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르포]요우커가 바꾼 북창동 상권…'호텔 메카'로 부상


'유흥 1번지'에서 '호텔 격전지'로 탈바꿈…과잉공급·주민안전 논란

[장유미, 이영웅기자] #19일 새벽 5시.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쯤 골목 포장마차에서 한 무리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소줏잔을 기울이고 있다. 유흥주점에서 일을 끝내고 술 한 잔을 나눠 마시며 늦은 일과를 마무리하는 그들 옆으로 일찍부터 서둘러 시내관광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들이 무리지어 지나간다.

몇 남지 않은 주점에서 일을 하는 이들은 관광객들을 지켜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대표 유흥가로 유명했던 이곳이 이젠 관광객들을 맞는 숙박시설로 채워지면서 이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창동식'이라는 보통명사까지 만들어 질 정도로 '밤문화'로 유명했던 서울 중구 북창동 유흥주점 밀집 거리는 이제 추억 속의 아련한 풍경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업소별로 하루 1천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호황을 누리던 북창동에 불황과 경기침체로 폐점한 곳들이 늘어나면서 이 자리에 비즈니스 호텔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북창동은 지난 2005년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점차 유흥가들이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먹자골목'으로 변신했다. 또 최근에는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비즈니스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호텔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북창동에서 명동까지 도보로 10분 거리인데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 몇 년 전부터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이를 계기로 다양한 스타일의 비즈니스 호텔들이 최근 잇따라 들어서면서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오후 방문한 북창동 먹자골목에는 공사 소음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호텔 신축·증축공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현재 영업 중인 호텔아로파는 인근에 경쟁 호텔들이 공사 중이었지만 증축공사에 나서는 등 부쩍 증가한 관광객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호텔아로파 관계자는 "작년에는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고자 증축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창동 일대는 골든엠호텔, 호텔아이린, 호텔아로파, 신신호텔 등 기존 호텔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또 이달 23일 오픈할 예정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이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었고 부영소공호텔, 북창동 12-1관광호텔 등도 서울시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처럼 북창동뿐 아니라 서울 시내에 호텔들이 많아진 이유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 이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서울 시내에 공급되는 호텔 객실이 외국인 관광객 객실 수요보다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앞 다퉈 호텔사업에 뛰어들었고 결국 지난 1년간 호텔 수는 2014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성장했다.

특히 북창동은 우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체인 호텔부터 중견기업과 개인이 운영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비즈니스 호텔들이 연이어 들어섰다.

이 지역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관광과 유통의 중심지인 명동 인근에 위치한 북창동은 앞으로도 호텔들이 몰리면서 '비즈니스 호텔 메카'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곳의 지리적인 특성 탓에 북창동에 호텔 시장이 계속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특급 호텔 대신 비즈니스 호텔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땅값이 비싸다 보니 임대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규모의 호텔을 짓고 경제성을 고려하는 관광객을 주타깃으로 비즈니스 호텔을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호텔촌이 형성되면서 주변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10여 년간 북창동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하는 상인은 "아무래도 이곳에 늘어난 호텔 덕분에 관광객들이 이곳에 체류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며 "최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도 생겨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물 밀집 지역에 지나치게 호텔이 들어서다 보니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일부 주민들이 불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소음과 공사 분진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북창동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곳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 포크레인과 소형 트럭 등의 공사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가고 있었다. 이를 피하고자 한 시민은 다른 지나가던 차량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공사할 때마다 소음과 공사 비산(먼지)에 살기가 힘들다"며 "무슨 공사인지 확인하고자 현황판을 보려고 했는데 공사표지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등 기본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또 북창동뿐 아니라 인근에도 호텔들이 오픈을 앞두고 분주히 공사를 진행했다. 여행업체인 하나투어는 내년 초 비즈니스 호텔 오픈을 목표로 회현역 인근 인송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있었고, 골프장 빌리오스CC도 중앙우체국 옆에 '더 발리오스 호텔 명동'을 한창 짓고 있었다. 또 빌리오스CC는 내후년쯤 북창동에 '더 발리오스 호텔 북창'도 오픈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호텔이 갑자기 많이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으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예전만큼 급격히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열 경쟁으로 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너도나도 치킨집을 차리면서 결국은 모두가 망했듯 이곳에 짓는 호텔들도 같은 느낌"이라며 "관광업에서 타격을 받으면 이곳 땅값 전체가 폭락할 우려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북창동에 비즈니스 호텔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유흥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도 "입지가 좋아 많은 업체들이 이곳에 호텔을 짓고 있지만 이제는 과잉공급에 대한 고민과 함께 미래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르포]요우커가 바꾼 북창동 상권…'호텔 메카'로 부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