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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휴가' 즐기는 국내외 ICT 기업들


일과 생활의 균형 중시해 긴 휴가 권장

[김국배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요즘 평상시와 달리 회사가 휑하다. 엘리베이터도 더는 붐비지 않는다. 연말을 맞아 상당수 직원들이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MS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나가다 마주치면 '왜 회사에 있어요? 휴가 안 갔어요"'라고 물을 정도죠. 여름 휴가 시즌과 비슷해요"라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주어진 연차를 모두 쓰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요즘은 국내 기업들도 연말을 맞아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가는 분위기가 정착되나 싶지만 여전히 '그림의 떡', '공허한 외침'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어쩌면 아직은 과도기로 보이는 국내 기업과 달리 외국 IT 기업들은 연말 연시 긴 휴가를 권장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메일로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건 기본이다. 연차가 남아있는 직원들은 25일부터 최장 8일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MS는 연말이 되면 2주 정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MS에 겨울 휴가는 쓰라고 독려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문화 자체라 말한다. 한국MS 관계자는 "회사가 텅텅 비었다"며 "여름 휴가를 가듯 자율적으로 알아서 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포토샵'을 판매하는 미국기업 어도비. 이 회사는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일주일 정도의 '겨울 휴가(Winter holiday)'에 들어간다. 회사 지정휴가인 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연차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직원들이 휴가를 떠나 자리를 비운다.

다만 이는 미국 본사 기준으로 모든 나라가 똑같진 않지만 한국어도비 직원들도 겨울 휴가 기간과 연말에는 남은 연차를 소진하면서 재량껏 쉬는 분위기다.

한국어도비 관계자는 "한국어도비는 입사월에 따라 연차 소진 기한이 다르다"며 "직원마다 '각자의 연말'을 보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는 기업 SAP코리아는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남은 연차를 다음 해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휴가 이월(Carry Over)'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최대 5일까지 이월이 가능하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마감 등 연말 바쁜 스케줄 탓에 예정대로 연차를 사용하기 어려운 임직원을 배려한 것"이라며 "연말이 아니더라도 공휴일이 있으면 앞뒤로 연차 사용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분석 SW 기업 SAS코리아는 아예 일년에 3번 연차 사용 계획표를 작성한다. 연초에 1년 휴가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한 뒤 한 해가 끝나기 6개월 전과 2개월 전 다시 미사용 연차 사용 계획표를 쓴다. 이를 통해 남은 연차를 모두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SAS코리아 관계자는 "연차를 계획대로 사용하는지 분기별로 안내하고 있다"며 "SAS는 직원의 워크 & 라이프(work&life) 균형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연차를 이월하지 않고 모두 사용하도록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한국HP도 휴가 사용에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과 마지막날인 31일에는 '오피스 클로징(office closing)'을 통해 직원들이 개인휴가를 쓰게 했다.

한국HP는 원래 명절인 설과 추석 연휴에는 앞뒤로 이틀씩 '오피스 클로징'을 통해 전 직원들을 쉬게 해왔다.

한국HP 관계자는 "억지 소진은 없지만 휴가 사용에 자유로운 편이라 대부분 100% 활용한다"며 "출장 등의 업무로 바쁜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생겨 올해부턴 24일과 31일 '오피스 클로징(office)'을 통해 개인 휴가 이틀을 모두 쓰게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피스 클로징으로) 나중에 연차 소진 같은 이슈가 안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국오라클의 경우에도 연말이 되면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연차를 쓰지 못할 경우 임원이 아닌 직원들은 연차 수당을 준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연차 사용을 독려해 크게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기업인 화웨이는 조금 다르다. 한국화웨이는 직원 개인 상황에 맞게 휴가를 쓰지만 미국회사에 비해선 긴 휴가를 다녀오는 분위기가 덜하다. 한국화웨이 관계자는 "중국은 설날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 연말엔 오래 쉬는 그런 분위기는 특별히 없다"며 "한국지사는 25일과 신정에 쉬지만 중국은 25일도 휴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SW 기업 가운데도 이런 회사가 있다. 외국 기업 못지 않은 복지로 잘 알려지기도 한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 기업 제니퍼소프트도 연차 사용에 그다지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제니퍼소프트 관계자는 "하반기 되면 매년마다 회사에서 남은 휴가 체크해서 (연차 사용) 독려 메일 보낸다"며 "이미 문화적으로 정착돼서 자연스럽게 계획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1년에 4~5일 정도 일괄휴무일을 지정해 쉰다. 휴무 일정은 전년도 말에 미리 공개된다 주로 설날, 삼일절, 어린이날 등 명절이나 샌드위치 데이 전후가 된다. 올해는 이런 일정에 따라 30일과 31일 전사 휴무를 실시한다.

한컴 관계자는 "개발자가 많은 SW 기업의 경우 개발 일정 등으로 개인 연차를 충분히 소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전쳬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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