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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BIFF]'당신의 부탁' 이동은 감독이 말하는 가족의 문턱(인터뷰)


"가족은 따뜻하지만 배타적일 수 있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죽은 남편의 전 부인이 낳은 아들과 함께 살 수 있을까. '당신의 부탁'은 이 질문에서 시작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작품이다. '당신의 부탁'을 만든 이동은 감독이 영화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카페에서 조이뉴스24와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 제작 명필름) 이동은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당신의 부탁'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효진(임수정 분)이 죽은 남편의 전 부인이 낳은 아들, 종욱(윤찬영 분)과 겪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이기도 한 이동은 감독의 지난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부'가 영화의 토대다.

'당신의 부탁'은 지난 4, 5쯤 촬영을 시작해 그 해 7월쯤 끝났다. 25회차로 찍은 저예산 영화다. '당신의 부탁' 원작 '당부'는 앞서 화가 정이용이 참여한 그래픽 노블로도 지난 2015년 나온 바 있다. 그래픽 노블을 쓰는 것과 영화를 연출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만화를 할 때는 그림 작가랑 콘티를 짰어요. 만화는 마음대로 로케이션을 했죠. 실제로 청주에 내려가 사진도 찍고요. 그림 작가가 하루에 한 페이지씩 작업을 할 수밖에 없으니 300 페이지를 만드는 데 1년 걸렸고요. 그런데 만화라서 인물이 걸어다니는 장면들은 영화만큼 재밌지 않아요. 실제 인물로 표현되지 않아 연기적인 부분도 제한이 있죠. 매체의 차이일 수밖에 없어요."

배우 임수정이 '당신의 부탁'에서 엄마 효진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이동은 감독은 "작년 말에서 올해 초, 팟캐스트를 듣다가 '임수정 배우가 엄마, 효진 역할을 맡으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가 될 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영화를 해온 임수정이 이런 작은 영화에 출연할지 확신은 없었어요. 욕심 차원에서 임수정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의외로 너무 좋아해주고 빨리 답변을 줬어요. 원작은 겨울이 배경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나 찍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상황이 빨리 진행돼서 늦봄에서 초여름에 촬영했어요."

서신애는 '당신의 부탁'에서 종욱의 친구 주미를 연기한다. 서신애 캐스팅에 대해 이동은 감독은 "주미는 극 중 미성년자이지만 미성년자가 아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고민했다"며 "더 적은 나이일 줄 알았는데 서신애가 성인이어서 반가웠다"고 밝혔다.

이동은 감독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두번째다. 이동은 감독의 연출작 '환절기'는 지난 해 제21회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이동은 감독은 "'환절기'는 제 첫 데뷔작이기도 해서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서 긴장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보면, 제가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과 대화를 나눈 게 소중했다. '환절기' 팬이 극소수였지만 첫 GV 일정에도 긴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부탁'의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이동은 감독은 "'환절기' 시나리오를 탈고 하고 몇 개월 뒤에 쓴 작품이 '당신의 부탁'이다. 그래서 두 작품에서는 상처와 애도라는주제가 같은 맥락으로 엮여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당신의 부탁'의 모티브를 구체적으로 밝히며 두 작품의 차이점을 밝혔다.

"'당신의 부탁'을 쓰기 전에 힘든 일을 겪었어요. '당신의 부탁' 이야기는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사회에서는 상을 당한 사람의 슬픔을 평가하는 게 있어요. 울고 있지 않으면 '왜 울지 않지? 괜찮구나'라고 해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터지면 피해자와 유가족의 슬픔도 평가되죠. 각자만의 애도방식이 다를 텐데 타인을 그렇게 평가하는 거죠. 저도 겪어봤지만, 애도의 방식은 각자 달라요. 장례식장에서는 정신이 없다가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그 슬픔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죠.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족에게 역할을 강요하는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이어 이동은 감독은 가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다양한 가족 형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가족은 되게 가까워보인다. 회사도 '가족처럼'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족 중심이다. 하지만 개개인은 친하지 않다. 우리나라 가족은 세대적으로 단절돼 있는 독특한, 그런 부분이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지만 가장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가족의 단어는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배타적일 수 있고 혈연이 전제돼 있다. '가족의 문턱을 낮춰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의 또 다른 출발점을 언급했다.

'당신의 부탁'에 등장하는 엄마의 군상은 다양하다. 엄마의 여러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게 됐을까. 이동은 감독은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되게 자연스러웠다. '환절기' 때도 '왜 4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나', '왜 이 사람의 아들이 성소수자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캐릭터를 잡는 건 제게 되게 자연스웠다"고 말했다. 이동은 감독은 자신이 실제로 겪는 삶, 자신의 세계에서 보이고 관찰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영화로 옮겨왔다.

효진이 죽은 남편의 아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선 "이 부분이 급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어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세가 있는 분들은 우리 사회 통념상 너무 나간 거라고 여기신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각자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를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임수정에게 '효진이라면, 종욱을 어떤 마음을 받아들일 것 같냐'고 물어봤어요. 자신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처음엔 고민하더라고요. 그런데 임수정은 연기를 하면서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수정이 연기한 효진은 극 중 우울한 상태인데 '난 우울하지 않아'라고 하면서 오히려 일을 벌이는 사람이죠. 그런 효진의 자기전능감이 아이를 데려 올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고요."

'당신의 부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새 과거 자신이 싫어했던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그래서 영화는 인물들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동은 감독은 "딸이 엄마에게 받았던 양육방식 또는 모성을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 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심지어 딸이 엄마와의 애착관계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도 똑같이 대물림 됐다"며 "어떤 정답을 관객에게 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느꼈다면 '내가 그렇게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의미를 밝혔다.

이동은 감독은 지난 2002년 저예산으로 첫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 작품으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돈을 벌기 위해, 영화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지 못해 일반 회사에 들어갔지만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이동은 감독은 지난 2010년부터 다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도 못하고 연기도 못하고요. 저는 이야기를 쓰는 게 좋아요. 이야기가 치유해주는 게 있어요. 혼자 일기에 이야기를 쓰면 치유되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위로 받을 때도 있죠. 그래서 이야기를 다루는 게 좋아요. '당신의 부탁'도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약간 나의 이야기 같다'라고 느낀다면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프리미어로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의 영화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조이뉴스24 부산=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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