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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순하리 열풍' 중심 롯데주류 강릉공장


2개 라인서 시간당 7만2천 병 생산…출시 두 달만에 1천만 병 판매 돌파

[장유미기자] # 한 때 과실주의 대명사로 불렸던 '레몬소주'는 대학생들이 가장 즐겨찾는 술로 꼽혔다. 상큼하면서도 씁쓸한 소주 맛이 적절히 섞인 탓에 소주를 처음 접하는 새내기들도 레몬소주를 한 번 두 번 접하다 보면 어느새 애주가가 돼 있었다.

이후 소주에 타 먹는 매실액, 음용식초, 야쿠르트 등도 유행을 타면서 소주 칵테일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1990년대 말에는 두산주류가 300ml 병에 레몬, 체리, 메론 등 여러 가지 과일맛이 느껴지는 '리믹스'도 선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FTA 영향으로 국내 와인 수입이 늘어난데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이른바 '소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과실주는 침체기를 겪었다. 매년 과실주 출고량이 줄어들면서 각 지역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과실주 생산도 빠르게 위축됐다.

이처럼 10여년 동안 침체됐던 과실주 시장이 최근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롯데주류가 지난 3월 선보인 '처음처럼 순하리' 열풍 덕이다.

주류업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진 '순하리'가 인기를 끌자 롯데주류는 군산공장에서만 생산하던 이 제품을 4월부터 강릉공장에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찾은 강릉공장에서는 노란 뚜껑이 달린 '순하리'가 라인을 따라 쉼없이 생산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강원도 강릉시에 지난 1926년 설립된 강릉공장은 '처음처럼'과 '처음처럼 순하리', 일본에 수출되고 있는 '경월소주' 등이 생산되고 있다. 생산 설비는 건물 3층과 5층에 갖춰져 있다.

'처음처럼 순하리'는 3층 2개 생산라인에서 시간당 각각 3만6천 병이 쏟아져 나왔다. 나머지 라인에서는 기존 '처음처럼' 제품이 시간당 6만 병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20만3천742㎘의 소주가 생산되고 있다.

롯데주류 이병우 강릉공장장은 "'처음처럼'만 생산하던 중 '순하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4월부터 소규모 단위로 이곳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밤낮으로 생산해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어 2개 라인에서 생산하던 '순하리'를 곧 모든 라인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장 내부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내부에서는 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완성된 제품들이 쉴새없이 차례로 포장되는 모습을 보니 '순하리'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경월, 두산을 거쳐 지금의 롯데주류가 강릉공장을 인수한 후 술도 식품이라 여기고 위생 안전에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탓에 이곳은 2년 전 업계 처음 식약처에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도 받았다. 생산 설비는 일본, 독일 등에서 들여와 설치했으며 최근 '순하리' 생산을 시작하면서 기존 시설에 변화도 줬다.

이 공장장은 "강릉공장은 강원도의 오염되지 않은 물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일본에 여러 소주제품을 수출하며 많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여기에서 생산되는 '순하리'는 유자의 천연향과 과즙까지 함유해 깊고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순하리' 인기로 기존 소주 음용층 중 소주 특유의 향과 맛에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들이 과일소주 타입의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내부잠식 현상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소주 음용층들이 소주 본연의 맛을 중시하고 있어 기존 '처음처럼'의 품질 향상에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곳에서 지난 15일 생산된 '순하리'를 마셔보니 유자의 은은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 후 소주의 깔끔한 뒷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순하리'에 얼음을 넣으면 향긋한 유자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어 소주 비수기인 여름에도 마시기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자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 때문에 현재 젊은층과 여성들로부터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순하리'는 결국 출시 두 달만에 누적판매량 1천만 병을 돌파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또 롯데주류는 저도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이 제품을 먼저 출시했지만 지난 22일부터 수도권까지 판매 지역을 확대하며 기세를 높이고 있다.

이 공장장은 "20~30대 젊은 층의 주류 음용 트렌드에 맞춰 소주의 맛과 향을 개선하고 기존 RTD 주류 제품들이 가지고 있던 가격적인 부담을 줄여 제품을 기획해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며 "순하리라는 이름이 '구하리', '귀하리' 등 파생단어가 많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탄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과일소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쟁사들도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시너지가 있다"며 "'순하리'가 추구하는 맛과 향에 대한 노력을 소비자들이 인정해줄 것으로 믿고 앞으로 기대에 더 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릉=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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