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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호텔街...객실료 추락에 공급과잉 '경고등'


객실 이용률 높이려 앞 다퉈 가격 낮춰…브랜드 가치 떨어져 '악순환'

[장유미기자] 최근 몇 년 사이에 호텔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호텔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각 호텔이 고객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고 호텔 간 인력 빼가기가 빈번하면서 서비스 품질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이들 사이 모객 경쟁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호텔 건립 장려책과 맞물려 짧은 기간 호텔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객실 가동률은 크게 하락했다. 때문에 비즈니스 호텔뿐 아니라 특 1급 호텔들도 앞 다퉈 할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서울 시내에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호텔은 184개로, 객실은 무려 2만8천926실에 달했다. 또 올해 건립이 예정된 곳만 69곳, 객실 수는 8천964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호텔 수가 늘어난 이유는 규제 완화를 등에 업은 대기업 호텔 브랜드가 비즈니스 호텔 확장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09년 3월 공덕동에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선보인 후 올해 1월 초까지 서울 지역에 3개 정도의 호텔을 오픈했다. 또 올 초에는 젊은 층을 겨냥한 고급 비즈니스 호텔 'L7'을 명동에 개관했으며 홍대입구역 인근에도 한 곳을 더 오픈할 예정이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11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론칭하고 지난해 말까지 서울에만 5곳을 오픈했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5월 서울역 인근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을 개관했다.

글로벌 업체들도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2012년 광화문에 비즈니스 호텔 '나인트리'를 개관한 데 이어 올해 명동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스타우드 호텔 & 리조트는 '알로프트 호텔'을 서울 강남에 이어 오는 2017년 2월 명동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해 3월에는 앰배서더호텔 그룹이 명동에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을 오픈했으며 지난 1월에는 루브르호텔이 북창동에 '골든튤립엠서울호텔'을 열었다.

최근에는 기존 호텔 기업이 아닌 곳들도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담배업계 1위인 KT&G는 지난 23일 북창동에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을 오픈하며 첫 호텔사업을 시작했다. 가구기업 까사미아는 지난 2011년 4월 신사동에 '라까사호텔'을 오픈해 지난해 10월 증설했다. 또 여행업체 하나투어도 조만간 회현동에 '티마크 그랜드호텔'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처럼 호텔 수가 급증하면서 남아도는 객실이 늘어나자 객실 이용률(OCC)과 객실 평균요금(ADR)도 매년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객실 이용률은 2011년 80.74%에서 점차 떨어져 2014년에 76.9%를 기록했다. 또 메르스 사태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은 지난해에는 66%로 낮아졌고 올해는 60%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 지역 객실 평균요금은 지난 2012년 17만2천553원을 기록했으나 2013년 16만115원, 2014년 15만2천760원, 2015년 약 15만원, 올해 약 13만원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이날 남산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의 경우 공식 사이트에서 1박 요금을 조회해 본 결과 22만원(VAT 별도)이었다. 기존에는 업계에서 특급호텔의 객실 평균요금을 30만원 안팎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호텔 예약 사이트인 인터파크 투어에서는 최저 요금이 15만4천원(VAT 별도)이었다. 이곳은 지난달에 최저 요금이 14만4천200원까지 떨어졌다.

소공동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도 공식 사이트에선 슈페리어 트윈 기준으로 1박 최저 요금이 21만원(VAT 별도) 이었으며 인터파크 투어에서는 최저 요금이 19만원(VAT 별도)으로 표기돼 있었다. 또 다른 호텔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최저 요금은 21만5천원으로, 특급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특급호텔뿐 아니라 비즈니스 호텔들도 더 낮은 숙박요금을 책정해 고객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다른 비즈니스 체인보다 숙박 요금을 낮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라스테이의 경우 서대문점의 1박 요금이 인터파크 투어에서 8만6천원이었고 구로점은 8만2천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 수는 많아지고 있지만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올해까지 그 영향이 이어져 객실 가동률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각 호텔들이 빈방이 많아지다 보니 객실 평균 가격을 낮춰 객실 점유율을 끌어올리려고 하지만 이로 인해 호텔 브랜드 가치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성공적인 호텔들은 객실이용률이나 객실 평균 단가 등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하지 않고 이 두 가지를 다 고려한 객실수입액이 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국내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낮은 가격을 앞세워 객실 판매만 주력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에 대한 처우가 낮아지면서 이직률이 점차 높아져 서비스 품질 저하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진 고객들이 브랜드를 불신하게 되면서 호텔 브랜드의 가치보다 가성비를 따져 가격만 보고 호텔을 고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호텔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특급호텔마저 비즈니스호텔의 가격 경쟁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호텔업계가 전반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아 이직이 심하다 보니 서비스 품질도 예전만 못해진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정부가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올해 말까지 연장해 2017년까지 호텔 객실을 5천개 이상 늘리겠다고 밝혀 당분간 호텔 수가 더 늘어날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는 호텔이 많아지면서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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