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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스캐너로 유통망 감시? … 이통사 "억울"


유통점 "판매실적 검증 수단" 반발

[조석근기자] 이동통신 일선 대리점, 판매점의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둘러싸고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선 유통점들은 신분증 스캐너와 인증체계를 유통점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반면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 3사는 불법 대포폰 단속과 명의도용 방지 등 유통시장 투명화를 위한 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분증 스캐너는 이미 주요 집단상가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통점에 보급돼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와 정보통신진흥협회, 이통 3사는 전면 도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등은 앞서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입 취지 등을 설명하는 등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신분증 스캐너를 연말까지 최대한 보급하고 향후 운영상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등 진행사항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캐너가 이통사의 단통법 개정 대비 수단?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인식을 위한 전자식 스캐너는 지난해 9월 일부 직영점, 대리점을 시작으로 지난 1일 전면 보급됐다. 이용자 본인의 동의 없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이 이뤄지지 않도록 신분증 위변조, 명의도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방통위와 이통 3사에 따르면 현재 스캐너 보급률은 96%로 전국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사용하고 있다. 스캐너로 신분증이 인식되지 않으면 가입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며 여권 등 스캐너로 인식되지 않는 신분증에 대해선 종전 방식대로 가입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상당수 유통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스캐너 도입 전면 시행 직후 "스캐너 도입은 골목상권을 죽이기 위한 방통위와 이통업계의 갑질"이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통점들은 표면적으로는 신분증 스캐너의 빈번한 오작동과 업무 프로세스의 일방적 변경 등 이유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스캐너가 이통 3사의 유통망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스캐너가 인식한 정보는 이통사 본사의 전산망으로 전송된다. 이통 3사 입장에선 신분증 사본처럼 민감한 개인정보 기록을 유통점이 보관할 필요 없이 특정 개인의 가입 여부와 인적사항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명의도용은 가족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많고 본인이 직접 개통해 대포폰으로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며 "굳이 스캐너를 도입하는 이유는 유통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점들은 통상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본사로부터 가입자당 판매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단말기종에 따라 지원금 상한액을 웃도는 장려금이 지급되기도 하는 만큼 판매점의 핵심 수익원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판매실적을 고의적으로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는 점. 그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한 가입자 모집, 신분증 사본을 이용한 가개통 등 편법이 동원된다.

◆방통위·통신사 "개인정보 보호 차원" 반박

이통사 입장에선 가입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할수록 마케팅비 부담은 줄어든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신분증 스캐너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염두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 지원금 상한 규정이 내년 9월로 일몰된다. 국회에선 이를 조기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단통법 도입 이후 번호이동의 급감으로 유통점은 2015년 2월 2만여개에서 올해 11월말 1만7천700개로 10% 이상 감소했다.

반대로 이통 3사는 지원금, 장려금으로 나가는 마케팅비용을 해마다 1조원가량 절감한 상황이다. 유통점들 사이에서 이번 스캐너 도입이 명목상 '유통시장 투명화' 조치라지만 실상은 단통법 폐지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마케팅비의 효과적 집행을 위한 유통점 관리강화 차원이라는 것.

그러나 방통위는 물론 이통 3사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선 판매점들의 실적 부풀리기 꼼수가 차단되는 측면도 있겠으나 스캐너 도입은 기본적으로 가입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보조금 규제 등으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유통점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휴대폰 가입 절차에 대한 관리가 투명할수록 불법 소지는 줄어든다"면서도 "유통점들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스캐너 도입을 두고 위기감이 더 크게 고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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