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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양적완화' 논란, 갈수록 확대


박 대통령 추진 공식화 후 야권·한은 주변서 반대의견 줄이어

[이혜경기자]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새누리당의 강봉균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4·13 총선읖 앞두고 새누리당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한은이 산업은행에서 발행한 산업금융채권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양적완화는 본래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등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 전반에 돈을 풀어 소비 진작, 금융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는 통화정책이다. 이와 달리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을 매입해주면 산업은행이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자는 의미다.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 실패로 인해 한국형 양적완화는 물 건너가는 것으로 관측됐었지만, 이번주 들어 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나선 정부가 다시금 한국형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강화하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앞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도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재원은 선진국들이 펼친 무차별적인 돈풀기식 양적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며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야권 및 한은 주변에선 "한국형 양적완화 반대"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곳곳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이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29일 "양적완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전통적인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양적완화를 고려할 정도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비상상황이며 지금까지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게 먼저"라며 시행 반대 의사를 내놨다.

안 대표는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은 정부 재정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정부의 성적표는 좋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전국민에게 골고루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노조도 29일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까지 내면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한은 노조는 "재정적자가 불량식품이라면, 발권력 동원은 그 끝이 반드시 죽음에 이르는 마약"이라고 비유했다.

교초를 남발한 몽골, 당백전을 발행한 조선, 돈을 찍어 배상금을 냈던 독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국채 발행은 후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끝나지만, 발권력을 동원하면 후대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양적완화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했다.

한은 노조는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며 "양적완화라는 어설픈 말장난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국채발행 등을 통해 순리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도 지난 28일 중앙대에서 진행한 '한국경제 위기와 구조개혁'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개별기업이나 산업 문제에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입하게 되면) 건설업이나 철강업 등 특정 산업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한은이 나서게 되는데, 한은은 국가 전체를 위한 통화정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었다.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는 앞서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자는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양적완화와는 다른 의미"라고 선을 그은 후 "한국은행의 책무는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산업은행에 구조조정 지원용 자금을 직접 대는 것보다는 관련 여건을 만드는 게 한은의 할 일이라는 의미로, 한국형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특히 "(현재 상황에서) 구조조정 금융 재원 조달을 위한 시장여건은 문제 없다고 본다"면서 "만일 신용경색이나 우량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지원할 것"이라며 현 경제상황이 한은이 나설 만큼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도 전했다.

한편, 이번주에 가열된 논란에서 한은은 공식적으로는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찬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한발자국 비껴나 있는 모양새다.

29일 오전에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윤면식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발언하고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 재정 역할을 대신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를 언론에서는 윤 부총재보가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했지만, 한은에서는 이 같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윤 부총재보의 발언에 대해 "중앙은행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발권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다소 거리를 두는 입장을 내놨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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