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문영수] 게임은 질병? 게임업계 다시 뭉칠 때


[문영수기자] 게임을 마약·알코올·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보고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신의진법'은 2013년 발의됐다. 그 이후 '게임 말살정책' '탄압정책'이라는 원색적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대표적 문화콘텐츠인 게임을 마약 등과 같은 선상으로 놓을 경우 자칫 '게임은 해로운 것'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많은 개발자들은 '마약 생산자'라며 자괴감에 빠졌고 산업 성장의 원동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오죽했으면 해외 13개 게임협단체들이 신의진법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낼 정도였다.

그로부터 3년 뒤, 보건복지부가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게임업계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겨우 신의진법을 막아냈더니 또 다른 복병을 만난 격이다. 질병코드 부여는 인터넷·게임 중독을 고쳐야 할 '병'으로 바라보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문화계 전반을 뒤흔든 제2의 신의진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의진법의 최대 난제는 게임 중독이라 불리우는 현상을 과연 엄연한 중독으로 볼 수 있는지 의학적 근거가 부실했다는 점에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인용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도 '인터넷 중독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체계 내에서 하나의 장애로서 정식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대목이 나오고 미국 정신의학계의 DSM-5(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도 인터넷·게임이 (중독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다. 한마디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현재 그 '근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인터넷·게임 중독의 원인 및 위험인자·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이 지난해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팀을 중심으로 시작되어서다. 17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현재 2015년 실적이 정리됐고 올해 사업계획까지 나온 상태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게임은 중독 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우리나라에서 나올수 있다는 뜻이다.

권위의식에 유독 약한 우리나라에서, 권위있는 의사들이 '인터넷·게임은 중독물질'이라는데 이 말을 의심할 부모는 많지 않아 보인다. '체계화되고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를 앞세운 보건복지부의 정책 논리에 제동을 걸 수 없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김대진 교수가 신의진법을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중독정신의학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의 배후에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몰아 새로운 치료 시장을 창출하려는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13년 11월, 주목할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의 전방위적 규제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발족한 것이다. 공대위는 성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법은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중독 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정치권에 당하기만 했던 게임업계와 문화계가 한데 뭉친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또 다시 인터넷·게임이 마약과 동일선상에 놓일 위기에 처한 지금, 게임업계가 할 일은 다시 뭉치는 것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문영수] 게임은 질병? 게임업계 다시 뭉칠 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