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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맨부커상 수상 후 첫 소감 "기분 이상했다"


"11년 전 소설이라 좋은 의미로 '이상해'…원작 감성 살린 번역도 놀라"

[강민경기자] "(맨부커상 수상 당시) 저는 그 때 시차 때문에 거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상태였어요. 그래서 뭔가 별로 현실감이 없는 상태로 상을 받았죠. 다행히 발표가 나기 직전에 커피 한 잔을 마신 덕분에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웃음)"

소설 '채식주의자'로 지난 16일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24일 오전 서울 동교동의 한 북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한 작가는 차분한 목소리로 "(상을 받고도) 제 마음이 담담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을 쓴 지 오래됐기 때문"이라며 "쓴 지 11년이 지난 소설이라 이렇게 긴 시간을 건너 먼 곳에서 상을 받았다는 게 좋은 의미로 '이상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 출간된 지 벌써 9년…"이후 작품과 연결돼"

그가 2007년 발표한 채식주의자는 상처입고 고통받는 인간의 내면을 탁월한 상상력과 독특한 표현력으로 묘사한 연작 소설이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 '영혜'가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 뒤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면서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 작가는 "소설을 완성한 지가 벌써 11년 전이라 지금의 저는 그 소설에서 많이 걸어나온 상태"라면서 "이 작품의 끝을 다음 소설의 시작과 연결하고, 다시 그 장편소설의 끝이 그 다음 소설의 시작으로 이어져 가는 방식으로 소설을 써 왔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가 다음 작품인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과 연결되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며 "이 소설의 끝에는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주인공 영혜가 차창을 내다보며 항의하는 시선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다음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도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원작에 충실하려면 작가의 '감성'과 '톤' 제대로 전달해야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성공적으로 번역해 낸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 씨를 언급하며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번역을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작품의 '톤(어조)'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번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제가 스미스 씨의 번역을 보고 놀랐던 것은, 채식주의자 1장에 보면 주인공 영혜가 독백하는 부분의 느낌을 정확하게 제 감정의 톤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스미스 씨를 신뢰하게 된 계기"라고 전했다.

한 작가는 소설을 쓸 때는 외국어로 번역될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집필할 때 항상 번역가의 입장을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는 김영하 작가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날 한강 작가는 오는 25일에 출간되는 신작 소설 '흰'을 소개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더럽힐래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한 '흰 것'을 선물하고 싶어 쓰게 됐다"며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한편, 한 작가는 오는 6월 11일에 서울 성북구에 있는 스페이스오뉴월 이주헌 갤러리에서 차미혜 작가와 함께 '소실점'을 주제로 하는 예술 전시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그의 신작 '흰'에 등장하는 얼음, 돌, 소금 등 흰색을 띤 사물이 등장할 예정이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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