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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서 움트는 '블록체인' 기술, 가능성은?


국내외 금융권서 잇단 도입 움직임…보안성, 저비용 등 부각

[이혜경기자] 글로벌 금융권에서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 분산형(P2P) 거래기록 시스템) 도입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씨티그룹, HSBC,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30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지난 9월 'R3CEV컨소시엄'을 발족하고 블록체인 송금/결제 시스템 개발과 국제표준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은 스타트업(Safello)과 비트코인 기반 결제시스템 공동 개발중이며, 미국 나스닥에서도 지난 10월에 블록체인에 기반한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을 개발해 시범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LG CNS가 클라우드월렛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개발에 들어갔으며, 신한은행도 스타트업 스트리미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외환송금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을 촉구한 상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개최한 '핀테크 해외진출 원탁회의' 자리에서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송금/결제시스템 개발을 추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제금융센터에서도 2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해외 대형투자은행(IB)들이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록체인 기술, 대체 뭐길래

블록체인은 분산식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이용해 중앙 서버 없이도 P2P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블록체인 방식으로 송금하는 상황을 예를 들어 보자. A가 B에게 송금을 한다는 금융거래 기록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 거래정보가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전송된다. 이때 다른 참여자의 정보와 송수신자의 정보를 전산시스템에서 빠르게 대조해 인증이 이뤄진다. 이 거래기록을 형성한 블록은 다른 블록과 체인을 형성해 삭제 불가능한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A는 B에게 입금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은행 등 신뢰성 높은 중앙 중개기관이 거래에 따른 장부를 종합 관리하는 방식이 지배적이었으나, 분산식 원장 기술은 모든 거래 주체(Peer)가 거래정보를 동시에 기록하고 보유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블록체인기술은 ▲보안성과 정보의 투명성이 높고 ▲저비용 ▲빠른 속도 등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주혜원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 기술은 높은 보안성, 속도개선 및 비용절감 등 성장잠재력이 상당하다"며 "앞으로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위변조를 막는 보안성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승인과정을 자동으로 암호화(Encryption)해 처리하는 데다, 구조적으로 데이터 위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기존에는 금융 거래시 변동내역을 금융기관이 승인한 후 금융기관 DB에 기록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쓰면 금융거래 이용자가 내역을 서로 교환해 승인하고, 이를 대조해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다. 이때 전체 체인(관련 네트워크 참여자)의 50%가 동의해야 거래가 정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조작을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부의 절반 이상을 해킹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는 평가다.

게다가 일단 거래내역이 등재되면 누구나 확인 가능할 수 있어 거래 흐름도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

이밖에도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거래를 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빠르고 결제 비용 및 수수료도 최소화되어 거래의 '효율화' 달성이 가능한 특징도 있다.

산탄데르(Santander) 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 적용으로 향후 은행권의 인프라 관련 비용(증권 거래망, 컴플라이언스, 데이터베이스 유지 등)이 연간 150~200억달러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서도 "블록체인 도입시 (거래 기록 관련해 운영했던) 비효율적인 은행 자회사들을 정리할 수 있어 금융산업에 막대한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핀테크 투자 둔화 속 블록체인 투자는 확대

올해 선진국에서 전체 핀테크 투자규모는 둔화됐지만, 블록체인 및 비트코인 관련 투자가 크게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와 실리콘밸리 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핀테크에 투자된 총 자금은 50억달러를 약간 밑돌면서 전년 대비 주춤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관련 투자는 이미 상반기에만 4억달러에 달하며 전년도 전체 투자액을 넘어섰다(IIF, CB 인사이트 자료).

블록체인 기술은 송금 등 금융거래 외에도 토지등기 같은 부동산 분야, 장외거래 등 증권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남미의 온두라스 정부가 불분명한 토지 소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한 부동산 등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센터의 주혜원 애널리스트는 "관련 분야 규제의 불확실성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규제 및 법적 체계(framework)의 부재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규제 증가가 블록체인의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금융권의 블록체인 도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은행권도 금융권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해 공동 인프라 구축 및 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제3기관 없이도 개별 주체 간에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금융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성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은행권 역시 블록체인 분야 등에서 핀테크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비용절감 방안 및 신규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일 핀테크 해외진출 원탁회의에 참석한 금융결제원의 김종찬 핀테크업무실장은 블록체인과 관련해 "아직 기술에 대한 경제적·기술적 검증이 필요한 단계로, 실시간 업무보다는 일정시간을 대기해도 무방한 업무 위주로 적용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내놨다.

성신여대 IT학부 홍승필 교수도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이 현재로서는 안전하고, 시간이 지나 블록이 쌓일수록 더욱 안정적이 되나, 익명성에 따른 책임소재 및 식별의 어려움 등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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