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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애널리스트, '팔자'를 외친 죄?


[김다운기자] 애널리스트와 상장사 간의 갈등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 금감원으로 '4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통합 윤리규정'을 제정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등 건전한 리서치 문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애널리스트 윤리규정 등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애널리스트와 상장사 간 갈등이 촉발된 계기는 지난 3월 말 발간된 하나투어 보고서다. 한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이 부진하다며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하자, 하나투어 측이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항의하고 기업탐방을 받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에 지난달 7일에는 국내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긴급 브리핑을 갖고 "상장사가 애널리스트에게 방문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투자자나 시장을 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응했다.

국내 리서치센터들이 상장사에 대해 비판적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냈다가 해당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는 일은 공공연하게 벌어져 왔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50개 증권사 중 24곳은 '매도' 의견을 한 건도 내지 않았다. 매도 의견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대부분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였으며, 국내 증권사들은 설사 매도 의견을 냈더라도 비중이 1~2%로 미미했다.

금감원이 매도 리포트도 자유롭게 개진하는 '건전한 리서치 문화'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설사 상장사들이 하나투어와 같은 '갑질'을 하지 않더라도 애널리스트가 눈치를 봐야 하는 '갑'들은 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주식 투자자들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보고서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 투자자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가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욕설로 도배되기도 한다.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고객인 펀드매니저 등 기관 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 증권사에 주문을 넣지 않겠다'며 암암리에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중요한 이슈가 발생해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 경고음을 알려야 할 애널리스트가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할 말 다 하는' 애널리스트를 믿어주고 지지해준다면, 상장사들이 어떤 압력을 가하더라도 애널리스트는 밀고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애널리스트가 객관적인 분석 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독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피해는 결국 부족한 정보로 인해 손실을 보는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금융당국이 말하는 '건전한 리서치 문화'가 자리잡히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자들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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