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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 권리' 법제화 다시 속도낸다


국회서 학계·업계 전문가 토론회 열려…기술적 가능 범위 논의도

[성상훈기자] 지난해부터 찬반 양론이 쏟아졌지만 현재 제자리 걸음에 놓여있던 '잊힐 권리'의 법제화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국회에서 '잊힐 권리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되면서 구체적인 보장 범위와 더불어 기술적인 논의도 함께 시작돼 향후 잊힐권리 이슈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안 완성을 위해 미방위 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아직 충분히 논의를 기울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법제화에 있어서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의원은 "인터넷 상에 남아있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불필요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선진국에서는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고 전세계적인 법제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직접 모여 잊힐 권리 법제화를 넘어 인터넷 상에 올리는 정보의 주권을 개인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가장 먼저 발제를 맡은 한림대 산학협력단 연승호 교수는 "자의에 의해 생성되는 인터넷 자료는 잊힐 권리 대상에 1차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며 "특히 콘텐츠 산업과 정보서비스에서 생성되는 자료들 중에 소멸 시효와 주체를 정의해 법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 융합서비스개발 담당 송명빈 부장은 "지난 5년간 국내 잊힐 권리 관련 연구 48건 중 80%가 법제 관련 연구"라며 "법리적 연구만 해왔을 뿐 실제 서비스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부장은 "잊힐 권리가 보장되면 인터넷 서비스 상에서 소비자가 어떤 현실과 부딪히게 되는지 바라봐야 한다"며 "소비자 주도의 자기 통제권을 지니려면 인터넷에 올린 정보가 스스로 소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참석해 잊힐 권리 제도화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강원도는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잊힐 권리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재 강원도청 홈페이지에 '디지털 소멸 시스템'을 탑재해 방문자들이 스스로 올리는 콘텐츠에 소멸 시한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원도는 내년 이를 강원도내 18개 시군 홈페이지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최 도지사는 "자의로 만든 디지털 정보의 수명을 스스로 지정하면서 디지털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자는 것"이라며 "개인의 디지털 주권 뿐만 아니라 폭발적으로 데이터가 늘어나고 있는 미래 디지털 환경에 대비하자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환경에 맞는 법제도화 필요

잊힐 권리는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이용자 정보를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향후 검색되거나 저장,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지난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잊힐 권리를 정식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잊힐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ECJ 판결 뒤로 구글은 EU회원국을 대상으로 정보 삭제 요청 페이지를 개설했다. 구글은 이후 유럽에서 삭제 요청을 받은 인터넷 접속 링크 35만여개를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의 방식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헌법 17조에 의거해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 자유의 보장을 받고 있다"며 "이외 소비자 기본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인터넷 상의 정보를 열람, 수정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적인 토양이 이미 마련돼있는만큼 유럽방식 그대로 적용되긴 어렵다"며 "국내 법적 환경을 고려해서 제한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나'의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올라가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제3자가 올린 글과 표현물은 언제나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나서야 할 필요는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별도로 관련 산업에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T 서비스개발본부 이승환 차장은 "현재 중소 IT 개발사, 중소 서비스 사업자들은 인증 관련 부분에서 대형 포털 사업자 의존도가 크다"며 "잊힐 권리가 법제화 되면 이들이 포털이나 SNS에 고객 유치를 위한 인증을 할때 오히려 장애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차장은 이어 "영세한 IT 사업자들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표준화에 맞춰진 솔루션(디지털 소멸)이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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