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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천우희부터 이정현까지…청룡의 기분좋은 이변


이정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20년 만에 청룡 트로피 안아

[권혜림기자] 배우 이정현이 저예산 영화를 통해 약 20년 만에 청룡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눈물로 감격의 소감을 말하던 그의 얼굴에서, 지난 2014년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의 눈물이 떠올랐다. 국대 최대 규모 주류 영화시상식인 청룡영화상은 저예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수상 결과로 영화계 안팎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지난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배우 김혜수와 유준상의 진행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앞서 제52회 대종상이 파행 논란에 이어 영화 '국제시장'에 10개 부문 트로피를 몰아준 모양새로 '뒷말'을 낳았다면, 청룡은 각 부문 이견을 내놓기 어려운 수상 결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특히 시선을 모은 지점은 여우주연상 부문의 수상 결과였다. 올해 청룡의 여우주연상 부문에는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무뢰한'의 전도연, '암살'의 전지현, '뷰티인사이드' 한효주가 노미네이트됐다. 누가 봐도 쟁쟁한 후보군이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들이 대거 포진된 부문이었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안국진 감독의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주연으로 열연한 이정현이었다. 10대에 연예계에 데뷔, 영화 '꽃잎'으로 남다른 연기력을 보여줬던 이정현이지만, 해외 활동을 포함해 가수로 무대에 선 기간이 길었다. 활동 연차에 비해 많은 영화로 관객을 만나진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타 후보들이 빈틈 없는 필모그래피로 충무로를 누벼왔던 것을 감안할 때 이정현의 수상을 확신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정현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청룡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1996년 '꽃잎'으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지 약 20년 만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작비가 채 1억 원도 투입되지 않은 저예산 영화다. 이정현은 객석에서 이름이 호명된 직후 오열을 시작했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꽃잎'으로 1996년에 오고 20만에 처음 청룡에 왔다. 너무 너무 재밌게 즐기다 가려 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주시고 너무 감사하다"고 벅찬 소감을 알렸다.

그는 수상을 계기로 저예산 영화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안국진 감독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좋은 영화 소개해 주신 박찬욱 감독에게도 감사하다. 이 기회로 다양성 영화들이 더 많이 사랑받아서 한국영화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현은 지난 2014년 천만 영화 '명량'에 출연하기 앞서 2012년 강이관 감독의 저예산 영화 '범죄소년'에서 여전한 연기력을 확인시켜준 바 있다. 독립 영화에 대한 이정현의 애정과 관심은 '범죄소년' 속 쉽지 않았을 미혼모 연기를 펼쳤던 것 뿐 아니라 노개런티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청룡이 저예산 영화의 출연 배우에게 주요 부문 상을 안긴 일은 종종 있었다. '파수꾼'의 이제훈도 청룡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올해 남자신인상 역시 '거인'의 최우식이 거머쥐었다. 올해 이정현이 수상한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들의 출연작을 살펴봐도 흥미롭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만큼은 아니지만, '무뢰한'과 '차이나타운' 역시 통상 상업영화판의 제작 예산과 비교해선 크지 않은 규모의 작품이다. 영화의 규모나 흥행 성과보단 배우의 연기력에 집중해 선별한 후보군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큰 임팩트를 안겼던 사건은 지난 2014년 '한공주'의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일이다. 앞서 숱한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독식하다시피 했던 천우희지만, '청룡영화상'이라는 시상식이 업은 무거운 상징이 '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여우주연상 트로피와 만나 그를 더욱 감격케 한듯 보였다.

올해 청룡의 무대에서 눈물을 쏟는 이정현의 모습에선 작년 천우희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작년과 올해의 여우주연상 시상 결과는 작은 영화에서도 관심을 거두지 않아 온 쳥룡영화상의 행보를 대변한다. 청룡의 '기분 좋은 이변'이 매번 신선한 감흥으로, 메이저 영화계 외부를 향한 환기로 이어지고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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