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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70일, 되돌아봐도 한숨만 나와


1번 환자 등장부터 종식 선언까지 결정적 순간은?

[조석근기자] 확진 환자 186명, 사망자 36명, 격리 대상자 1만6천993명.

지난 70여 일간 한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기록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메르스 감염 사태 종식선언 이후에도 1일 현재 12명의 환자가 치료 중이다. 사태가 아직도 진행중이니 메르스를 기억에서 섣불리 지우기엔 아직 이른 셈이다.

메르스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위기관리 능력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였다. 메르스 발병 세계 2위라는 불명예 탓에 '코르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판이다. 아이뉴스24가 이런 메르스 사태의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1. 1번 환자의 등장

치사율 40%. 그러나 일반적으로 낮은 전파력. 그럼에도 2012년 첫 발병 이후 중동에서 4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중동 국가들의 낮은 의료 수준과 행정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인 견해는 지난 5월 20일 1번 환자의 등장으로 여지없이 깨졌다.

1번 환자는 메르스 발병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바레인 등을 경유한 후 4일 귀국했다. 메르스 확진으로 판정될 때까지 무려 2주 이상 방치된 상황이었다. 그 사이 메르스의 주요 증상은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4곳의 병원을 전전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1번 환자는 이후 30명을 감염시킨 슈퍼감염자로 불린다. 가장 많은 환자를 감염시킨 14번 환자도 1번 환자를 통해 감염됐다. 보건 당국이 2012년 메르스 최초 발견 이후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1번 환자를 공항에서 통과시킨 점이나, 그가 처음 방문한 3개 병원이 그의 중동 방문 이력을 점검하지 않은 점 모두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2. 낙타고기를 주의하라고!?

"메르스의 숨겨진 피해자, 낙타야 미안해"

정부의 안이한 사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네티즌들의 조롱이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태 초기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내용이 적힌 메르스 예방법을 배포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메르스는 박쥐나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일종이다. 문제는 복지부가 주문한 대책과는 달리 국내에선 낙타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국내에 있는 낙타 44마리는 모두 동물원에 수용된 상태로 중동산도 아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인 셈이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정부의 이같은 인식을 풍자한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 방송심의 규정상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무능한 대처가 사태 악화에 일조했음에도 정작 비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3. 박원순 긴급 기자회견

"시민들의 안전 앞에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박원순 서울시장)

메르스가 본격적인 확산세로 접어들던 6월 4일 오후 10시 박 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박 시장은 이날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사(35번 환자)가 강남·서초구 일대 1천500여명을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서울시민들에게 폭탄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와 함께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의료계의 효과적인 대처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위해서도 메르스 확진 지역과 병원이 공개돼야 한다는 여론에도 정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 3일 후 정부는 삼성병원을 비롯한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 24곳을 전격 공개했다. 메르스 발생 이후 18일,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였다. 박 시장의 대처가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논란도 있지만 현재로선 정부의 정보 공개를 유도해 메르스 사태의 분수령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4. 컨트롤타워가 도대체 몇 개?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따랐다. 비단 청와대만이 아니다. 위기관리의 책임을 지고 전 부처를 조율할 사령탑이 없다 보니 번번이 정부의 대처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컨트롤타워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방재 전담부처로 국민안전처가 설립됐지만 메르스 사태 전 과정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복지부 산하 중앙메르관리대책본부로, 이후 민관종합대응 태스크포스로 책임기관이 변경된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더 나아가 청와대의 메르스 긴급대책반과 전문가 중심 즉각대응팀 등 신설조직까지 생겼다. 종국에는 정부 내에서도 도대체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결국 여론은 청와대로 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라는 범국가적 위기를 두고 국정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따가운 비판을 맞이해야 했다.

#5. 메르스 종식선언 이후, 이번엔 바뀔까

지난 28일 황교안 국무총리 메르스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집중관리 병원 15개가 모두 관리해제됐고 23일간 환자가 전혀 없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메르스로 인한 불안감을 모두 떨쳐버리고 경제생활, 또 문화와 여가활동, 학교 등 모든 일상생활을 정상화해주기 바란다"고 발표했다.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선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많은 분야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관광·유통·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매출 급감이 발생했고 중소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로 인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은 더 크다. 이들에 대한 피해지원과 함께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공공의료 체계 강화, 위기관리체계 재점검 등 각종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더해 "정확한 책임규명이 후속 대책의 첫걸음"이라며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31일로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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