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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시그널', 분노했고 아팠으며 위로받았다(종영②)


장르물 새 지평…수사물에 담은 사회적 메시지

[이미영기자] '역대급 드라마, 갓그널, 웰메이드…'

tvN 드라마 '시그널' 방영 내내 따라붙은 수식어들이다.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할 만큼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다. 묵직한 울림이 때로는 눈물이 됐고, 우리 사회의 폐부를 아프게 찔렀다. 그 어느 수사물보다 날카로웠고, 그 어느 휴먼드라마보다 가슴 먹먹했던 역작이었다.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르물의 한계를 딛고 '성공한 드라마'가 됐지만, 사실 성공을 낙관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김은희 작가가 오래 공들여 기획한 '시그널'은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거절당하고 tvN으로 왔다. 무거운 메시지가 녹아든 수사물은 대중들을 품기에 어려운 드라마라는 판단이 있었을 터.

'시그널'은 장르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역대급 드라마'가 됐다. 배우들 스스로도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고 겸손하게 이야기 했지만, '시그널'은 시청률도,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성도 흠잡을 데 없었다.

첫 방송 시청률 6.4%로 시작한 '시그널'은 매회 방송마다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고, 10%를 넘어섰다. 단순히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화제성은 높았다. 흔히 말하는 '막장' 소재도 없고, 남녀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랑으로 점철되지도 않은 '시그널'. 한국의 대박 드라마 공식과는 철저히 동떨어진 시그널'은 어떻게 시청자들을 열광시켰을까.

드라마 '시그널'엔 그 흔한 '구멍'이 없었다. '믿고 보는' 연기자가 배치됐고, 탄탄하고 치밀한 스토리, 섬세한 연출이 있다. 완벽한 '협공'으로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

'미생' '성균관 스캔들'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시너지가 대단했다. 김원석 감독은 전작 '미생'에서 직장인들에 처한 현실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연출력으로, 김원희 작가는 장르적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 속에 사회적 통찰력을 담아냈던 필력으로 호평 받았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한 '시그널'은 장기미제 사건이라는 소재를 갖고 수사물과 휴먼스토리를 적절하게 배합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

이재한 형사의 죽음 등 추리 요소들이 적절하게 섞인 쫀쫀한 스토리와 '과거와 현재가 뒤바뀔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의 타임 슬립, 마치 드라마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에피소드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반전 전개 등은 '시그널'에 몰입하게 한 요소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재와 과거가 오고가는 무전 속에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모습에서 단순히 수사물,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했다. '시그널'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 영웅 스토리도, 범인들을 소탕하며 쾌감을 안겨주는 범죄수사물도 아니다.

'시그널'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대도 조세형 사건, 성수대교 붕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에피소드들은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비췄다. 부패한 정치인, 불의와 비리가 만연한 공권력, 정의가 무너진 사회를 이야기 하고 있다. 가진 자들에 의해 약한 자들은 여전히 소외 당하고 있는 현실이 있고, 이같은 현실에 귀막음 하고 있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우리들의 모습이 담겼다.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라는 재한의 울분 섞인 대사는 그래서 참 아프고 아팠다.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감정은 사건 해결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전부는 아니었다. 사회 곳곳에 일어나는 불합리한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고, 함께 분노했으며 또 위로받았다.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재한과 수현, 해영 등의 고군분투를 응원했다. '오늘의 우리가 꼭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마지막회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라는 메시지는 곧 무언의 압박이자 따뜻한 위로였다.

드라마적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치유와 상처의 장을 열었던 '시그널'. 장르물의 한계를 깨고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많은 이들이 이같은 정서를 공유했기 때문이 아닐까. '시그널'은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참 소중한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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