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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200승 최강희 감독, 또 다른 무한도전


전북을 K리그 정상 반열에 올려 놓아, 변화 물결에 앞장

[이성필기자] "매일 죽다가 살아나고 그런 거지요."

최강희(56) 전북 현대 감독은 지난해 조이뉴스24 창간 1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감독직에 대한 애환을 재치있게 얘기했다. 한 팀에서 오래동안 지휘봉을 휘두르며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 극복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매일 죽어야 살 수 있는 것이 프로축구 사령탑의 숙명이라는 것이 최 감독의 설명이다.

최 감독은 1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전북의 승리를 이끌며 감독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전북 한 팀에서만 이룬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K리그에서만 151승을 거둬 2승만 보태면 수원 삼성 코치 시절 스승이었던 김호(용인축구센터 총감독) 감독이 세웠던 최다승(153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최 감독은 조만간 최다승 감독 자리에 올라설 것이로 보이며 이후 올리는 승리는 모두 K리그의 새 역사다.

이미 최 감독은 지난 4월 1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통산 300 경기 지휘 기록을 세웠다. 2005년 여름 전북 감독으로 부임해 FA컵 우승 1회(200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06년), 정규리그 우승 3회(2009년, 2011년, 2014년)를 일궈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처럼 클럽팀을 장기 지휘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라설 기틀은 다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최 감독이 부활시킨 제자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동국이다. 2008년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실패를 맛보며 성남 일화 유니폼을 입고 국내 복귀해 13경기 2골에 그친 이동국을 전북으로 영입해 2009년 22골을 터뜨리는 골잡이로의 부활을 이끌었다.

김상식 코치 역시 성남의 개혁 물결에 휩쓸려 밀려났던 선수였지만, 최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전북에서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김상식은 악착같은 플레이로 '카드 수집가'라는 명성을 누렸다. 김상식이 힘과 기술을 앞세워 중원에서 버텨주며 전북에 두 번이나 우승을 안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프로 입문 후 한 시즌 가장 많은 11개의 경고(2010년)를 받기까지 하며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외국인 선수들을 한국식으로 조련해 순한 양으로 만드는 능력도 일품이다. 망나니로 취급됐던 루이스는 최 감독과 밀당에서 굴복하며 순한 양으로 변신, 2011년 전북의 우승에 결정적인 골로 보답했다. 에닝요는 전북 시절을 잊지 못하고 올해 중국 슈퍼리그에서 돌아왔다.

이들은 최 감독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부산전서 200승을 달성한 직후에도 최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이동국, 김상식, 에닝요, 루이스를 꼽았다.

'닥치고 공격(닥공)'이라는 전북만의 공격 스타일을 만들며 K리그를 선도한 것도 최 감독이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안정지향의 K리그 경기력을 일거에 바꿔 놓았다는 호평을 들었다. 닥공은 K리그는 물론 AFC에서도 좋은 사례로 소개되는 등 전북의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전북을 선수들이 입단하고 싶은 구단으로 만들었다. "전북도 수도권이다"라는 최 감독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었다. 수원 삼성과 FC서울로 양분되던 K리그 명문팀 구도를 최강희 감독의 전북이 깨트렸다. 전북이 K리그 선도 구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시각을 모기업이 갖도록 만들었다.

최 감독은 또 다른 도전 앞에 서 있다. 전북의 새로운 10년에 대한 설계다. 지난해부터 이재성, 이주용 등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더니 올 시즌도 새내기 장윤호 등에게 기회를 주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생하는 구단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인 전북의 미래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다. '200승' 최 감독의 새로운 출발은 이미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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