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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구장 CCTV 논란, 억측은 자제해야 한다


사각지대 살펴보기 위해 설치, 사인훔치기 논란으로 번지는 중

[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제2 홈구장인 청주구장이 생각지도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양 팀 덕아웃에 설치된 CCTV 모니터 때문이다.

한화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2일, 논란이 시작됐다. KIA가 4-2로 앞선 4회말 한화의 공격 2사 1,2루 상황. 김기태 KIA 감독은 심판진을 덕아웃으로 불러 무언가 항의를 했다. 감독석 책상 위에 놓인 조이스틱, 벽면에 걸린 CCTV 모니터가 문제였다.

조이스틱과 모니터는 감독석에서 보이지 않는 구장의 사각지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양 팀 덕아웃에 모두 설치돼 있다. 청주구장은 구조상 1루 쪽 덕아웃에서는 좌익수 방면, 3루 쪽 덕아웃에서는 우익수 방면 파울라인 부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벽면의 모니터는 총 3개. 그 중 2개는 불펜을 앞뒤에서 비추고 있다. 이는 타구장에도 설치돼 있는 시설물. 하지만 사각지대를 비추는 또 하나의 모니터는 청주구장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존재다. 해당 모니터는 책상 위의 조이스틱 조작을 통해 화면 위치를 조정해 볼 수도 있고, 줌 기능을 사용해 특정 위치를 당겨 볼 수도 있다.

청주시는 구장의 구조상 아쉬운 점을 커버하기 위해 CCTV를 설치했다. 덕아웃에서 직접 필요한 위치를 살펴볼 수 있도록 각종 기능이 장착된 조이스틱까지 구비해놨다. 청주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팀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배려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김기태 감독은 CCTV가 상대팀 덕아웃까지 비출 수 있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요지의 항의를 했다.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자는 의도도 있었지만, 승부처에서 상대의 흐름을 끊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결국 심판진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양 팀 덕아웃의 관련 모니터를 끄기로 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곧장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심판진에게 CCTV를 악용하지 않았다는 뜻을 전달했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이용규를 10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 이닝이 종료됨으로써 CCTV 관련 항의는 결과적으로 KIA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 됐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도 한화의 추격을 뿌리치고 5-4로 승리, 6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CCTV 관련 항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남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마치 한화가 일부러 상대팀의 사인을 훔치기 위해 구장에 CCTV를 설치한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CCTV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KBO도 이를 인정, 다음 시즌부터는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금조 KBO 육성운영부장은 "원칙적으로 전자기기는 덕아웃에 들어갈 수 없는데 (조이스틱 조작이 가능한 모니터는) 포괄적으로 전자기기로 구분할 수 있다"며 "경기운영위원, 심판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얘기했다. 악용 여부를 떠나 페어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억측을 통해 한화를 비난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청주구장 CCTV는 지난 7월14일~16일 열린 한화와 롯데의 3연전 기간 중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당시 한화는 롯데에 1승2패로 밀렸다. 이번 KIA와의 2연전에서도 1승씩을 나눠가졌을 뿐이다. 한화가 CCTV 설치로 인한 이득을 취했다는 정황은 포착하기 어렵다.

김기태 감독의 항의도 한화 벤치가 CCTV를 활용해 KIA의 사인을 훔쳤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자는 뜻이 짙었다. 경기 외적인 요소로 상대의 추격 흐름을 끊기 위한 의도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기태 감독의 스승인 김성근 감독이 종종 사용하던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CCTV 사건으로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의 취임과 마운드 혹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화가 또 한 번 좋은 먹잇감이 된 분위기다. 한화의 잘못이 있다면 청주시와 함께 청주구장을 리모델링하면서 CCTV 설치에 대한 자문을 KBO에 구하지 않았다는 정도다.

논란으로 인해 청주구장의 CCTV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의 소지는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화를 첨단 장비를 활용해 상대팀의 사인을 훔치려 한 파렴치한 구단으로 모는 것은 그야말로 불필요한 억측일 뿐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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