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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in(人) 우한]③A매치 데뷔전? 한국 새얼굴 실력에 놀란 中 취재진


데뷔전서 골 넣은 김승대-이종호에 대한 정보 문의 쏟아져

[이성필기자] "저 선수는 A매치를 얼마나 뛰었나요?"

한국과 중국이 동아시안컵에서 맞붙은 2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취재진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기자들이 쉼 없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경기 전 중국 기자들은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이길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티탄저우보 양샤오뤼 기자는 "중국 축구는 투자로 나아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변화를 목격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자 위축으로 답보 상태인 한국 축구를 곧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태냈던 겁니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중 하나인 시나닷컴에 올라온 대부분 기사는 놀랍게도 '중국은 한국에 5년 동안 패한 적이 없다'라든가 '기억 속으로 들어간 공한증, 이제는 중국이 앞서간다'라는 식이었습니다.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중국에 0-3으로 패한 뒤 두 팀이 다시 만난 것은 2013 동아시안컵이었죠. 당시 결과는 0-0 무승부. 최근 5년간 딱 두 번 겨룬 것을 '5년 무패'로 포장하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의 왕란 기자는 "시진핑 주석은 네덜란드, 독일 등을 방문해서도 축구 이야기로 외교의 문을 열었다. 중국 축구가 아시아를 벗어나 좀 더 세계로 가까이 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중국 축구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발전의 중심축은 인프라입니다. 인재 육성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중국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모의 경제에만 집착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온다습한 우한의 기후 속에서 한국-중국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취재석에서 중국의 공격 때마다 탄성과 박수를 치는 중국 기자들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국, 일본 취재진은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보며 움직임과 전술 관찰에 몰두했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2-0, 한국의 승리였습니다. 근처에 앉아 있던 중국 신화사 기자는 기자에게 "영어나 중국어로 된 한국 선수들 프로필이 있느냐"라고 물어봅니다. 없다고 하니 "오늘 골을 넣은 두 선수에 대해 알고 싶다"는 질문이 다시 왔습니다.

고민하던 기자는 김승대와 이종호에 대해 "오늘이 국가대표 데뷔전이다"라고 대답을 해줬습니다. 그러자 이 기자는 흠칫 놀라며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A매치를 얼마나 뛴 거냐"라고 되묻습니다. "첫 경기"라고 재차 강조를 하고 나서야 이해를 했다는 듯 허망한 웃음을 짓습니다.

이 중국 기자는 재미난 말을 전했습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느꼈다. 중국 축구의 외형은 곰처럼 거대해졌는데 실력은 다람쥐처럼 너무나 작다. 한국 축구는 호랑이의 기상을 안고 뛰는데 중국이 본받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만난 왕란 기자 역시 "한국 축구는 강하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압축했습니다.

중국보다 더 많이 뛰며 승리로 대회를 시작해준 대표선수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중국이 프로팀과 국가대표에 과감한 투자로 한국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정과 실력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이날 경기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알렝 페렝 중국대표팀 감독도 "한국과는 아직 실력의 차이가 있다"라는 반성을 했구요.

아직 두 경기가 남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한국 대표선수들이 큰 사고를 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선발 명단을 갖고 한국 선수들의 프로필과 A매치 경력에 대해 계속 묻는 중국, 일본 취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진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010년의 중국전 완패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조이뉴스24 우한(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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