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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한강에 고래가 나타났다?!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된 태연,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는 연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불러댄다. 입꼬리가 하늘로 쏙 올라간 것이 무척 귀엽다.

“아무튼 엄마 닮아서 웃는 모습은 참 예쁘단 말이야. 꼭 상괭이 같아.”

“네에? 살쾡이요? 그거 호랑이 비슷한 게 엄청 무섭게 생겼던데, 제가 그렇게 사나워요?”

“아니, 상괭이. 일명 인어로 불리는 상괭이 말이야.”

“인어요? 인어공주처럼 예쁘다고요? 아빠, 오늘 뭐 잘못 잡수셨나 봐요. 왜 이랬다저랬다 하시는 거예요?”

“예전에 아쿠아리움 갔다가 상괭이 본 적 있는데, 기억 안 나니? 등에 지느러미가 없고 연회색의 둥근 몸에 이마는 툭 튀어나오고, 사람같이 납작한 얼굴에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가진 그 고래 말이야. 너무 사랑스러워서 네가 막 만져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아! 이제 기억나요. 아빠가 옛날 사람들은 저 고래를 인어라고 불렀다고 하셨잖아요.”

“맞아. 200년쯤 전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보면, 상괭이를 상광어(尙光魚)라는 이름의 인어로 표현한 부분이 나온단다. 얼굴도 사람과 닮았지만, 몸집도 비슷해서(최대길이 2m, 무게 70kg 내외) 인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지. 사실,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많은 고래가 서식하고 있어. 전 세계 고래 90여 종 가운데 1/3인 30여 종이나 사는데, 그중에서도 ‘웃는 고래’라고 불리는 이 상괭이는 토종돌고래에 속하지. 그런데 얼마 전, 이 상괭이가 한강에서 발견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단다.”

“말도 안 돼. 고래가 어떻게 강에 나타나요?”

“물론, 안타깝게도 죽은 채 발견되긴 했지만 어쨌든 강에서 발견된 건 사실이야. 학자들 말로는 상괭이가 한강에 나타난다는 기록이 옛날부터 꽤 있었다는구나.

“강에 나타난 고래, 아니 강에 나타난 인어! 완전 멋있는데요? 무슨 판타지 영화 같아요.”

“밀물이 되면 서해에서 쑥 밀어 올린 바닷물이 한강 안쪽 깊숙이까지 들어온단다. 강바닥 쪽으로는 바닷물이 흐르는 기수역(汽水域)도 만들어지고 말이야. 기수역은 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곳이지. 상괭이가 이 바다물길을 따라 강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거야. 거기다 상괭이는 염분이 적은 물에서도 잘 적응하는 편이어서 중국의 양쯔강이나 브라질의 아마존강 같은 곳에서는 아예 상괭이가 민물에 적응해 살기도 한다는구나. 강에 사는 고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거지.”

“혹시, 한강에도 진짜 고래가 사는 건 아닐까요? 그럼 신나겠다!”

“학자들 말로는, 한강에 서식한다기보다는 밀물 때 떠밀려 들어온 상괭이가 썰물 때 돌아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구나. 한강 하류에 설치된 신곡수중보를 넘지 못하고 죽은 거지. 환경단체는 안 그래도 멸종위기를 겪고 있는 상괭이가 보(洑)에 막혀 죽었다며, 수중보를 없애야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단다.” “상괭이가 멸종위기에요?”

2005년만 해도 한반도 주변에 사는 상괭이 수가 3만6천여 마리였는데, 2011년에 다시 조사해보니 1만3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더란다. 단 6년 만에 64%나 줄어든 거지.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개체 수가 줄어든다면 머지않아 토종돌고래 상괭이를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실제로 상괭이는 CITES(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 조약) 보호종이기도 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괭이가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혼획(混獲)이야. 원래는 다른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쳤는데, 상괭이가 잘못 섞여 잡히는 거지. 한 해에만 무려 2~3천 마리가 혼획되는데, 심지어는 일부러 잡은 다음 혼획한 것처럼 속이고 고래 고기로 판매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는구나.”

“흑, 상괭이가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겠어요.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다행히 정부에서도 조금씩 신경을 쓰기 시작했단다. 얼마 전에는 상괭이를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상괭이 탈출용 그물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단다. 이 그물은 안강망 안쪽에 ‘작은 물고기는 통과하되 몸집이 큰 상괭이는 들어갈 수 없는 속그물’을 달아놓은 형태인데, 이런 그물을 쓰면 상괭이가 잘못 들어갔더라도 중간에 있는 탈출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어 잡히지 않아요.”

“그런 그물은 빨리빨리 좀 보급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남자애들의 나쁜 꿈도 꼭 없애야 한다고 봐요. 지난번에 남자애들 몇 명이서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는데요. 세상에나! 고래를 잡자고 다짐을 하는 거예요. 올해를 넘기지 않는 게 꿈이라나요? 고래 잡는 걸 포경이라고 한다는데, 암튼 녀석들에게 그렇게 못된 꿈은 빨리 접으라고 말해줘야겠어요.”

“그, 글쎄. 그 고래는 이 고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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