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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축구협회, 1년 전 반성 잊었나


코파 아메리카 등 강 건너 불 보듯, 교류-분석해야 발전하는데…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4월,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 과정과 16강 실패 요인을 가감 없이 분석한 백서를 발간했다. 선수와 주요 관계자들의 솔직한 증언까지 담겨 나름대로 알찬 자기반성처럼 보였다.

기자도 최근에서야 입수한 백서를 천천히 뜯어봤다. 대표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용 기사의 일부 날짜가 틀리고 주제에 약간 떨어진 대안 제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매번 정리 없이 여론의 십자포화만 맞고 넘어간 뒤 다음을 그냥 준비하던 축구협회의 태도를 고려하면 놀라기에 충분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상대보다 체력적으로 떨어졌다는 반성은 차후 월드컵 준비에 큰 자산이다.

하지만, 반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축구는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 세계 축구의 흐름 속으로 파고들지 않고 멀리 떨어져 남 일처럼 구경하고 있다.

지난 4일 끝난 남미 축구 최고의 축제 코파 아메리카는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못지않게 흥미로운 대회였다. 유럽 주요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실력 싸움에 나섰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 등 시즌을 마치고 온 이들의 무쇠 체력과 실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 다음으로 세계 축구 흐름을 조율하는 남미 축구 대제전이라는 점에서 한국 역시 집중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코파 아메리카가 열린 칠레 현장에는 단 한 명의 협회 기술위원도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대회마다 구성하는 기술연구그룹(TSG) 형태의 지도자 무리도 보내지 않았다.

현장 점검은 필수 코스다. 전술적인 경향이나 변화 등을 확인하는 무대다. 유럽과 남미의 스타일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우리의 대응법과 도입 등 많은 것을 연구하기에 좋은 대회다. 남미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물밑 축구 외교도 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축구협회는 6월 A대표팀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정 평가전과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 집중했다. 물론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코파 아메리카의 조별리그는 진행 중이었다. 얼마든지 칠레로 날아갈 시간이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칠레의 플랫3가 왜 강한지, 아르헨티나의 메시를 다른 남미 국가들은 어떻게 막는지 등 의문에 대한 해법을 찾을 만한 대회였다.

같은 시기 뉴질랜드에서 열린 남자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는 2017년 한국 대회를 앞둔 안익수 U-18 대표팀 감독과 김인완 코치가 대회 수준 및 비전을 찾기 위해 결승전까지 있었지만 TSG는 없었다. U-20 월드컵은 성인 월드컵으로 나서는 선수들의 기량을 학인하는 대회다.

안 감독의 관전포인트는 U-20 월드컵의 수준 파악이 우선 순위였다. 물론 욕심이 많은 안 감독은 6일 기자 간담회에서 미래 스타감까지 확인, 말리의 아다마 트라오레를 미래 자원으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전력 분석까지 안 감독에게 맡긴 셈이다. 대회 당시 안 감독은 기자에게 "(월드컵 관전) 기회가 주어져 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좋은 공부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축구협회는 "(U-20) 월드컵에 TSG 파견 계획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직원들이 간 사실도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U-20 월드컵조직위원회로 파견을 나간 직원들이다. 이들 역시 대회 운영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왔다. 당연히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을 살피기 어려웠다. U-20 월드컵에서 뛴 이들이 3년 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한국의 상대 팀 선수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사상 첫 16강에 진출한 여자 축구대표팀 역시 최인철 기술위원과 전력 분석원 등 두 명이 외곽 분석을 통해 대표팀에 정보를 제공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함이 없었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이 코파와 연령별 대회에 모두 TSG와 연령별 지도자를 보낸 것과 대비됐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솔직하게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예산이 많이 줄었다. 종이 한 장도 아끼고 큰 지출도 줄이자는 분위기에서 타 대륙 대회에 기술위원이나 TSG를 보내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코파의 경우 진짜 실력이 나오는 8강부터 스포츠 채널에서 생중계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축구협회의 올해 예산은 7백74억원이다. 지난해 9백36억원에서 17%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관계자는 "기술위원회의 위원과와 달리 TSG의 경우 공부 차원에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축구협회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투자가 될 수도 있다"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TV 중계를 통한 분석은 지도자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는 이상하게도 남미나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월드컵에서 남미 최강 브라질, 아르헨티나만 아니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종종 표현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전에서 남미나 아프리카 역시 한국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가 그랬고 2010 남아공에서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가 한국의 발을 무겁게 했다. 브라질월드컵 경우 안툰 두 샤트니에 코치, 데니스 이와무라 전력 분석관이 상대팀 경기를 보고 조언한 것이 전부다. 복합적인 정보 생산을 통한 대처 능력 저하는 당연했다. 알제리가 벨기에와의 1차전 패배 뒤 선발진을 대거 교체해 나선 것을 놓친 것은 치명적이었다. 축구협회는 축적된 정보가 부족한 결과라고 스스로 백서에 고백했다.

A대표팀을 이끌 당시 TSG의 독립 및 상시화를 주장했던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TSG가 강해야 대표팀도 강해진다는 내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타 대륙 대회라면 더 잘 챙겨야 하는데 아직도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니…"라며 괜한 오해가 생길까 봐 말을 줄였다.

7일부터는 북중미(CONCACAF) 골드컵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된다. 미국, 멕시코가 양분하던 구도에서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8강까지 간 코스타리카의 급성장으로 충분히 흥미로운 대회가 됐다. 유로나 코파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대회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세계 축구의 상향 평준화가 계속되는 축구 흐름 속에서 축구협회는 언제까지 예산 핑계를 대며 관찰자로만 남을 것인가.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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