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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코드, 게임-3] 학교서도 게임 가르친다


 

"게임은 금속활자, 거북선과 함께 한국의 3대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이젠 온라인 게임이 세계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의 위정현 교수. 그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학부 전공 과목인 '콘텐츠비즈니스전략론' 교재 중 하나로 온라인게임 '거상'을 사용할 정도다.

오락이나 시간 떼우기 정도로 치부됐던 게임이 이젠 상아탑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들어 게임 관련학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4년제 대학 게임 학과 2년만에 3배로 증가

200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교육기관은 84개로 2001년 5월 28개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2001년 21개에 불과했던 대학내 게임 과정은 2003년에는 61개로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사설교육기관도 2년새 5개에서 22개로 크게 증가했다.

이중 4년제 대학교에서는 컴퓨터 및 인터넷 공학부, 미디학부내에 게임관련학과가 개설돼 있다.

동서대학교, 중부대학교, 호서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은 컴퓨터 및 인터넷공학부 내에 게임학과가 있다. 영산대학교, 탐라대학교, 호남대학교에는 게임학과가 미디어학부내 있다. 공주대학교에서는 게임디자인학과가 개설돼 있다.

대학원에도 8개 대학교 10개 학과에서 게임을 가르치고 있다. 학과명으로는 게임학과/게임애니메이션학과(3), 영상미디어학과(2), 컴퓨터게임공학과(4), 게임비즈니스(1) 등이다.

이미 고등학교에서 게임을 가르치는 곳도 3곳에 이른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학년당 105명을 대상으로 전자게임과는 운영하고 있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도 25명규모의 컴퓨터게임 제작전공을, 울산애니원고등학교도 25명규모의 컴퓨터게임개발과를 신설했다.

게임종사자도 크게 늘어났다. 2003년 게임종사자는 4만2천180명으로 2000년 1만3천500명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교육은 관심을 끌고 있다.

◇ 게임관련 교육기관수 (출처 : 대한민국게임백서 2003)

구분 2001년 5월 2002년 4월 2003년 5월
대학원 (석사/박사) 2 5 8
일반대학교 (4년제) 3 7 10
사이버대학교 (4년제) - 8 13
대학(2·3년제) 16 22 28
사설교육기관 5 11 22
고등학교 2 2 3
전체 28 55 84

◆ 학문적 접근 잇달아

게임 관련 학과 뿐 아니다. 아예 게임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위정현 교수의 '멀티미디어콘텐츠 제작론'에는 온라인 게임 '거상'이 중요한 교재 중 하나다.

조이온이 개발하고 감마니아코리아가 제공하는 '거상'은 동시접속자 5만명이 넘는 인기 온라인게임. 한·중·일 3국의 경제시스템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상경제를 가르치는 데 최적으로 꼽히고 있다.

위정현 교수는 부여한 임무를 제한된 시간내 완수하고 그 결과물을 발표한다. 이 수업은 온라인게임 '리니지', '뮤', 'A3', '포트리스' 등 인기 온라인게임을 소재로 한 조별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연세대 국문과 최유찬 교수는 아예 게임 관련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연구자로 유명한 최유찬 교수는 '게임을 통한 텍스트 파악 방식'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우연히 '삼국지 Ⅱ'를 접했다가 게임에 푹 빠진 그는 아예 '컴퓨터 게임의 이해'란 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교수는 이 책을 통해 "'토지'라는 방대한 소설을 하나의 공간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을 통해 습득한 텍스트 파악 방식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통해 서사 체험 방식을 익힌 사람에게 서사는 점차 공간적인 형식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 석박사 논문도 매년 5~10편 발간

"이곳은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려고 오는 곳이 아닙니다. 게임을 배우겠다고 오는 곳입니다. 각오가 남다르지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산하 게임아카데미의 서병대 본부장은 게임을 배우겠다는 수강생의 강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졸업을 앞두고 6개월간 게임제작을 하기 위해 합숙도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서 오히려 그 열정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작작품을 보여주는 졸업식에서는 재학생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종사자들도 많이 참석하고 있다. 이중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학생들을 미리 섭외하기 위한 게임업체간 스카우트 전쟁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보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올해 10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통해 '게임물의 사행성기준에 대한 연구' 자료집을 냈다. 또 문화관광부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함께 온라인게임 역기능에 대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학교를 중심으로 석박사 논문이 매년 5∼10편씩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게임 '반지의 제왕3'를 개발지휘한 EA코리아의 아카디아 김 감독은 한국의 게임 열기를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최근 방한한 그는 "한국은 게임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강국으로서 위상을 세우고 있다"면서 "짧은 기간동안 수많은 개발자가 등장한 것도 세계 어디서든지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 내년엔 게임과학고등학교 개교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장미빛'인 것 만은 아니다. 내년 개교 예정인 게임과학고등학교는 총 50명 정원 중 23명을 모집하는 데 머물렀다. 그나마 성적우수자는 한명도 없었다. 게임기획, 게임프로그래밍, 게임그래픽 등 3개 분야 실기참가자가 대다수였다.

"게임고등학교 성적우수 학생 자격은 상위 3% 이내입니다. 상위 3%이면 반에서 1∼2등인데, 아쉽게도 이 성적으로 게임고등학교에 오려는 학생이 한명도 없더군요."

한국게임학회장인 정광호 한세대 교수는 지난 11월 12일 서울 구의동에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내 대회의실에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부분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게임고등학교에 대해 강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세태가 못내 불만스러웠던 것.

하지만 정광호 학회장은 아쉬운 가운데서도 빛을 발견했다고 토로했다. 참가자들의 실기 시험을 보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

"참가자들이 제출한 실기자료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들의 제출물이라고 하면 의미가 달라지지요. 게임에도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정광호 교수는 영재교육을 위해 고등학교에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게임고등학교의 당위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동안 홍보덕분인지 이젠 추가모집에 대한 문의도 차츰 늘어나면서 우수인재가 들어올 것이란 정 교수의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다.

차세대 한국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꼽히는 게임의 인력양성은 이제 국가적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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