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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겪는 아웃도어, '스포츠'로 위기 돌파 나선다


소비자 외면에 2년 연속 역신장…K2·컬럼비아·LF·언더아머 등 론칭 봇물

[장유미기자]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스포츠 브랜드 사업으로 눈길을 돌려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하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지나친 스타 마케팅과 대규모 물량 공세, 고가 판매 논란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투코리아, 컬럼비아 등 아웃도어 업체들을 비롯해 패션 대기업인 LF가 내년 봄 스포츠 브랜드 론칭을 목표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미국의 인기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이키-아디다스-데상트'가 주축이 됐던 국내 스포츠 시장이 재편되며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침체기 맞은 아웃도어, 브랜드 잇따라 '철수'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 규모는 1997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해 2007년 2조원으로 10년 만에 4배 가량 커졌다. 또 지난해 3조원 가량의 규모였던 이 시장은 필라테스·요가 등 개인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잇따라 가세하면서 올해 4조8천억원, 오는 2018년에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3천~4천억원대의 시장 규모를 형성했던 이 시장은 2006년부터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해 2010년(3조5천억원)까지 매년 20% 이상 신장했다. 또 2011년에는 4조3천억원을 넘어선 후 매년 1조원 이상 늘어 2012년에는 5조5천억원, 2014년에는 7조1천600억원 시장으로 커졌다.

그러나 브랜드간 할인 경쟁이 심화되고 아웃도어 제품을 일상복으로 입는 소비층이 점차 줄어들면서 지난해에는 6조8천억원으로 역신장했다. 또 대부분 브랜드의 매출이 10~15% 가량 감소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올해도 시장 규모가 줄어 5조5천억~5조8천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업계는 대기업들도 기존 브랜드를 철수시킬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스포츠 브랜드들은 '애슬레저' 열풍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아웃도어는 중장년층 위주의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투자에 소홀히 한 까닭에 점차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를 겪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고가(高價) 정책'도 한 몫했다. 한 때 각 사의 봄·가을용 바람막이 재킷이나 겨울철 거위털 패딩 등은 최소 30만~40만원에서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가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품질을 내놓으면서 '가격 거품'이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등 선두권 브랜드들의 과열 경쟁으로 지나친 스타 마케팅과 대규모 물량 공세가 이어진 것도 한 몫했다. 매년 비슷한 디자인과 컬러 제품을 대규모로 쏟아내면서 식상하다는 인식이 강해진데다 스타 마케팅 영향으로 소비자 보다 매출에만 치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웃도어 업계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시장에서 철수하는 브랜드들도 속속 생겨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살로몬', 휠라코리아 '휠라아웃도어', 금강제화 '헬리한센', 패션그룹형지 '노스케이프', 평안그룹 '오프로드' 등은 브랜드를 접었고 밀레에델바이스홀딩스의 '엠리밋'은 아웃도어 사업을 접고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했다. 또 LS네트웍스는 최근 '몽벨'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도 영향도 있지만 아웃도어의 성장세에 편승해 많은 업체들이 사업을 벌이면서 경쟁이 과열됐던 것이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줬다"며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경쟁 심화로 무리한 세일을 진행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장세' 스포츠 시장, 너도나도 '진출'

아웃도어와 달리 스포츠 시장은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필라테스·요가·크로스핏 등 실내 운동은 물론 달리기·자전거타기 등 개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에 맞는 기능성 의류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휠라코리아는 일찌감치 아웃도어 사업을 접고 스포츠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휠라는 스포츠 라인을 트랙 스포츠용, 패션성을 강화한 인도어 스포츠용, 선수 전문가용 등 3개 라인으로 세분화해 전문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국내사업에서 매출 8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K2'와 '아이더', '와이드앵글' 등을 선보이고 있는 케이투코리아는 내년 봄·여름을 겨냥해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 '다이나핏'을 론칭한다. 이 브랜드는 지난 1950년 독일 스키부츠 전문기업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러닝, 피트니스 등 정통 스포츠 의류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25~35세의 운동을 좋아하는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러닝과 트레이닝 라인을 필두로 총 4가지 제품군을 선보인다.

정영훈 케이투코리아 대표는 지난 13일 '다이나핏'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다이나핏 매장을 대리점 70%, 백화점 30% 비중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60개 매장에서 300억원, 2018년에는 600억원, 2019년에는 160개 매장에서 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웃도어 업체 컬럼비아코리아도 내년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미국의 요가웨어 브랜드 '프라나'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이 브랜드는 지난 2014년 미국 컬럼비아스포츠웨어컴퍼니에 인수됐으며 요가, 암벽등반, 피트니스에 적합한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으로 유명하다. 컬럼비아코리아는 내년 봄부터 백화점, 대리점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LF도 최근 신규 스포츠사업부를 조직하며 정통 스포츠 브랜드 론칭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초 출시되는 이 브랜드는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로, 현재 백화점 바이어 등 전문가 대상 품평회를 마친 후 2개 브랜드명을 놓고 세부 조율 작업 중에 있다.

이 외에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도 애슬레저 열풍에 맞춰 스포츠 라인을 강화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갭'은 지난 8월 운동복 라인인 '갭핏'을 국내에 론칭했고 스페인 SPA '자라'도 올 초 '짐웨어 라인'을 처음 선보였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입기 좋은 패션성을 가미한 디자인과 기존 스포츠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불던 건강 열풍이 최근 20~30대 젊은층,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아웃도어와 달리 스포츠 시장에 대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SPA, 여성복 브랜드들도 스포츠 라인을 출시할 정도로 전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시장의 성장세보다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의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아웃도어 시장과 같은 브랜드간 경쟁 심화가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스포츠 시장 역시 2~3년 안에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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