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 합병 앞둔 삼성, 바이오 사업에 힘 싣는다

[민혜정기자]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제품의 생산과 개발을 맡고 있는 계열사인만큼, 바이오 사업을 통해 주주 가치가 제고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증권사와 기관 투자자 관계자90여명을 송도 바이오캠퍼스로 초청해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이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손자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각각 46.3%, 삼성물산이 4.9% 지분을 보유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 통합 삼성물산이 지분 51%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0.3%를 가지고 있다.

제일모직이 합병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군으로 바이오를 앞세우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 개발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취재진에게도 가동 준비 중인 생산규모가 15리터에 이르는 2공장을 공개했다. 2공장에는 탱크 같이 생긴 제약기 '바이오리액터' 10개가 구비돼 있었다.

고한승 대표와 김태한 사장은 기자간담회도 열어 바이오 사업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삼성의 신성장동력임을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항암제, 당뇨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6개 제품에 대한개발, 임상 및 허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자가면역치료제로는 한국과 유럽에서 시판허가 심사 중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임상 3상 막바지 단계에 있는 '휴미라'가 있으며, 항암제로는 임상 3을 진행중인 허셉틴, 임상 1상인 '아바스틴'이 있다. 당뇨병 치료제인 '란투스'는 임상 3상 마무리 단계로, 곧 시판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6개 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 제품은 각각 연간 매출이 60억~13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약품 10위 안에 든다.

고 대표는 "전 세계 바이오 회사들이 경쟁하는 상위 리그에서 1등을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며 "상장 후 기업가치는 8조~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10년내에 연매출 2조원 에비타 마진(세금·이자·감각상각전 이익률) 60% 정도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 5년내에 세계 1위 제약 위탁 생산 업체 만든다

김태한 사장은 제약 위탁 생산 업체인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5년내에 세계 1위 업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10년내에 위탁 생산만으로 매출 2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3만 리터 규모)은 2013년 7월 시험생산 이후, 올해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단일 설비로 세계 최대수준인 15만 리터 규모의 2공장은 올해 2월 공장건설을 완료하고, 2016년 1분기 중 가동을 개시한다. 현재 계약된 물량이 전체 생산능력의 70%에 이르고 있어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 4공장의 구체적인 증설 계획도 설명했다. 고객사 생산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해 연내 15만 리터 규모의 3공장 착공을 목표로 검토 중이며, 2020년까지 4공장 증설을 통해 40만 리터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은 그동안 반도체, 석유 화학, 건설 사업 등을 하며 공장 설비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며 "바이오 사업은 현재 시장 규모가 1천조원이고 연 성장률이 9%에 이를 만큼 유망하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도, 합병 후 바이오 사업 시너지 효과에 긍정적"

이날 두 경영진은 간담회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꼈지만, 미국 월가에서도 합병 후 바이오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합병 성사를 위해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고한승 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 모직 합병과 바이오 사업에 대한 당위성 등을 재차 강조했다.

김태한 사장은 "미국 월가 투자은행(IB)들도 삼성 바이오 사업은 물론, 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월가 IB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후 삼성 바이오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민혜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법원, 삼성물산 상대 엘리엇 가처분 신청 '기각'

• 삼성물산·제일모직, 상승…엘리엇에 승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