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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대니 송금 성공…은행 비대면 거래 체험


[비대면 금융거래]② 디지털 키오스크서 계좌 개설…손바닥 인증도

[강민경기자] '어떤 은행에서 비대면 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선배로부터 "최근 은행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비대면인증 거래방식' 체험 후기를 써 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그저 막막했다.

어떤 은행에 갈지 고민하며 이것저것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미 만들어 둔 일반계좌가 있어야 비대면인증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자는 그래서 현재 주거래은행으로 이용 중인 신한은행에서 새 계좌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은행을 결정하니 이제 구체적인 계좌 개설 절차를 찾을 차례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보니, 무인 셀프뱅킹창구 '디지털 키오스크'가 설치된 전국 17개 지점에서만 가능하단다. 아무 곳에서나 '바이오인증(생체정보인증)'을 통해 손바닥만 가지고도 입출금 및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는 정보도 습득했다. 기계가 손바닥으로만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고? 신기한데? 꼭 해봐야겠군!

◆'모니터 속' 행원과 대화하며 새 계좌 만들어 보기

지난 17일 신한은행 여의도중앙금융센터에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를 찾았다. 그날 마침 여의도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검색 결과 가까운 이 지점에 해당 기기가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음… 저렇게 생긴 기계로군' 키오스크 앞에 도착한 뒤 멀뚱히 서서 기기를 관찰했다. 옆에서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이 은행의 매니저가 다가왔다. "무슨 용무로 오셨어요?" 은행 창구가 활짝 열려있는 시각에 왜 굳이 키오스크를 찾는지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기기 위쪽에 쓰여 있는 안내문을 살펴보니, 키오스크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였다. 행원과 영상통화가 가능한 시간은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다.

용무를 묻는 매니저의 질문에 "기자인데요, 비대면인증방식 한번 체험해 보고 기사를 써보려고요." 대답하면서 키오스크 기기 왼편에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자 매니저가 "수화기는 이따가 화상통화가 시작되면 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무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계좌를 새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스크린 메인화면에서 '계좌신규(입출금계좌)' 버튼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신분증을 넣어 달라는 안내가 나와서 준비해 온 주민등록증을 신분증 투입구에 넣었다. 순식간에 쑥 들어가더니 다시 쑥 하고 나왔다.

3초 뒤, 주민등록증의 앞뒷면 스캔본이 화면에 떴다. 그 아래는 기기가 신분증 스캔을 통해 인식한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가 표시됐다. 옆에 서있던 매니저가 "만약 주민등록증에 쓰여 있는 정보와 아래 표시된 정보가 일치하면 '확인'버튼을 누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치 여부를 확인한 뒤 버튼을 눌렀다.

화상통화가 시작됐다. 화면에 나타난 행원은 '신한은행' 로고로 빼곡한 벽을 배경으로 헤드폰과 마이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수화기를 들고 어색한 눈인사를 주고받고 나니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 속 행원은 내게 "휴대전화번호의 가운데 네 자리를 불러주세요"하고 주문했다. 대답했더니 이번에는 집 주소를 동 단위까지만 불러달라고 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기기 정면을 응시해 달란다. 이유를 물으니 "고객님 얼굴을 주민등록증에 쓰인 사진의 얼굴과 대조해보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직접 만나서 보는 것이 아니라 더 꼼꼼하게 검사하나 싶었다.

이후 이것저것 동의해 달라는 약관이 떴다. 처음에는 다 읽어봐야 넘어가는 줄 알고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약관을 읽었다. 집중하는 내 모습을 본 화면 속 행원은 "고객님, 그거 다 안 읽으셔도 되고, 그냥 확인 버튼만 눌러 주시면 계속 진행됩니다"하면서 웃었다. 민망한 순간이었다.

멋쩍게 웃으며 확인 버튼을 눌렀다. 행원은 내가 시간 끄는 것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행원은 화면에 창이 뜰 때마다 "확인 누르시면 됩니다", "보기 누르시면 됩니다" 하면서 언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제 어떤 종류의 통장을 개설할지 선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신한은행이 주거래은행이고 청년 전용 통장인 S20통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내 유일한 선택지는 'U드림 저축예금통장'이었다.

행원이 "체크카드도 함께 발급하겠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그가 이미 내가 이용 중인 S20체크카드는 못 만든다고 하기에 에스라인(S-Line) 체크카드를 신청했다. 혹시 사용할 일이 있을까 해서 후불교통카드 기능도 넣었다.

계좌 개설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행원은 "고객님께서 개설한 계좌는 인터넷전용계좌이기 때문에 출금하거나 계좌이체를 할 때 한도가 일반계좌에 비해 낮다"며 "출금은 1회 한도 100만원, 1일 한도 600만원이고 계좌이체 한도는 1회 600만원, 1일 2천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책자처럼 생긴 실물 통장이 발급되는 것이 아니고, 통장 사본처럼 계좌 기본정보만 입력된 종이만 발급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기기 오른쪽 아랫부분에서 설명한 내용이 인쇄된 A4용지가 나왔다.

통화가 끝났고, 체크카드가 인쇄돼 나오기까지는 약 1분이 걸렸다. 카드를 받은 뒤 이날 만든 계좌를 인터넷뱅킹 계좌로 추가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평소 인터넷뱅킹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했다.

◆'바이오인증' 통해 손바닥으로 송금하기

'아이고, 손바닥 거래를 빼먹고 왔네!' 집에 돌아와 보니, 손바닥 정맥으로 신분을 확인받고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바이오인증' 거래를 안해보고 그냥 와버렸다는 게 생각났다. 그래서 다음날 같은 곳을 다시 찾아갔다.

키오스크의 스크린 메인화면 왼쪽 윗부분에 있는 손바닥 모양의 '바이오인증' 아이콘을 누르면 절차가 시작된다. 이 아이콘은 구석진 자리에 있기 때문에 단번에 찾기가 힘들었다. 옆에서 내 행동을 관찰하고 있던 어제의 그 매니저가 "고객님, 바이오인증 버튼은 여기 있어요" 하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좀 헤맸을 것 같다.

신분증을 인식시키고 스캔 정보를 확인한 뒤 키오스크 화면 속의 행원과 화상통화를 시작했다.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 행원도 휴대전화번호의 가운데 자리와 집 주소를 물었다. 또 정면에 보이는 카메라를 응시하라고 해서 그대로 했다.

이후 약관 몇 개를 보고 동의 버튼을 누르고, 바이오인증 시 사용할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설정했다. 그 다음 손바닥 정맥 정보 등록 단계가 시작됐다. 행원은 내게 "스크린 오른쪽 아래 부근에 있는 스캐너 위에 손바닥을 4cm 높이로 올려놓으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4cm 높이를 눈대중만으로 맞추기는 힘들었다. 수전증(?)이 좀 있는 편이라 손이 허공에서 좀 방황했다.

"고객님 조금만 더 가까이 대 주세요. 아, 너무 가까이 오셨는데, 조금만 더 멀리, 좀만 더 가까이, 움직이지 마시고요…" "이렇게요?" "아뇨, 조금만 더 멀리 대 주세요. 네, 가만히 계세요."

몇 번의 시도를 거친 끝에 내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할 수 있었다. 스캔하는 데만 3분이 넘게 걸렸다. 이 부분은 속도와 정확도를 좀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이젠 정말 손바닥만 가지고도 이체가 되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주민등록번호와 설정해 둔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손바닥을 스캐너 위에 댔다. 이참에 기분 좋은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께 용돈을 부쳐 드리기로 결정했다.

스크린 메인화면 아랫부분의 '계좌이체' 버튼을 눌렀다. 인증 방식으로 '바이오인증'을 선택한 뒤 손바닥을 스캐너 위에 조심스레 가져다 댔다. 단번에 인증이 완료됐다. 어머니의 계좌번호를 누른 뒤 소정의 금액을 부쳤다. 바로 "우리 딸, 고맙다"는 카톡이 날아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손바닥 하나만 가지고도 이체가 쓱쓱 완료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디지털 키오스크로 가능한 업무는 어디까지일까? 신한은행에 물어봤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키오스크로는 입출금 창구 거래량 기준 약 90%에 해당하는 107여 가지의 영업점 창구업무가 가능하다. 입출금계좌 신규 등 실명확인 업무, 인터넷뱅킹 신규·변경 및 각종 통장·카드 등 실물 발급 관련 본인확인 업무 등을 영업점 방문 없이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는 야간이나 주말에 급히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있을 때 유용한 기기다.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 은행을 방문하지 못하는 직장인에게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평일 점심시간에 집중되는 창구 업무량을 덜어 주고, 번호표를 뽑을 때 필요한 종이를 절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획일적인 영업시간의 문제를 해결해 고객의 편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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