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7월 말에 티켓을 못사서 못올뻔 했는데 2차 티켓 간신히 구해서 왔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어서 학교도 빠지고 왔다구요."
지난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15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팬사인회에 참가한 팬들의 절규다. 환호성에도 모자라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하는 초등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팬싸인회 현장은 아이돌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대도서관, 씬님, 도티, 영국남자, 정성하 등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에 참가한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BJ)들이다.
미처 팬페스트코리아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BJ들의 얼굴 한번이라도 보기 위해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6시 30분이 되자 알림터 2관 특설무대에 입장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인터파크를 통해 발매된 '2015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1차 티켓 850여장은 발매 하루만에 전석 매진됐다. 지난 11일 2차 티켓 150장을 발매했지만 이마저도 순식간에 동났다.
운좋게(?) 티켓을 구한 이들은 오후 7시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진행된 공연 내내 선채로 BJ들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MC딩동으로 더 잘 알려진 개그맨 허용운씨와 BJ양띵(양지영), BJ악어(진동민)가 이날 행사 MC를 맡았고 핑거 스타일의 기타리스트 정성하가 행사 첫 무대 포문을 열었다.
국내를 대표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한 씬님(박수혜)은 미국을 대표하는 뷰티 크리에이터 베서니 모타와 함께 콜라보 분장 무대를 선보였다.
베서니 모타는 유튜브 구독자 900만명 이상을 보유한 미국의 뷰티 및 패션 분야 방송 크리에이터다. 그녀는 이날 행사에서 조선시대 황진이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시연해 환호를 받았다.
이어 영국남자(조쉬캐럿)의 영화 킹스맨 패러디 공연과 쿠쿠크루의 코믹 음악쇼가 이어졌고 도티와 대도서관의 평소 볼 수 없는 댄스무대도 열렸다.
◆충성도 높은 '팬층', 진정성 있는 관계 구축
2015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를 관람한 팬들은 BJ들의 외모나 공연의 퀄리티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공연은 지상파 쇼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티나 대도서관의 댄스 무대도 아이돌 그룹의 공연에 비하면 퀄리티는 떨어진다.
하지만 팬들은 연예인을 볼 때보다 더 크게 환호를 보내고 열광했다. 공연 중 쿠쿠크루가 직접 퍼주는 아이스크림 한 숟갈에도 뜨거운 환호를 보낼 정도다.
평소 방송을 시청하면서 소통해왔던 BJ들의 색다른 모습에 재미를 느끼고 더 좋아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연예인을 향한 팬덤이라기 보다 동네 친한 형이나 친구같은 존재라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이 팬들이 충성도 높은 골수 팬들이라고 지칭한다. 충성도 있는 팬들이 BJ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퀄리티에 상관없이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충성도' 때문이다.
아프리카TV 소셜 커뮤니티 사업본부장 신병휘 상무는 "대중스타가 되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고 방송 크리에이터들은 이들의 욕구를 대신하고 있다"며 "특히 편집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솔직함이 팬들의 피드백과 합쳐지면서 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방송 크리에이터들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입증해 보이면서 팬들의 충성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BJ 대도서관 나동현씨는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면 이들의 관심과 열정이 얼마나 큰지 피부로 느껴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고민도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 온라인 파트너십팀 박태원 팀장은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많은 골수 팬들이 있고 이들로 인해 꾸준히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온라인 방송 크레에이터들도 마찬가지다. 충성도 있는 고객 1만명만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분석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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