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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제화업계, '수제화로 男心 저격' 경쟁


젊은층 중심으로 수제화 인기 높아져 성장세 지속…맞춤 구두 판매도 증가

[장유미기자]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수제화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수제화를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발시장 규모는 지난 2005년 3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2005년 2조원대였던 제화시장은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1조2천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사이에 캐주얼화와 운동화 시장이 커지면서 제화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며 "제화업체들은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제화업체들은 최근 남성 수제화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화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수제화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성 수제화 시장은 2005년 600억원에서 지난해 720억원으로 20% 가량 증가했다.

각 업체별로는 금강제화의 경우 고급 수제화 브랜드인 '헤리티지'의 판매량이 2013년 4만8천켤레, 2014년 5만5천켤레, 2015년 6만2천켤레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했다.

이랜드 '엘칸토' 역시 올 상반기 수제화 판매율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63% 늘었으며 형지에스콰이아 수제화 '알쿠노' 라인은 지난 2월 출시 이후 전월 대비 판매신장률이 3월 45%, 4월 96%, 5월 78%, 6월 75%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남성 수제화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최근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남성 그루밍족의 영향이 크다. 이들은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까닭에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제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합리적 가격으로 고급스럽고 유니크한 수제구두를 찾는 젊은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소비 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빠졌지만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그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여는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의 제품 소비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나 가죽, 장식 등에 사용되는 소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지난 1일 출시한 '헤리티지 세븐·S'는 국내 수제화 중 최초로 독일에서 생산된 'JR 홍창'이라는 고급 가죽창이 적용됐다"며 "이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퍼지자 49만9천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준비됐던 3천500켤레가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급 수제화가 인기를 끌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구두를 만들 수 있는 '맞춤 구두'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헤리티지 비스포크(맞춤구두) 서비스는 지난 2011년 11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 17건, 2013년 19건, 2014년 24건, 2015년 29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강제화는 경력 20년 이상의 장인과 전문가로 이뤄진 비스포크팀을 구성해 고객이 신청한 곳으로 직접 찾아가 사이즈를 계측한 후 고급 수제화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보통 140만원 정도다.

롯데백화점 역시 수제화를 찾는 고객들을 공략하고자 발 빠르게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2일 국내 백화점 최초로 '3D 발사이즈 측정기'를 본점 '탠디' 매장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발사이즈를 무료로 측정한 뒤 매장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1~2주 뒤에 맞춤 수제화를 받아볼 수 있다.

'3D 발사이즈 측정기'는 오는 29일 잠실점·영등포점·평촌점 '탠디' 매장에서도 선보여지며 이후 롯데백화점 각 점포 및 브랜드에 점차 확대 도입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구두라는 도구적인 목적보다 가치에 의미를 두고 구입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수제화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구매력 있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고급 수제화 시장을 확대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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