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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잊힐 권리, 온라인 정보에 타이머를 다세요"


송명빈 박사 "영구불변 데이터, 디지털 소멸 생각할 때"

[성지은기자] "졸업한 제자가 교사인 제 아내를 찾아와 개명하고 싶다며 하소연을 하더라는 겁니다. '철없을 때 남긴 욕설 섞인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모두 검색된다' '디지털에 남아있는 흔적을 지우려면 이름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했다더군요. 그렇게 해서 '디지털 소멸'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난 9일 기자와 만난 디지털 소멸 특허권자 송명빈 박사는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을 구상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DAS는 디지털 데이터 생성자 스스로가 해당 데이터의 소멸 시효를 설정하는 '타이머'를 장착,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원천 특허다. 생성자가 타이머로 소멸 시점을 설정하고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올리면, 해당 시점이 도래했을 때 데이터가 자동 삭제된다.

선풍기 타이머처럼 DAS 타이머가 작동해 디지털 정보가 변형되고 지워지는 등 노화가 진행되다가 소멸 시점이 오면 해당 데이터를 0바이트로 만들어 쿠키 값을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

지식재산권 전문 기업 마커그룹은 DAS를 특허권자인 송 박사로부터 받아 정부 과제를 수행해왔으며, 디지털 소멸 사업을 위해 강원도와 손잡고 지난해 10월 달(DAL)을 공동 설립했다. 달은 DAS 사업을 전담하며, 송 박사는 디지털 소멸과 관련한 연구 등을 진행한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늙고 병들고 죽는데, 왜 디지털만 영구불변해야 할까요? 물론 디지털이 영구불변하기 때문에 좋은 점이 많습니다. 디지털로 데이터를 영구 보존함으로써 우리는 잊지 않고 정보를 기억할 수 있죠.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것처럼 단점도 적지 않습니다."

그는 개인적 차원의 단점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의 단점도 언급했다. 늘어나는 데이터만큼 불필요한 데이터인 정크 데이터(Junk data)도 증가하는데, 이를 보유하기 위해 기업은 서버를 증설하고 데이센터 규모를 확장한다. 문제는 이에 따라 전력 등 관리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국내 데이터 센터에서 한해 약 26억킬로와트(kWh)의 전력이 사용된다. 이는 100만 가구가 한 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데, 이마저도 연평균 45%씩 상승하는 추세다.

"포털 등 인터넷 기업은 모든 데이터를 자산으로 여깁니다. 회계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 회원 수, 저장된 데이터로 자산 가치를 평가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회계가 정밀화돼 정크 데이터는 비용으로 처리되는 방식으로 회계적 트렌드도 바뀔 겁니다. 실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할 때 전력 등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 어마어마하니까요."

달은 올해 초 강원도청 홈페이지에 DAS를 적용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시글이 삭제되도록 작성자가 지정할 수 있게 홈페이지 게시판에 'DAS 업로더 시스템'을 장착한 것. 향후 강릉, 춘천 등 18개 시군 전체 홈페이지에 DAS를 적용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소비자가 쓸 수 있는 '디지털 소멸 관리 애플리케이션'도 배포할 계획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은행 통장, 주민등록증 등 주요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때, 전송자 스스로가 소멸 시한을 정해 사진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이로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은 향후 'DAS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 휴대폰에서 오고가는 문자, 사진, 이메일, 각종 파일 등에 소멸 시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모바일과 웹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소멸 토털 플랫폼'을 선보이고, 디지털 소멸 분야의 글로벌 표준화 및 인증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향후 디지털 소멸은 더 큰 화두가 될 것입니다. 저장소(CPU)가 장착된 자율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10년간 데이트하고 드라이브했던 모든 기록들이 남는데, 이 안에 담긴 디지털 데이터가 공개되면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도 존재하죠. 디지털이 강조될수록 '디지털 소멸'의 중요성도 커질 겁입니다. 민관학이 힘을 모아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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