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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무차별 아이디어 도용에 떨고있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NDA 협약 문화 정착돼야" 한 목소리

[성상훈기자] #스마트폰 다중 촬영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A사 대표는 몇달 전 대기업 B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마치 투자를 진행할 것처럼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해놓고 집요하게 APK(애플리케이션 패키지) 전체 공개를 요구한 것. 투자만 진행한다면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될 기술 상세 내용을 요구한 것을 수상하게 여겨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홈서비스 스타트업 C사 대표도 대기업 D사에 사업 소개를 하러 간 자리에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공개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당했다. 당시 D사도 유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C사 대표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후 결국 D사는 유사 서비스를 발표했고, C사 측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야무야됐다.

최근 발생한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아이디어 도용을 두고 빚어진 갈등의 일부 사례다.

대기업 뿐만이 아니다. 엔젤투자사 대표로 업계에 잘 알려진 모 투자사 대표는 몇달 전 피칭을 해달라며 스타트업 E사를 찾아왔다. E사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다. E사는 나중에 해당 투자사에서 유사 모델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을 보고 억울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국정과제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스타트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에 대한 마땅한 보호장치는 없는 상태다.

혁신기술 및 아이디어의 창업 등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려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에도 기본적인 기밀유지협약(NDA)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앞서 사례와 같은 중소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 도용 등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벤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초기 형태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가 시급하지만 막상 말그대로 을의 입장이다 보니 이같은 NDA를 요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 투자업계 조차도 이를 수용해주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나마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되면서 이같은 사례들이 종종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문제가 되는 정도다. 지난달 SNS를 떠들썩하게 했던 F사의 기술 도용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 논란이 거세지면서 해당 업체가 이를 삭제했지만 끝내 아이디어 도용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말로만 육성, 정부 뒷짐 … 스타트업들 "NDA 문화 정착 필요"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론칭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은 빛도 못 본 채 사장되기 일쑤다.

이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이 탓에 시장에서 어느정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경우 별 다른 '검증'이 필요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하곤 하는 문제가 심심찮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몇 년간 싸우거나 버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속앓이로 끝나고 사라지는 스타트업도 부지기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검증'된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를 서비스화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육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책적으로 이같은 아이디어 도용에 대응할 수 있는 NDA 활성화 등 관련 지원책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역 거점별로 창조혁신센터가 생긴 후로 센터내 법무팀을 통해 관련 협조나 자문 역할을 하는 정도다. 정책적인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 법적 문의를 하는 스타트업들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며 "최근에는 혁신센터가 어느정도 방패막 역할을 하고 있지만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해야할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업분쟁연구소장 조우성 변호사는 "쉽지 않은 문제지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핵심적이고 유출 위험성을 느낀다면 반드시 NDA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을이 NDA 작성을 요구하면 갑 쪽에서 차라리 안듣고 말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갑의 반응을 역으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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