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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고급 식당가, 전날과 다른 분위기에 울상


"저렴한 메뉴 많이 찾고 예약 줄어"…3만원 이하로 가격 낮춘 식당 '눈길'

[이민정기자] "여전히 손님들이 오긴 하지만 어제와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에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찾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

28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일식집 관계자는 "단골손님들이 '앞으로는 자주 못 올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며 전날과 달라진 식당 분위기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손님들의 수가 줄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몇몇 고급 식당에서는 벌써부터 예약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문을 닫는다는 가게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일 같지 않다"고 전했다.

종로의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이날을 기점으로 예약률이 3분의 1가량 하락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1인당 식사비가 3만원으로 상한선이 설정돼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로 메뉴가 구성돼 있는 고급 식당들은 김영란법 시행 후 우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정식·일식·한우요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은 줄어드는 손님 수에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몇몇 식당들은 3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춘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강남의 한 불고기 전문 음식점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인 9월 초부터 1인당 3만원 이하로 음식을 즐길 수 있게끔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이 식당의 메뉴판에는 '김영란'이라는 마크가 달린 세트가 구성돼 있으며 '김영란 마크가 표기된 메뉴는 풀코스로 3만원 이하에 드실 수 있는 메뉴'라고 표기해놓기도 했다.

기존에 2인 기준 7만5천300원이었던 메뉴는 부가세 포함 5만9천800원으로, 6만9천300원이던 것은 4만9천800원으로 수정됐다. 여기에 '김영란법 통과 회식이벤트'라며 맥주와 화이트와인을 4천900원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한 세트에 들어가는 메뉴의 구성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9월부터 가격이 낮아졌다"며 "오늘 단체로 온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김영란 세트를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해초바다요리 전문식당에서는 기존에 3만9천원~4만9천원대의 저녁코스요리 가격을 2만9천원으로 낮췄고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는 '고객감사특선'이라며 생선회와 소주, 요리를 2만9천900에 내놓았다.

가격대를 낮추는 대신 업종을 바꾸거나 이미 영업을 중단한 식당도 있다. 60년 전통의 한 한정식집은 지난달 베트남 쌀국수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14년간 영업을 해온 인사동의 한식집은 지난 6월 문을 닫았고 21년된 수송동의 일식집도 폐업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선보여 온 곳들은 우려가 덜할 테지만 가격대를 갑자기 많이 낮추기 힘든 고급 식당들의 경우에는 직격타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급 식당들이 가격대를 낮추는 등 각자의 생존전략을 구현하고 있는데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혹여나 소비자들이 '김영란 정식', '김영란 메뉴' 등을 보면서 불편하게 느끼거나 법의 취지를 흐린다고 생각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민정기자 lmj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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