에 다다랐을 때 압력이 높아져 전체적으로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쪽 셀에만 천공이 생긴 것은 발화 요인이 외부가 아닌 배터리 내부 발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제조 과정상 결함을 증명해야 할 골프장 측이 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원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발화원인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어 귀책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폭발한 전동카트에는 배터리 셀을 보호하는 배터리보호회로(BMS)가 내‧외부에 설치돼 있었는데, 이 중 내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소 가능성이 낮은 외측 BMS 만이 전소됐다는 점을 근거로 외부에서부터 폭발 요인이 유입됐다는 주장이다.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는 직‧병렬로 연결된 배터리 셀을 보호하고, 사용시간, 예상 전류용량, 주변온도에 따른 용량 변화, 배터리 과열 등 배터리 셀 전반의 상황을 파악해 관리하는 회로를 일컫는다.

또 배터리 셀 내부에서 발화가 시작됐을 경우 관찰될 가능성이 높은 카트 상부 뚜껑에서 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수열흔이 집중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최초 발화 지점이 내부가 아닌 외부라는 증거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앞서 폭발한 카트에 대한 정밀 분석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리튬이온 배터리 이외에서는 발화 관련 전기적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는 상태로, 배터리 이외에서의 전기적 발열에 의한 발화는 배제될 수 있다"고 결과를 내놓았다.

LG화학 측은 국과수 분석 결과에 대해 발화 지점과 발화 원인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해석, 골프장 측이 주장하는 내부 발화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골프장 측 증인들의 증언만으로 전해액 누액 여부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외측 BMS 만이 전소된 점 등을 고려, 원고(골프장 측) 패소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골프장 측)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화제가 배터리 팩에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배터리 팩의 제조상 결함으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 전문가, 전동카트 폭발 'BMS 하청' 근본 원인

이 같은 사건의 원인은 비단 LG화학이 공급한 배터리 셀의 문제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의 진단이다. 다만 배터리 제조업체가 직접 생산할 필요가 있는 BMS를 하청을 통해 공급받는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화재감식학회 팀을 꾸려 해당 사건을 조사했던 김광선 한국화재감식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배터리 팩 내부에는 산소가 부족하기에 연소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 이 사건의 발생 원인이 배터리 팩에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같은 폭발사고는 BMS를 하청을 통해 공급받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이 사건은 배터리 셀과 BMS가 같이 묶인 상태에서 폭발이 발생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문제일 수도 있고, 두 개 모두 잘못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 LG화학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은 배터리 셀의 내부 현상과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BMS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BMS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의 경우 배터리 전문가가 아니기에 배터리 셀 제조업체가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데, 비밀 유출 등의 문제로 이 같은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배터리도 사람처럼 다양한데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나와야한다"라며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곳이 BMS와 긴밀하게 협력을 해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만 배터리 제조업체는 제품 생산 시 자사 제품의 우수한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데이터 제공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셀 제조와 BMS 제조가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골프장 전동카트 폭발사고의 경우, LG화학은 배터리 셀만, BMS는 하청업체에서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배터리 셀 제조업체가 BMS까지 제조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사례를 봤을 때 LG화학이 BMS까지 함께 공급하면 좋지만, 현실에서는 BMS를 외주로 돌리고 있다"라며 "그래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이 대기업의 방식이라면, BMS는 인력이 많이 투입되다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이로 인해 대기업에서 BMS를 제조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자동차회사의 경우 앞으로 BMS를 직접 제조하기로 한 만큼, 배터리 제조업체도 BMS를 직접 제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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