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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1·2금융권 잇는 가교 되겠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은행 연계 P2P대출로 안전성 업"

[윤지혜기자] 최근 핀테크 업계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1세대 P2P(개인간거래)대출 중개업체(이하 P2P대출업체)에서 투자자금 출금이 정지된 데 이어 특정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대리인을 내세워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한 혐의로 퇴출 위기에 놓였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핀테크 업계의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 상징이던 미국 P2P대출 중개업체 렌딩클럽은 부실대출 논란을 겪었으며, 중국 P2P대출 중개업체 e쭈바오는 9조원가량의 폰지(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사진)는 "P2P대출 업체들이 잘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대표가 투자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없도록 자금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며 '에스크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스크로 시스템이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전자상거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구매자의 결제 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상품이 완전히 인도된 경우에만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는 거래안전장치다.

피플펀드는 대출·서류제출·심사·정산 등 모든 업무가 은행통합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대출금과 투자금 등 모든 자금 흐름이 은행을 통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혹여 P2P 대출 플랫폼이 망하더라도 투자자금이 증발하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양질의 대출고객 모집 위해 '은행 협업형 모델' 고안

피플펀드는 업계 최초로 '은행 협업형 P2P 대출 서비스'를 구축했다. 피플펀드가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담보로 전북은행이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다. 대출자의 경우 신용하락 우려가 없는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신용 우량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금융권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제1금융권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약 1년간 국내 전역의 은행들을 찾아 헤맸다. 어렵게 전북은행과 협력 모델을 마련했지만, 금융감독원의 법령해석이 늦어지면서 상품 출시가 1달간 미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김 대표가 은행권 협업모델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피플펀드는 제1금융권 대출을 제공하면서 제2금융권까지 포괄할 수 있는 1.5금융을 지향한다"며 "대출고객의 신용에 도움이 되고 정상적인 금융활동 일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컨대 P2P대출업체가 대부업체로 등록할 경우, 대출내용이 공개되면 대출 고객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P2P대출업체들이 대출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데, 이 경우 대출고객이 적정 한도 이상의 대출을 할 가능성이 있어 자칫 부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

"대출고객이 돈을 안 갚았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출 고객이 돈을 안 갚으면 이에 대한 패널티가 있어야 합니다. 피플펀드에서는 대출 고객이 5일 이상 연체하면 전북은행 시스템을 통해 은행연합회에 공유가 됩니다. 그러면 대출고객의 카드가 정지되고 다른 금융활동도 불가능해지지요. 3개월간 돈을 연체하면 자연스럽게 신용등급이 9등급이 됩니다."

이러한 구조 덕에 피플펀드의 주요 대출고객은 제1금융권을 이용하는 고신용자 중 한도가 찼거나 긴급 자금이 필요한 사람 등이 대부분이다.

"P2P대출사업은 양질의 대출고객을 모으는 사업입니다. 투자금이 모이려면 부실률이 안전하게 유지돼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대출 고객을 계속 모아야 합니다. 투자자를 많이 모집했다 하더라도 연체 등의 부실이 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사업을 1~2년 할 게 아니라면 양질의 대출고객이 가장 중요하죠."

그는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로 상품 출시가 지연된 것에 대해서도 "제도권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업모델이 180도 달라지긴 했지만 시스템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금융권 협업 모델 구축에 나선 후발 주자들에게 "금감원은 'P2P대출 절대 하지 말라'라는 입장이 아니라 기존 금융기관을 보던 관점에서 핀테크 산업의 위험성을 판단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지적이 많은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사업모델을 기민하게 바꿀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금리대출 문제의식 느껴…합리적인 금리 목표"

벤처캐피탈(VC)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 출신인 김 대표는 맥쿼리은행 기업금융부와 외국계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했다. 이후 모바일 어휘학습 애플리케이션 '비스킷' 서비스를 만든 크로키닷컴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근무하다 지난해 피플펀드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할 정도로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 전략과 경영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으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프로세스를 알아보러 갔다가 인연이 닿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지난 커리어가 모두 창업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던 셈. 더욱이 그는 2010년 저축은행 도산사태 당시 국내 주요금융권의 저축은행 인수 프로젝트에 참여해 매각 실사 업무를 경험하면서 오늘날 피플펀드의 초석을 닦았다. 개인 신용대출은 안전성이 검증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가 적용되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저축은행 실사를 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개인 신용대출 이자는 꾸준히 들어오더라고요. 저신용자여도 부실률은 7%밖에 안 되는데 금리는 30%였으니 20%가 남는 장사인 셈이지요. 순간 '부실률이 7%에 불과한 고객에게 왜 금리를 30%나 받지'라는 질문이 들더군요."

그는 개인 신용대출 고객 중 30%가 은행 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해 1.5금융의 필요성을 고안했다. 또 저축은행이 대출모집인에게 금리 수익의 3분의 1가량을 수당으로 내주는 마케팅 관행이 사라지면 금리를 낮출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현재 피플펀드는 대출심사 전 과정 자동화·온라인화로 운영비용을 줄이고 마케팅비를 낮춰 4.94~18.30%가량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김 대표는 개인 신용대출뿐 아니라 제1금융권의 벽이 높아 고금리 사채를 쓰는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학생을 비롯한 무소득자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그는 "번듯한 회사에 다니지만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대출이 안 되거나, 작은 기업 대표라서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 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1~2년 안에 이들이 제1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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