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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프로게이머 출신 게임행정가, 게임문화 지킴이로


변성철 게임컬쳐랩 대표 "게임의 긍정성 부각…건강한 게임문화 만들 것"

[박준영기자] 프로게이머 출신 게임행정가가 '건전한 게임문화 지킴이'로 변신에 나섰다. IeSF에서 5년 넘게 행정가로 일하다가 '게임컬쳐랩'을 설립하고 사업가로 변신한 변성철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작년 4월 돌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 해 7월부터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고 한다. 왜 갑자기 인생항로를 급변경했을까?

"국내 게임 산업에서 일하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존감이 낮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 관계자분들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국제e스포츠연맹(IeSF)을 그만두고 '게임컬쳐랩'을 만들었습니다."

'게임컬쳐랩'. '게임'과 '문화(컬쳐)'를 결합한 단어로 사명을 지은 변성철 대표의 회사 설립 이유다. IeSF에서 5년 넘게 행정가로 일하던 그는 작년 4월 돌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 해 7월부터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인터넷·게임 중독에 질병코드 부여를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포함해 게임은 비판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게임 산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유 없이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변 대표는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IeSF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정말 좋지 않습니다.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저라면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게임 교육을 하려면 게임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변 대표가 사업에 대해 고민하면서 가장 크게 눈여겨본 대상은 '청소년'이었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은 게임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지만, 게임 때문에 가족 간 소통단절이나 학업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자신이 나선다면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변 대표는 생각했다.

"현재 게임 과몰입예방교육을 하는 단체는 많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편향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단순 지식을 통해 습득한 것을 토대로 교육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은 청소년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절대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게임을 누구보다 많이 해봤고 게임의 원리(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하는 변 대표가 직접 나서서 교육을 맡는다면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변 대표의 생각은 정확했다. 작년 말 '게임컬쳐랩'은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사업 발표를 진행했다. 교육지원청 산하에 게임 과몰입 관련 부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컬쳐랩'을 불렀다는 것은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교육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청소년들이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진행하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청소년과 부모에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게임은 동기유발과 경쟁을 통해 즉각적인 보상을 주기 때문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문화입니다. 하나의 놀이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를 잘 아는 사람이 교육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것이 '게임컬쳐랩'이 소유한 장점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 방향으로 사업 전개

'게임컬쳐랩'은 세 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가장 첫 번째가 '게임과 교육'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소년들이 게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현재 아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나마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것이 게임인데 이것까지 막으면 정말 미쳐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아이와 부모님에 대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게임과 예술'이다. 현재 게임은 수많은 기술을 접목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스포츠를 스포츠의 한 장르로 인식하는 것처럼 게임도 앞으로는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변 대표는 예상했다.

"게임의 예술적인 부분을 부각하고 이를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게임컬쳐랩'의 목표입니다. 공익적인 사업부터 현재 게임 업체들이 못하고 있는 부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게임과 e스포츠다. 변 대표는 IeSF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e스포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쓸 생각이다.

'게임컬쳐랩'의 세 가지 사업을 위해 변 대표는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해설가로 활동 중인 박태민 연구원을 비롯해 현재 게임문화재단 감사인 최성호 변호사 등 실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이 '게임컬쳐랩'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프로게이머에서 e스포츠 행정가, 그리고 사업가가 되기까지

변 대표는 '스타크래프트' 1세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여러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수상했지만 그의 진정한 실력은 '테트리스'에서 발휘됐다. 당시 온게임넷에서 주최한 테트리스 대회에서 12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테트리스의 신'으로 불렸다.

"사실 '스타크래프트'보다 '테트리스'를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저 자신도 놀랄 정도로 몰입해서 게임을 했죠. 원래 온게임넷에서는 '테트리스' 대회를 4회만 진행하려고 했는데 시청률이 당시 '스타리그'와 맞먹을 정도로 나와서 12회로 늘렸죠. 그런데 제가 전부 다 수상해서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선수를 은퇴한 이후 변 대표는 여러 게임 개발에 참여한 뒤 '스타크래프트' 코치로 합류했다. 2009년 제대 이후에는 IeSF에 입사해 e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행적 덕분에 변 대표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늘어난 식견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를 할 때 식견이 1이라면 IeSF에 들어가서 10이 됐습니다. 지금 '게임컬쳐랩' 사업을 하면서 다시 10배가 늘었어요. 내가 몰랐던 부분을 공부하고 부딪혀 보니 이전까지 안보이던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힘든 점도 있지만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사업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특히 게임을 분석하거나 즐긴 적은 많았지만 이를 교육과 접목하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변 대표는 자신이 생각한 '게임컬쳐랩'을 완성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과 청소년 교육에 관해 공부하는 한편 '소셜벤쳐' 대회에 나가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대회에 나간 덕분에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모델과 기대 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에서 내 사업계획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현재 '게임컬쳐랩'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육성 대상에 선정돼 여러 가지 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변 대표는 '게임컬쳐랩'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다.

◆건강한 게임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

처음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변 대표. 그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회적 목적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활동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게임 관련 인력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게임 쪽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니까요."

변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라며 '건강한 게임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게임 산업은 이전에도 블루 오션이고 지금도 블루 오션이며 다음 세대에도 블루 오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임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서 게임 산업과 문화에 이바지하는 게임산업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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