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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pub)' 전쟁 나선 유통 공룡들, 영역 확장 본격화


데블스도어·그릭슈바인·비어스테이션·공방 등 수제맥주 펍 매장 확대

[장유미기자] # 지난 20일 저녁.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수제 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에는 더위를 피해 맥주를 즐기려는 이들로 매장 안이 가득찼다. 오후 7시쯤에는 1, 2층에 마련된 250여개 좌석에 손님들로 넘쳐났고 기다리는 손님들로 매장 앞은 북적였다. 매장에 방문한 최은지(33) 씨는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맥주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하게 됐다"며 "사람이 많아 30분 가량 기다린 후 이곳에 겨우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 신세계, SPC 등 유통 대기업들이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맥주와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펍(Pub)' 사업을 점차 확대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맥주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 일반 맥주(약 4조원)에 비해서는 시장 규모가 작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의 성장 속도가 높아 국내에서도 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펍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데다 미국처럼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한다면 1조원대까지도 충분히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유통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펍'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주류는 맥주 '클라우드'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4년 8월 롯데호텔 잠실점 지하 1층에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오픈했고 SPC그룹 역시 같은 달에 독일식 육가공요리와 맥주를 제공하는 '그릭슈바인'을 론칭했다. 이후 신세계푸드는 같은해 11월 서울 반포동에 '데블스도어'를 처음 선보였고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도 지난해 반포동 서래마을에 '공방'을 열어 펍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이 맥주 '펍' 사업을 벌이는 데는 오너들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데블스도어'는 주류 애호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담 팀들이 직접 맥주전문점을 찾아 시장성을 확인한 후 선보인 수제맥주 펍이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동빈 맥주'로 불리는 '클라우드' 론칭을 주도적으로 이끌 만큼 술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통해 '클라우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SPC그룹의 '그릭슈바인' 역시 '음식과 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허영인 회장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곳은 당초 육가공 계열사 그릭슈바인의 제품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안테나숍'으로 운영됐으나 수제맥주와 함께 다양한 메뉴들이 인기를 끌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로 그릭슈바인은 론칭 2년만에 점당 월 평균 매출이 2배 증가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판교알파돔점은 122석 규모의 대형 점포임에도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오픈 1개월 만에 1만여명이 방문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또 기존 업체들에 비해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2년만에 가장 많은 로드숍 매장을 열었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각 매장에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응도 좋다"며 "시장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그릭슈바인을 본격적으로 육가공 레스토랑 브랜드로 육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70주년을 맞아 종합 식품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후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키워오고 있고 그릭슈바인 사업 확대도 그 일환"이라며 "오는 2018년까지 20호점을 열어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쉐이크쉑과 함께 SPC그룹의 외식사업을 이끄는 대표 주자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가 운영 중인 '데블스도어'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일평균 방문자 수가 800명을 넘어섰다. 매장에 양조 설비를 갖추고 수제 맥주를 선보이고 있는 이곳은 '맥주가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오픈 1년새 30만명이 넘는 방문객 수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 현재도 1호점인 센트럴시티점 일평균 방문자수는 전년 보다 100명 증가한 약 850명, 올 초 오픈한 2호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약 620명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근 수제맥주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올 상반기부터 매장을 찾는 이들이 오픈 초반보다 더 많아졌다"며 "수제맥주뿐만 아니라 쉐프가 만드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쉐프 요리를 중심으로 메뉴 리뉴얼 작업을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매장은 다음달 9일 하남 스타필드에 3호점까지 오픈한 후 시장 상황을 보며 반응에 따라 본격적인 확장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가 운영하고 있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은 잠실 1호점에 이어 지난해 9월 부산 경성대역 인근에 '부산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이곳은 BBQ세트, 찹스테이크, 피자 등 맥주와 궁합이 좋은 안주들을 선보여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올 8월에는 기존 30여종의 메뉴 중 대표 메뉴를 제외한 25개 메뉴를 리뉴얼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은 '클라우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맛있는 국내 맥주가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공간"이라며 "아직까지 맥주 생산량이 많지 않아 아직까지 경쟁사처럼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진주햄은 '공방'을 통해 '카브루'의 수제맥주와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 '육공방' 제품으로 만든 메뉴들을 선보여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진주햄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소규모 양조업체인 카브루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올해 안에 2~3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며 향후 3년 안에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총 50개 점포를 열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꺼져가던 수제맥주 시장의 불씨가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다시 살아나면서 최근 1~2년 새 많은 업체들과 펍이 생겨나고 있다"며 "오너들의 관심으로 대기업들까지 앞 다퉈 펍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에서도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한 펍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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