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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6월에 잘 걸리는 A형 간염, 예방접종이 답


헐레벌떡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태연, 가방을 집어 던지고 아빠를 불러댄다.

"아빠, 아빠!! 헥헥, 제 친구 유정이 있잖아요, 유정이가, 학교에 못 와요!"

"엥? 그게 무슨 소리냐. 유학이라도 간다던?"

"그게 아니라요, 처음에는 열나고 머리 아프대서 감기에 걸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음날에는 드라마 임신장면처럼 막 구역질까지 하는 거예요!"

"그래서 A형 간염이라고? 다른 애들한테 옮길 수 있으니까 당분간 등교하지 말라고 선생님이 그러셨구나?"

"헐, 대박! 어떻게 한번에 그걸 아세요?"

원래 A형 간염이 겨울에는 별로 안 생기다가 5월이 지나 6월에 가장 많이 발병하거든.원래 A형 간염은 성인이 걸렸을 때 훨씬 심각하거든.

"그럼 어릴 때 걸리는 게 차라리 나은 거네요?"

"그렇지. 사실 20~3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어릴 때 감기처럼 대수롭지 않게 A형 간염을 앓았단다. 그래서 성인의 90% 이상이 A형 간염 항체를 갖고 있었지. 그런데 세상이 너무 깨끗해져서 어릴 때 걸리지를 않으니까 성인이 돼서 발병하는 사례가 오히려 많이 늘어나고 있는 거란다. 실제로 요즘에는 A형 간염의 80%가 20~30대에서 발생하고 있고, 40대 이상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10%가 넘어요."

"대체 어떻게 걸리는 건데요?"

"A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A Virus, HAV)에 감염된 음식을 먹으면 걸리는데, 이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이동을 한단다. 예를 들자면, 감염자가 대변을 누고 손을 깨끗이 닦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음식을 먹는다거나, 또 옛날에는 대변을 정화하지 않고 하천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까 감염된 대변으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해서 걸리는 거지. 이렇게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퍼지기 때문에 일명 '후진국병'으로도 불리고, 또 감염력이 높아서 '유행성 간염'으로 불렸단다."

"또, 똥이라고요? 똥으로 옮아요? 그럼 유정이도 똥을 먹어서?!! 문득 '자나 깨나 똥 조심 꺼진 똥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가 생각나요."

"자나 깨나 불조심이겠지! 암튼, 비위생적인 식당에 갔거나 뭐 그래서 걸렸을 거야. 그렇지만 아까 말했듯이 어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옮았을까 봐 그러죠. 똥 병에 걸리긴 진짜 싫단 말이에요." "똥 병은 좀 오버다, 대변으로 옮긴 하지만. 암튼, A형 간염에 걸리지 않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거란다. 보통 접종 후 6~12개월 뒤에 추가 접종을 하면 95% 이상 항체가 생기거든.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A형 간염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고, 심지어는 예방접종을 했었는지조차 잘 모른다는 거야."

"그럼 아빠는 백신 맞았어요?"

"아니, 어릴 때 틀림없이 앓고 지나갔다고 봐. 너도 알다시피 할머니가 좀 지저분하시거든."

"그럼 저는요?"

"너는 이제 맞히려고 생각 중이었어. 어릴 땐 걸린다 해도 별거 아니라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오늘 백신 접종하러 갈까?"

"네에?! 오늘이요? 지금 당장?!"

"말나온 김에 오늘 가지 뭐, 5월부터는 A형 간염 예방 주사도 공짜로 맞을 수 있단다. 어서 준비해!"

"엉, 엉~ 난 끝장났어요. 지난번에 유정이가 학교에서 똥 누고 손도 안 닦고선 소시지를 손으로 뚝뚝 잘라서 나눠줬단 말이에요. 저는 날름날름 맛있게 받아먹었고요. 엉~"

"손을 닦았는지 안 닦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같이 싸고 같이 안 닦았으니까 알죠. 엉엉~, 나 똥 병 걸렸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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