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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일변도가 문제…게임업계 변해야


[확률형 자율규제]③ 이용자와 상생하는 수익모델 필요해

[박준영기자] 확률형 아이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좋은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적은 금액으로도 얻을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이용자가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어찌 보면 게임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익 모델로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확률형 아이템에 수익을 의존하는 데 있다. 부분유료화 게임뿐 아니라 매달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정액 서비스 게임에서도 판매하는 등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는 게임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고수익 경험한 게임사들, 줄줄이 확률형 아이템 도입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부수적인 수익 요소에 불과했다. 그러나 도입 후 수익이 예상을 뛰어넘자 게임사는 앞다퉈 더 많은 확률형 아이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몇 업체에서는 게임 밸런스가 붕괴되는 것도 감수하며 확률형 아이템을 만들었다. 그만큼 확률형 아이템이 가져오는 수익이 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러한 모습은 더욱 두드러졌다. 액토즈소프트(현 아이덴티티모바일)에서 서비스한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성공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 도입의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주객이 바뀌어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게임이 개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캐릭터'를 주요 콘텐츠로 삼은 역할수행게임(RPG)나 소셜 카드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좋은 성능의 캐릭터는 확률형 아이템에서만 얻을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현재 판교에 있는 게임 회사에 근무 중인 한 기획자는 "게임 수명이 짧은 요즘 확률형 아이템을 빼고 기획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고포류(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이나 초창기 퍼즐 게임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자율규제에 적잖은 허점…이용자들 불만 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했지만, 관련 정보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는 등의 부작용도 함께 확대되면서 이를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그러나 법으로 규제하면 시장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겠나고 나섰다.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 1년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회장 강신철, 이하 K-IDEA) 중심으로 진행한 결과 90% 가까운 게임이 '자율규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자율규제에 허점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K-IDEA 회원사가 아닐 경우 굳이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을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자율'이기 때문에 자율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한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0% 정도의 게임은 여전히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체 이용가·12세 이용가·15세 이용가 등 청소년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만 확률을 공개하기 때문에 18세 이용가 게임은 자율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사각지대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을 이용자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문제다. 이용자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써도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지금도 수많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얼마를 질렀는데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는 불평이 올라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은 확률형 아이템 '하나'에 대한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 즉 1개만 사도 얻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백 개를 사도 나오지 않을 또 다른 '확률'이 존재한다. 돈을 냈으면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돌아와야 하는데 중간에 '확률'이 들어가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이용자는 불만을 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게임사가 처음부터 이용자를 기만하거나 확률을 조작해서 발생한 일은 아니다. 단지 '확률'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돈'을 써야한다는 점에서 이용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현실보다 빠르게 내가 노력을 들인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노력'이 아닌 이용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확률'이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이용자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용자와 게임사 상생 수익모델 고민해야

확률형 아이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된 홍역을 여러 차례 치렀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컴플리트 가챠'로 인해 소비자청의 경고를 받고 게임사가 직접 제한하는 일이 발생했다.

'컴플리트 가챠'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엄청난 금액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나오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화가 난 이용자가 신고했고 소비자청이 나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위의 사례처럼 확률형 아이템은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의 신뢰를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 이용자와 게임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 대신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처럼 게임 밸런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과금 요소를 적용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성공 사례가 있는데 굳이 확률형 아이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확률형 아이템을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출 면에서 이를 따라갈 만한 제도가 없을뿐더러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낮은 확률을 뚫고 성취했을 때의 쾌감을 즐기는 사람에게 확률형 아이템만한 콘텐츠는 없다.

이용자와 게임사가 계속 상생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 게임사도 구매한 사람에게 일정 이상의 아이템을 보장하는 등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수명이 이전보다 더 빨리 짧아지고 있는 요즘, 확률형 아이템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뽑고 새로운 게임으로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용자를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오랫동안 게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용자와 소통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win-win)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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