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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출력, 보안이 우려된다면?


조의성 리소코리아 부사장 "고속·저비용 출력으로 틈새시장 노린다"

[강민경기자] "회사 보고서, 학원 문제집, 교회 주보, 교통 위반 통지서… 이렇게 일상적인 출력물에는 굳이 고해상도 컬러프린터가 필요치 않습니다. 해상도를 높이는 것보단 비용을 줄이는 게 우선이죠. 고해상도만 포기한다면 흑백 프린터 수준으로 싸게 뽑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컬러 인쇄 할 때 눈치볼 필요가 없는 거죠."

25일 기자와 만난 조의성 리소코리아 부사장은 자사의 대표 인쇄장비 '컴컬러(ComColor)'를 이같이 소개했다. 리소코리아는 일본계 인쇄장비업체 '리소'의 한국지사다.

캐논, 후지제록스 등 내로라하는 프린터 업체들이 컬러 인쇄물의 해상도를 올리는 데 열을 올릴 때, 리소는 다른 데 집중했다. 해상도 대신에 속도 개선과 비용 절감에 집중한 결과물이 컴컬러다. 한 장을 출력하는 데 드는 비용이 경쟁업체 제품과 비교했을 때 4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리소코리아의 대표 제품인 '컴컬러'는 1분에 150매를 뽑을 수 있는 초고속 컬러 잉크젯 인쇄장비다. 저해상도 대량출력 및 다품종 소량출력뿐만 아니라 인하우스(내작) 출판이 가능하다. 건강검진결과서와 같이 고해상도 컬러 인쇄가 필요 없는 분야에 적합한 제품이다.

조 부사장은 "어떤 분께서 컴컬러의 콘셉트를 한 마디로 말씀해 주셨는데, '컬러 인쇄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나온 타사 컬러 프린터들은 지나칠 정도로 해상도가 좋은데, 과연 그게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집 등 교육 자료나 업무용 보고서 같은 것들은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며 "화려하지 않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컬러 문서를 뽑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제품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다른 일본계 프린터 제조사들은 카메라가 주력인 광학기기 업체가 많고 이들은 고해상도 제품으로 마케팅 콘셉트를 잡아야 하지만, 리소는 인쇄에만 집중해 왔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결과 리소코리아는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B2C) 시장 사이에 위치한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다. 주요 고객으로는 관공서와 병원 건강검진센터, 유전자연구센터, 학원 등이 있다.

◆외주 출력 맡기면 생기는 '보안 걱정' 없앤다'

리소코리아는 컴컬러와 이와 함께 쓰이는 보조 기기로 '메일 피니셔(Mail Finisher)'나 '퍼펙트 바인더(Perfect Binder)'도 판매한다.

메일 피니셔는 장비 안에서 봉투와 내용물을 모두 출력하고 접은 뒤 봉합까지 해 완벽한 우편물의 형태로 만든다. 최근 경찰청에서 발송하는 교통법규 위반 고지서의 사진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는데, 이것이 리소코리아의 작품이다. 서울 구의동 동서울우편집중국에 컴컬러와 메일 피니셔를 납품하면서 생긴 일이다.

메일 피니셔는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개인의 건강에 관한 정보는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정보기 때문에, 외주 수작업을 맡기는 것보다는 장비를 도입해 내부에서 인쇄하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조의성 부사장은 "이전에는 아르바이트하는 분들이 검진결과서를 수작업으로 봉투에 넣는 일을 했지만, 봉투에 표기된 주소와 내용물이 바뀌는 실수가 왕왕 있었다"며 "컴컬러와 메일 피니셔로 출력하면 투봉 오류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말했다.

퍼펙트 바인더는 컴컬러에 장착되는 무선 열 제본 기기다. 공정을 1분당 100페이지의 속도로 자동 처리한다. 책자로 만들어야 하는 종합건강검진결과서나 각종 매뉴얼 등을 아웃소싱 없이 자체 생산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제품은 주로 학원이나 교육기관에서 쓰인다. 필요한 교재를 그때그때 제본해서 뚝딱 만들어내기 때문에, 재고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공간, 인력 등을 절약해 준다.

조 부사장은 "영어나 수학 전문학원 본사에서 퍼펙트 바인더를 선호한다"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이 있을 텐데, 이렇게 되면 교재 종류는 18개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18종의 교재를 외부 발주를 넣어서 보관하게 되면 재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학원의 각 지점에서 교재에 대한 주문이 들어오면, 버튼만 눌러도 필요한만큼 교재가 뽑히니 간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이나 소방학교 등 관공서에서도 업무 매뉴얼 등을 뽑을 때 퍼펙트 바인더를 사용하고 있다. 메일 피니셔와 마찬가지로 외주를 맡기면 생길 수 있는 보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유전자연구기관, 병원 등에서도 보안이 필요한 문서를 뽑기 위해 이 기기를 쓴다.

리소는 1946년에 세워진 오래된 기업이다. 연하장을 쓰는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1인용 연하장 인쇄기 '프린트고코'로 대히트를 치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 돈으로 공판인쇄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전 세계 공판인쇄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4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젠 컴컬러로 틈새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고 있다.

조 부사장은 "리소의 모토는 "세상의 없는 물건을 만들자"입니다. 다른 기업을 따라서 '미투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죠. 컴컬러로 틈새 시장을 열심히 개척하고 있습니다. 고가 장비인 관계로 제품 특성상 영업에 걸리는 시간은 1~2년이 되지만, 시장성이 있다고 보신 업체들이 저희 제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라고 말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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